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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향기 Jun 19. 2022

안경을 닦으며

바쁜 하루는

안경조차 닦을 여유가 없다.


바빴던 하루는

안경알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청소하다 앉은 작은 티끌들

요리하다 튄 기름 방울들

설거지하다 튄 비누 거품들


하루의 수고와 바쁨이

안경알을 뿌옇게 할 즈음


그제야 안경을 벗고

안경을 닦는다.


미안한 마음으로

호호 입김 불어

하루의 수고를 닦아 본다.

 

내가 안경에게,

안경이 나에게 을 전한다


'오늘도 수고했어.'


얼룩 묻은 몸으로,

구정물 묻은 몸으로,

먼지 앉은 몸으로


하루를 함께 했구나.


깨끗이 닦은 안경을

탁자에 고이 내려놓는다.


"편히 쉬렴,

 깨끗해진 몸으로

 너도 잠을 청하렴."


안경을 벗고

까만 밤에 눈을 녹인다.


겨우내 시렸던

눈을 녹이듯


하루 종일 시렸던

눈을 녹인다.


안경도 까만 밤에

 녹이길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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