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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우 Dec 05. 2021

그녀와 헤어졌던 이유

지금은 편의시설도 많고 여러 호텔도 들어섰지만, 십 년 전 인천 국제공항 주변에는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었다. 하얏트 리젠시 호텔만이 덩그러니 그 벌판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해외출장을 가야 했던 나 때문에 그녀는 그 황량한 하얏트 호텔에서 출장 떠나는 나를 배웅하고 그리고 돌아오는 나를 맞이하곤 했다. 비행기 탑승시간 한 시간 직전까지 애절하게 침대 위를 뒹굴다 땀도 닦지 못한 채 공항으로 뛰쳐나갔던 곳이고, 귀국하는 나에게 목욕가운을 반쯤 흘려 입은 채 침대 위에서 사진을 찍어 보내오던 곳이었다.

내일 새벽 출국 때문에 참으로 오랜만에 그 호텔을 찾았다. 십 년 전보다 훨씬 더 분주해지고 번화해진 그곳에 있으니, 십 년 전 호텔방에서 혼자 남아 나를 배웅하던 그녀가 얼마나 쓸쓸했을지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창밖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제는 친구가 된 그녀에게 그때 네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이제야 이해된다며 미안함과 추억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그녀에게 답장이 왔다.

​​

 배웅하고  방에 내가 혼자였을 거라고 생각해?


감성에 젖어 내가 잠시 깜빡했었다. 그녀와 내가 왜 헤어졌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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