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기린 Jun 02. 2024

프리랜서가 된 INFP 디자이너(1)

나는 어쩌다 프리랜서가 되었나?

나는 어쩌다 프리랜서가 되었나?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나 자신에 대해 알게 되었다. 처음 웹디자이너가 되었을 때, 웹에이전시에 구축 디자인팀에 있으면서는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반년 동안의 프로젝트 기간 동안 집에 와서도 머릿속엔 일에 대한 고민이 가득했다. 프로젝트 내내 퇴근을 하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상황에 따라 야근, 주말 출근 등으로 에너지 소비가 심했다. 게다가 그렇게 새로운 프로젝트에 쉴 새 없이 투입되다 보니 기력을 다 쏟아내는 내 성향상 번아웃이 쉽게 왔다. 한 곳에서 사이트 운영하는 것이 적성에 맞았다. 적응이야 2달 정도면 되었고, 그 이후에는 업무가 파악되어 손바닥 안에서 이루어지니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나는 조직 생활을 감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회사가 적성에 맞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나는 조직 체계 안을 청개구리처럼 뛰쳐나가고 싶어 했다. 승진을 위해 아부하며 머리 조아리고, 부당함이 묵살 당하는 것을 보며 그 소속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이 비열한 인간처럼 느껴졌다. 팀원들 사이의 갈등과 오해, 원치 않은 파견지로의 이동, 화장실 갈 시간도 빠듯했던 팀원들의 고충엔 관심도 없고 본인 욕심으로 회사 행사에서 1등을 해야 한다며 유일한 쉬는 시간인 점심시간에 2주 동안 춤 연습을 시킨 팀장, 비슷한 나이와 직급 직원들끼리의 보이지 않는 기 싸움과 상사의 차별 대우. 때가 되면 해야 하는 인사 평가와 면담. 연봉협상은 또 어떤가? 협상은 무슨 연봉 통보지. 올려주지 않으려고 마주 앉자마자 꼬투리를 찾아내 '네가 했던 일은 별것 아니다, 다들 그 정도 고생은 한다, 너를 올려주면 다른 사람들이 깎이게 된다'며 죄책감을 심어주고 가스라이팅이 난무하던 곤욕스러운 시간. 그 모든 것이 지긋지긋했다.


그래서 내가 계속 계약직이라는 신분을 선택하며 이도 저도 아닌 주변인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굴레가 있으면 벗어나고만 싶었다. 정규직의 장점은 무엇인가? 고용 안정성과 직장인 대출. 그것밖엔 느껴지지 않았다. (웹에이전시는 이직이 잦은 편이고, 오래 한 곳에 다니는 사람도 드물 텐데 고용 안정성이 메리트가 될지는 모르겠다)


고민 끝에 프리랜서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이직이 내 맘대로 신속하게 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나는 대책 없이 다음 직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퇴사했고, 게으르고 과도하게 신중한 성격 탓에 공백이 길어졌다.


몇 살까지 디자이너로 회사에서 일할 수 있을까? 주변을 둘러보니 마흔이 넘어서 회사에 남아 디자인을 하고 있는 언니, 오빠들은 소수였고,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가 되어있었다. 

'더 나이 들면 결국 프리랜서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좀 더 일찍 시작하지 뭐. 혼자 일해보자.'


이미 내 재정 상황은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였다. 5천 원짜리 배너 이미지를 만들어 팔더라도 그냥 있는 것보단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냈다. 이미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지인들이 여럿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운명은 내가 그 길을 선택하기만을 기다려온 것처럼 단번에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나의 결심을 주변에 알리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연락이 뜸하던 지인들이 연락을 해왔다.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이미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던 오랜 지인에게 들어온 대형 프로젝트였는데 길게는 몇 년도 안정적으로 이어질 일이라고 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영업도 없이 첫 일이 굴러들어 왔다.




다른 업계는 모르겠지만 IT 업계에서 ‘프리랜서’란 두 가지 개념이 있다. 

하나는 자기 자신이 사장님이 되어 이런저런 일을 받아서 수행하며 돈을 버는 것. 다른 하나는 회사나 프로젝트에 들어가서 정규직이 아닌 몸으로 4대 보험 없이 일하는 것이다. (계약직과는 성격이 다르다. 계약직은 기간이 정해져 있고(보통 2년) 4대 보험을 가입해 준다)

3.3%를 떼는 세금 방식을 채택하든, 아니면 사업자등록을 해서 활동하든 그건 소득수준에 따라 본인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선택하면 된다. 사업자를 내지 않으면 3.3% 세금을 떼고 돈을 받고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면 되지만, 사업자를 내면 10% 부가세를 포함해서 받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부가세 신고를 해야 하는 과정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웃소싱 계약직 디자이너의 자존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