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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기린 Jul 02. 2023

1년의 허리에서

요즘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라는 말을 달고 산다. 여름이 이제 시작되나 했는데 어느새 여름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이대로라면 눈 깜빡하면 낙엽이 지고, 곧 눈이 올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뇌세포가 죽으면서 시간이 빨리간다고 느낀다던데 그것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변화가 별로 없는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어서인 것 같기도 하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이러다 금방 50살이 되겠구나 하는 걱정마저 몰려온다. 그런 의미에서 2023년의 절반을 지나며 지난 6개월을 돌아봤다.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아니었지만 나름 괜찮게 보낸 것 같다. 제일 큰 성과는 지난 6개월 동안 매주 브런치에 글을 한편씩 올렸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한번 늦게 올리는 바람에 한주에 2개를 올린 적이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 철저히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현재 나의 글을 구독해 주시는 분들과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기다리는 분들이 몇분이나 계실지는 모르지만, 책임감을 채찍 삼아 매주 글을 올리게 되었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나도 모르게 컴퓨터 앞에 앉아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 놀라곤 한다.


소설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첫 소설을 완성해 보았다. 작년에는 에세이 쓰기 수업을 듣고, 스터디 모임도 참여했었다. 올해는 소설 쓰기에 도전 해 볼까 하고 시도해 보았다. 사실 나는 여전히 읽기보다는 쓰기만 좋아하는 이기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 소설에 접근하기 쉽도록 구성된 수업이 좋았다. 같은 반 분들이 써오신 소설을 읽고 감탄하며 자극받기도 했다. 아쉽게도 8주간의 수업 중 글을 써서 제출하는 것은 한 번뿐이다.


드디어 지난 시간, 내가 글을 써야 하는 차례였다. 몇 년 동안 머릿속에 장면으로만 간직하고 있던 것을 글로 쓰려니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퇴근하고 카페와 집에서 글을 쓰고 수정하며 몰입의 즐거움을 느꼈다. 그런데 첫 소설의 합평을 받아보고 나서 좀 의기소침해졌다. 계속 에세이만 써오다 보니 전체적으로 다소 설명적으로 되면서 강약을 주는 것이 어려웠다. 잘 쓰고 싶은 욕심에 여기저기 힘을 많이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읽는 분들에게 고스란히 느껴졌던 것 같다. 더 제대로 써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갈 길이 멀다는 생각에 엄두가 나지 않기도 한다. ‘평소에 소설을 읽지도 않으면서 무모한 생각을 했나? 그럼, 시나리오나 드라마를 배워보는 건 어떨까?’ 이런저런 생각의 가지를 뻗어보게 되었다.


자신에게 칭찬해 주고 싶은 일상들이 여럿 생겼다. 앞에서 언급했던 브런치에 매주 글을 올린 것, 소설 수업을 들은 것 이외에도 매일 앱을 통해서 영어 공부를 빼놓지 않고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3줄 일기도 쓰고 있다. 그러면서 매사 미루기에 익숙했던 실천력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삶의 관점이 예전보다 긍정적이고 현실적으로 되는 것 같아서 좋다. 독서도 전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매일 한 번은 책을 펼치려고 노력하고, 생활 속에 스며들도록 했더니 많이 가까워졌다.




아쉬운 것도 있다. 작년에 식도염과 만성위염으로 몇 달을 고생하고 좀 괜찮아지고 나니 다시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을 했다. 늦게 먹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면서 또 속이 불편해졌다. 인간관계도 회의적으로 바뀌었다. 가뜩이나 좁은 인간관계가 더 만남이 뜸해지면서 더 좁아지고 있고, 심지어는 별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예전에는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나를 표현하는 대화를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말을 하고 나면 괜히 얘기했나 하는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후회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이렇게 고립되어 살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해오던 것들을 하반기에도 꾸준히 이어가도록 할 것이고, 새로운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 그 여정 또한 여기에 전할 터이니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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