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년 전 짧지만 뜨겁게 사랑했던 그녀는 나의 모든 것을 독점하고자 했었다, 나의 몸과 마음 그리고 시간까지도. 매일같이 내 오피스텔에 찾아와 속옷과 양말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내 냉장고 안을 채워놓고, 지갑에서 벨트까지 몽블랑으로 맞춰놓도, 나도 만난 적 없는 내 이웃들의 신상에 대해 꿰뚫고 있는 그녀에게서 잠시나마 부부 같은 안정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하지만 수시로 내 핸드폰과 블랙박스를 점검하고, 관계 후에 콘돔에 남은 정액의 양까지 확인하는 그녀에게 난 갑갑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여느 연애가 그렇듯 몇 번의 싸움과 원망을 뒤로한 채 끝을 맺게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오 년 만에 다시 마주하게 된 건 다음 달부터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협력업체 최이사의 카톡 프로필 사진에서였다. 최 이사와 함께 갓 돌이 지난 아기를 안고 있는 그녀의 환한 얼굴은 오 년 전보다 더 성숙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최 이사와의 미팅 내내 십 분마다 울려대던 그의 핸드폰을 보며 그녀의 지배욕 역시 여전하구나 싶었다. 최 이사님...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