엄마, 말투 지금 내 맘에 안 들거든?

사춘기 아이와 T형 엄마의 대화법

by 나무가치

아이가 올해 중학교에 들어갔다. 아이가 클수록 대화는 점점 더 조심스러워진다. 어느 날은 학교에서 탁구를 치고 돌아와 “엄마, 어깨 안쪽이 아퍼”라고 말했다.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병원 가야겠다” 하고 반응했는데, 아이는 갑자기 정색하며 “아니, 됐다고!” 하고 화를 낸다.


물론 아이가 그냥 됐다라고 말을 끊은 건 아니다. 아파서 복싱을 못 가겠다는 말에 “지난주도 복싱 빠졌잖아. 이번 주도 빠지면 습관 된다?”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아이는 됐다고 하면서 “그만 얘기하고 싶어”라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프다고 해서 병원 가보자고 했고, 이리저리 자꾸 빠지는 거에 대해 말을 했을 뿐인데, 그게 내 잘못인가?


괜한 서운함이 밀려왔다. 분명 걱정돼서 한 말인데, 왜 이렇게 벽을 치는 걸까. 그런데 잠시 후 불현듯 떠오른 말이 있다. “상아님은 공감 능력이 부족해.” 예전에 직장 상사에게 들었던 피드백이었다.


아이는 사춘기다. 요즘 나는 늘 ‘아이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해왔지만, 그날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도 엄마인 나와 대화 하는게 힘들겠다'


나는 전형적인 T형 인간이다. 상황을 생각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게 진심이고 사랑이라고 믿어왔다. 그런데 내 방식의 사랑이, 아이에게는 공감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춘기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문제 해결보다 ‘감정의 공감’이었다. 그렇다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성격상 공감보다 그 다음 스텝에 대해 아이에게 일러주게 된다. “그래, 아팠겠다.” “오늘 탁구 열심히 쳤구나.” 그 말 한마디였으면 충분했을 텐데. 나는 늘 조언부터 꺼낸다. 조언을 포장한 훈육이기도 하고, 걱정이 담긴 충고이기도 했다.


운동을 가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서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아이는 또 다시 됐다고 했다. 늘 그렇듯 자기가 알아서 하겠단다. '내가 니 에미인데,,,,' 돌아보니, 아이와 나 사이의 대화는 언제부턴가 말의 방향이 아니라 방어의 타이밍이 되어 있었다. 상대의 말에 반응하기보다,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방어하거나 회피하는 기술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이도 지치고, 나도 지친다. 어디까지 뭘 어떻게 공감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직장에서, 가정에서, 훈육에서 왜들 그렇게 공감을 들먹이는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일같이 대화를 시도한다.

실패하고, 다시 시도한다. 그것이 가족이고, 엄마와 아이의 관계이기도 하니까.


내 말투가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슬슬 깨닫는다. 말투는 말의 내용만큼 중요하다. 아이에게 전하는 말의 톤, 리듬, 표정, 숨결까지도 말의 일부다. 그래서 요즘은 연습 중이다.

속에 든 말을 전부 꺼내기보다, 아이의 말 한 줄을 더 기다려주는 엄마가 되는 것. 늘 친절과 온유함으로 대해보자고 말이다.


완벽한 엄마는 못 되더라도

아이의 말에 한 번 더 귀 기울이는 엄마가 되려 한다.

친절과 온유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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