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학년 때 만났던 세 살 연상의 직장인 그녀는 나에게 어른의 사랑은 무엇인지에 대해 가르쳤었다. 다른 남자와 단둘이 술 마시는 걸 질투하는 것은 그녀를 의심하는 것이고, 며칠씩 연락이 안 될 때 수십 통 전화를 거는 것은 그녀에게 집착하는 것이고, 얘기 없이 집 앞으로 찾아오는 것은 예의 없는 행동이라며 날 가르쳤고, 난 항상 사과했었다.
그렇게 어른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던 그녀는 일 년간 내 속을 까맣게 태워놓고 날 떠났다. 친구들은 날 호구라며 질책하고 그녀를 욕했지만, 난 그게 어른의 사랑인 줄 알았고 오랫동안 그녀를 그리워하며 힘들어했다.
내게 사랑과 신뢰에 대한 혼란을 남겨놓고 떠난 그녀가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건 10년 만이었다. 난 오랫동안 망설이다 그녀의 결혼식장을 찾아갔다. 그녀가 있을 신부대기실을 지나쳐 신부 측 데스크에 백만 원이 담긴 축의금 봉투를 남겨두고 그녀 얼굴도 보지 않고 돌아섰다. 봉투에 적힌 내 이름을 그녀가 보았을 때 나를 영원히 호구로 기억하기를 바라며, 내가 그녀를 영원히 나쁜 년으로 기억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게 그녀가 가르쳐준 어른의 사랑이라 생각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