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쓰레기??!!!!!!!!!”
소리를 내지르며 눈을 번쩍 떴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더위 때문인지, 꿈 때문인지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심장은 기분 나쁘게 두근거렸다.
요즘 꿈자리가 영 좋지 않다. 며칠 연달아 악몽을 꿨는데, 이날은 꿈속에서 하는 말을 실제로 내지르며 깬 것이다.
꿈속에 초중고를 함께 다녔던 꽤 친했던 친구가 나왔다. 그녀의 결혼식 이후 연락도 만난 적도 없으니, 인연이 끊어진 지는 13년쯤 되었다. 초등학교 교사가 된 그녀는 결혼 적령기에 내로라하는 공공기관에 다니는 남자와 결혼해 아이 둘을 낳았다. 사람들이 정해놓은 인생의 표본처럼 망설임 없이 걸어가는 듯했다.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본 그녀의 근황은 거기까지다. 그런데 뜬금없이 그 친구가 꿈에 나온 것이다.
고향 동네에 여전히 살고 있는 그 친구를 혹여나 마주칠까 봐 신경 쓸 때가 있는데, 결국 마주쳐 버린 상황이었다. 그녀에 비해 나는 너무 초라해 보였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절망과 수치심을 고스란히 느꼈다. 그런 기분을 안고 집으로 간 나는 성질을 내며 휴지를 던졌는데, 그게 하필 엄마가 끓이던 국 냄비에 빠져버렸다. 엄마는 나를 보며 단호한 어투로 “인간쓰레기.”라고 했다. 잔뜩 화가 난 나는 “뭐? 인간쓰레기???!!!!!!”라고 소리를 지르며 꿈에서 깼다. 울화가 치밀었다. 며칠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기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퇴사하고 쉰 지 9개월이 되었다. 왜 이리도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일까? 뭐가 어떻든 그저 나의 선택일 뿐인데 말이다.
요즘 지인들을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어쩌다 만나고 돌아오면 하루이틀은 알 수 없는 불쾌감이 줄곧 나를 괴롭힌다.
내 불안장애는 장기간 억눌린 스트레스와 컨디션 난조로 발현했고, 자율신경실조증이 원인이다. 불안장애는 그중 하나의 증상이지만 일상에 불편감을 주어 퇴사를 하고 쉬고 있는 것이다.
빈틈도 없이 사람으로 가득 찬 출퇴근 지하철, 질서 없이 와글대는 터미널, 좁고 답답한 공간, 시간에 쫓길 때… 나는 숨 쉬는 것이 답답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어지러운 증상이 생긴다.
퇴사의 원인이었기에 지인들에게 불안장애에 대해 말했던 것이었는데 지금은 좀 후회가 된다.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은연중 나는 나약한 정신병자로 치부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하면 그 정도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이 어디 있냐?’
‘나도 검사받으면 너 같은 병명 나올 거다.’
‘요즘 사람들은 정신이 나약한 것 같다.’
점점 사람들과 멀어진다. 아니, 혼자에 익숙해진다. 뭐 어때. 원래 다 혼자 아닌가?
나는 요즘 길을 잃은 것 같다. 몇 년 전엔 일하면서 주말엔 글쓰기 강의를 듣고, 에세이 쓰기 모임을 하고, 매주 브런치에 글을 게재하며 에너지 넘치고 희망적인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희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매일 똑같은 공간 속 혼자인 나는 쓰고 싶은 글감 또한 없다.
종일 시사·정치 유튜브를 틀어놓고, 주식 차트를 들여다보며 매도 타이밍을 고민하다 점심값 벌었다고 위안하고 ‘아, 더 벌 수 있었는데…’ 안타까워하며 가장 소극적인 경제활동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고요함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하루 종일 내 유튜브는 꺼지지 않고 세상 이야기를 쏟아낸다. 조용해져 깊은 생각을 할 시간이 생기면 자신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에 회피의 한 방법일 것이다.
오늘은 모처럼 노래를 들었다. 가수 EPIK HIGH의 ‘빈차’라는 곡이다. 위로가 되는 것 같아 한 곡 반복으로 종일 들었다.
'내가 해야 할 일, 벌어야할 돈 말고도 뭐가 있었는데.
나에게도 꿈같은 게 뭐가 있었는데. 꿈이 있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