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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향기 May 26. 2022

창문을 읽어 내려가다

창문을 읽어 내려간다.


창문은 모든 걸 보여주면서도

나와 세상을 분리시켜 놓고 있다.


나와 떨어져 있는 세상과 가까워지기 위해서

난 창문을 읽어 내려가고 있다.


창문 밖에선 많은 일들이 써 내려져 간다.

그때 내가 하는 일은

이렇게 담요를 두르고 창문을 읽어 내려가는 일이다.


햇살이 써 내려지기도 하고,

맑은 새소리가 써 내려지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누군가의 한숨이,

누군가의 숨결이 써 내려지기도 한다.


그 모든 이야기를

무심히 창 밖의 일이라 지나친다면

그들이 써 내려간 모든 이야기가 슬퍼진다.


그래서 난 조용히

담요를 두르고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고 있다.


즐거운 이야기도 있고,

슬픈 이야기도 있고,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할 이야기도 있고,

나만 알아주길 바라는 이야기도

창 밖에 쓰여지고 있다.


창문을 읽어 내려가면

창문도 나를 읽어 내려간다.


나를 읽어주고 있는 창문이 있어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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