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어느 새벽
하루의 모습 중 새벽을 가장 아낀다.
하루 중 가장 짧은 시간이지만 가장 귀한 시간이다.
밤동안 덮고 있던 어둠의 비늘을 벗기고
모든 것을 천천히 아름답게 드러내 주는
새벽이 사랑스럽다.
새벽은 내게 하루를 어떻게 채울지 가르치고 있다.
비가 오는 밤이었다 하더라도,
구름이 잔뜩 낀 밤이었다 하더라도,
바람이 몰아치는 밤이었다 하더라도,
언제나 태양 빛 한 줄기를 가슴에 품고
세상을 고요히 채우며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의 제 모습을
천천히 밝혀준다.
내 마음이
괴로움과,
번민과,
자조에
물들고 있을 때
새벽은 내게 조용히 속삭인다.
많이도 필요 없어.
가느다란 태양 빛 한 줄기 만이라도
손에 쥘 용기를 가져보렴
너의 괴로움도, 번민도, 자조도,
따뜻하게 녹여줄게.
새벽의 손 위에
내 손을 가지런히 포개본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