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보글보글 올라오는 샴페인 기포가 예쁘다며 자신의 눈앞까지 잔을 들어 올렸다. 유리잔에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확대되니 작은 샴페인 기포들이 마치 그녀의 눈동자 안에서 반짝이는 것 같다.
문득 어디선가 읽었던 기사 내용이 떠올랐다. 미국의 어느 인류학자가 ‘인간관계의 거리’라는 것을 제시했다는 내용이다. 일반적인 비즈니스 관계는 3.6미터, 친한 친구는 1.2미터이며 연인과 같은 지극히 가까운 관계의 거리는 50센티미터라는 내용이다. 지금 그녀의 어깨와 내 어깨 사이의 거리는 얼마일까 문득 궁금해져 상상의 손바닥을 그녀와 나 사이에 연결해 보았다. 한 뼘, 두 뼘... 두 뼘 반이 약간 모자란 거리인 듯하다. 그런데 그 인류학자가 말하는 거리의 기준이 어깨 기준일까 무릎 기준일까 궁금해졌다. 왜냐하면 샴페인 세잔 째를 비우기 시작한 때부터 내 무릎에 살짝 닿았다 떨어지던 그녀의 무릎이 이제는 슬며시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샴페인 병을 기울이자 마지막 남은 몇 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얼굴을 받치던 팔꿈치가 테이블에 살짝 밀리는 순간 재빨리 팔을 뻗어 그녀 어깨를 잡아주었다. 그녀의 머리가 내 어깨에 떨궈졌다. 한 뼘 거리의 그녀 뺨이 발그레하게 물들어가고 내 팔을 감싸고 있는 그녀의 팔과 그녀 품에 닿아있는 내 팔꿈치의 감각이 예민하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