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관리하는 법

말씀과 기도, 그리고 운동화 끈을 조여매는 일

by 나무가치


나에게 ‘잘 살고 싶다’는 말 안에는 사실 ‘잘 버티고 싶다’는 뜻이 더 많이 담겨 있다. 나는 2년전 번아웃이 세게 왔다. 회사에서 오랫동안 준비 했던 어떤 일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집에 와서 닥치는 대로 엄청 먹고 다음날 일어날 수가 없어 휴가를 냈다. 집에 있는 동안 내내, 30층인 우리집에서 뛰어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해서 들었다. 그래서 창문 옆에 갈 수가 없었다. 당시에는 내가 번아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그리고 엄마로서 아이들을 돌보고 살림을 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고 보니, 그건 번아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일이 있기 전, 1년 전쯤에도 약하게 번아웃이 온 것 같다. 회사에서 일을 너무 신경 써서 해내다 보니, 막상 그 일을 마치고 나니깐 도무지 다른 일을 할 수가 없고, 회사에서는 너무 멍해서 하루종이 너무 무기력 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 나는 절실히 느꼈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으면 결국 나는 없어져 버릴 수도 있다는 걸. 그래서 나를 돌보고 관리 하는 일은 나에겐 ‘당연한 일’ 혹은, ‘사치’가 아니라 ‘생존’에 가깝다.


정서적으로는 말씀과 기도. 운전을 하고 회사에 가는 동안 맥체인 성경 읽기를 유튜브에서 검색하고 듣는다. 새벽 예배에 오프라인 참석이 어렵더라도, 온라인으로라도 듣고 짤막하게 나를 말씀에 비추어 보고 적용할 점들을 적어 본다. 그리고 주중 공예배에도 한번은 참석해 보려고 한다. 이 시간들이 영적으로, 정서적으로 나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된다.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 회사에서 연차수가 쌓인다는 건 그만큼 사용할 수 있는 휴가의 수가 많아 진다는 걸 의미 한다. 그래서 굳이 뭔가를 하지 않더라도, 힘들면 주중에 아이들 없을 때(아이 없이 쉬어야 쉰다는 걸 많은 엄마들은 공감하실 거다) 휴가를 내고 쉰다.


육체적으로는 운동이다. 최근에는 러닝을 시작했다. 나는 특히나 슬로우 러닝을 한다. 초보자에게는 큰 무리 없이 달릴 수 있어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거 같다. 나는 주로 필라테스를 끝내고 달리는데, 밤에 달리다 보니, 풀벌레 소리, 수변 공원에 물 흐르는 소리들이 너무 좋아서, 따로 헤드셋을 껴고 달리지는 않는다. 하루하루의 그런 밤 공기들이 그날의 숙면으로 나를 유도한다. 러닝이 끝나고 집에 가서는 내가 좋아하는 로션을 바르는 것도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일 중에 하나이다.

오래전부터 하고 있는 필라테스는 어느덧 6년째다. 아직도 서툴지만, 필라테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운동을 할때 느끼는 깊은 몰입감 때문이다. 운동을 할때 내 몸에 오롯이 집중하지 않으면 금방 밸러스를 유지하기 힘들거나, 엉뚱한 곳에 힘을 주어 허리나 승모근이 아플 수도 있다.


사실 이 모든 것들을 매일 하는 건 아니다. 어느 날은 너무 피곤해서, 아파서, 도저히 시간이 안 돼서, 말씀도 예배도, 운동도 빼먹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다시 돌아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으니까.


가끔 사람들에게 내 스케쥴을 말하면,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아야 해?”, "이걸 어떻게 다 하세요?"라고 묻는다. 내가 나를 관리하고 돌보는 일을 어찌 다른 사람이 할 수 있으랴? 그리고, 내가 나를 돌보는 이 루틴들이 오히려 나를 점점 더 내적으로, 외적으로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오늘도 조용히 그것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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