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읽어 내려간다.
창문은 모든 걸 보여주면서도
나와 세상을 분리시켜 놓고 있다.
나와 떨어져 있는 세상과 가까워지기 위해서
난 창문을 읽어 내려가고 있다.
창문 밖에선 많은 일들이 써 내려져 간다.
그때 내가 하는 일은
이렇게 담요를 두르고 창문을 읽어 내려가는 일이다.
햇살이 써 내려지기도 하고,
맑은 새소리가 써 내려지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누군가의 한숨이,
누군가의 숨결이 써 내려지기도 한다.
그 모든 이야기를
무심히 창 밖의 일이라 지나친다면
그들이 써 내려간 모든 이야기가 슬퍼진다.
그래서 난 조용히
담요를 두르고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고 있다.
즐거운 이야기도 있고,
슬픈 이야기도 있고,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할 이야기도 있고,
나만 알아주길 바라는 이야기도
창 밖에 쓰여지고 있다.
창문을 읽어 내려가면
창문도 나를 읽어 내려간다.
나를 읽어주고 있는 창문이 있어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