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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우 Jul 23. 2022

그녀가 먹던 그것

오후 세시의 회의실은 점심식사 이후의 노곤함으로 다들 집중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다들 커피를 홀짝이며 잠을 쫒고 있었고 버벅거리며 발표하는 김차장만이 회의에 집중하는  했다.


“바스락”


우해진 대리가 책상위에 검은 비닐봉지을 올려놓고 소리를 죽여가며 무언가 만지작대고 있었다. 그녀는 땅콩같이 생긴 무언가의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를 입에 넣었다. 난 고개를 김차장을 향했지만 곁눈으로 우해진 대리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그녀는 손톱만한 크기의 베이지색 동그란 무언가를 꺼내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껍질을 반으로 쪼갰다. 쪼개진 껍질은 가지런히 휴지위에 올려두고 연두색의 작은 알맹이를 입술을 오무려 “홉”하며 입에 넣었다. 난 그녀의 기계적이지만 우아한 손놀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의 입술이 오물거리는 모습에서 왠지모를 마음의 평화를 느꼈다.


“우대리, 그거 이름이 뭐에요?”


회의실을 나오다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봉지에서 그것들을 한주먹 꺼내 내 손에 올려주었다. 오물거리며 말하는 그녀의 대답을 정확히 듣지는 못했지만 난 그것의 이름이 꽤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키스타치오… 이름 근사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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