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냈어요? 좋아 보이네요~”
“네. 잘 지냈어요. 요즘은 사람 많은 데 가도 별로 힘들지 않고, 힘들 것 같으면 우회하는 방법을 선택했더니 괜찮았어요.”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신경과 약 타는 날. 매달 한 번씩 만나는 의사 선생님의 물음에 흔쾌히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약을 한 보따리 가지고 병원 건물 1층에 있는 스타벅스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퇴사한 지 오늘로 딱 1년 되는 날이다. 작년은 오늘보다 조금 더 쌀쌀했다. 쇼핑백 하나밖에 안 되는 보잘것없는 짐을 챙겨 나와 회사 주변을 배회했던 그날의 풍경은 어제처럼 생생하고, 1년의 시간은 거짓말처럼 지나가 버렸다.
사무실에서 2년 넘게 잘 키웠던 홍콩야자 화분은 집으로 온 후 잎이 서서히 떨어지더니 결국 지난주에 시들어 죽어버렸다. 여름에 에어컨 바람을 쐬면 냉해를 입을까 봐 화장실에 두었더니 습해져 흙속에 곰팡이가 생긴 모양이었다. 앙상한 줄기만 남은 홍콩야자를 뽑아 봉지에 넣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답답하고 숨 막혔던 사무실에서 풍성하게 자라면서 나에게 힘을 줘서 고마웠어. 관리 잘 못 해줘서 미안해."
그렇게 지난 회사의 마지막 흔적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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