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두바이 쫀득 쿠키'로 난리다. 아침에 오픈런으로 웨이팅을 해야지만 살 수 있다고도 하고, 하다못해 이불집, 국밥집에서도 판다고 할 정도로 그 인기가 실로 대단하다.
흑백요리사로 유명한 안성재 셰프가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 딸과 함께 두쫀쿠를 만드는 영상 조회수가 업로드 6일 만에 800만이 넘었다. 사실 이 엄청난 조회수에는 히스토리가 있다. 일전에 그의 아들, 딸과 두쫀쿠를 만드는 영상을 올렸다가 온갖 원성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기대했던 것은 동그랗고 포슬포슬한 외형에 쫀득하고 아그작아그작 거리는 달달한 그것이었을 텐데 안 셰프가 만든 것은 딱딱하고 네모난 모양으로 그것과는 영 거리가 멀었다.
“마시멜로가 더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모양 아닌데? 동그란 모양인데?”
만드는 동안 그의 딸은 여러 번 말했다.
하지만 안 셰프는 “그러면 너무 달아.”, “아빠가 생각해 놓은 게 있어”하며 만들기를 이어갔고, ‘두바이 쫀득 쿠키’가 아닌 ‘두바이 딱딱 강정’이 나와버린 것이다. 맛있다고 하면서 영상이 마무리되었지만, 시청자들은 만 삼천 개가 넘는 엄청난 댓글과 원성을 쏟아냈다. 결국 다시 그녀가 원하던 '진짜 두쫀쿠' A/S 영상이 올라오고 나서야 원성은 잦아들었다.
누구나 마음속 작은 문 아래 시무룩한 어린 내가 살고 있다. 나도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
초등학교 4, 5학년 때였던가? 나의 생일날이었다. 저녁 외식으로 갈빗집에 간다고 했다. 뭐가 먹고 싶냐고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았다. 사실 그 시절은 그런 것이 일상이었지만...
나는 피자가 먹고 싶었다. 식당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갈빗집이 더 가까워지기 전에 말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었다. 당시 엄마는 너무 무서운 존재였기 때문에 망설이고 망설이다 어렵게 입을 뗏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피자 먹으러 가면 안돼?…”
당시 피자집이 별로 없을 때였고, 일 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특별한 곳이었다.
“그냥 갈빗집 가.”
“난 피자 먹고 싶은데…”
“그냥 갈빗집 가! 그럼 다 같이 좋잖아.”
용기 내어 꺼냈던 말이었는데 엄마의 단호한 거절에 나는 주눅이 들어버렸다. 자동차 뒷좌석에서 조용히 서운한 울음을 삼켰다. 그리곤 시무룩하게 갈비를 먹었던 그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마흔이 넘은 지금이야 생일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지만, 어릴 때는 1년 내내 생일을 꼽으며 기다리곤 했다. 그날만은 주인공처럼 존중받고 싶었던 마음이 컸는데 ‘다 같이 좋잖아.’라는 말에 나의 의견은 고스란히 무시됐던 게 30년이 넘도록 기억의 지하실에 저장되어 있다. 수많은 거절들 중 하나일 것이다.
누구나 그런 어린 내가 마음속 어딘가에 살고 있다. 그런 기억들이 영상에 등장한 딸에게 투영되어 시청자들이 한마음이 되었던 것 같다.
“아빠가 미안해... 잘 몰랐어.”
안성재 셰프가 딸에게 전하는 한마디에 마음이 찡해졌다.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어린 나에게 사과를 건넨다. 그 영상을 5번도 넘게 봤다. 그 장면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위로받았을 것이다.
영상을 보곤 조카들이 생각났다. 유행에 민감한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이다.
“요즘 두쫀쿠가 유행이라며? 이모가 사줄까?”
“저는 그거보다 김부각이 더 좋아요.”
웃음이 빵 터져버렸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취향이 확실한 우리 조카에게 바삭바삭 맛있는 김부각을 보내줘야겠다.
- 모든 이미지 출처: '셰프 안성재'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