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도움을 주겠다는데도 상대방은 화를 냈다. 해결책을 알려주고 있는데도 그들은 듣지 않고 화만 냈다.
난 문제가 생기면 빠른 판단력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전형적인 INTJ형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줄 해결책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하지만 발 빠르게 찾은 해결책을 내밀어도 사람들은 그것이 '도'움을 주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했다.
내가 '도~~~'라고 해도 사람들은 그건 '도'가 아니라고 했다. 나의 '도'는 외면당했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버스를 운전해 주시는 운전기사 분은 다름 아닌 옆 반 지영이의 아빠셨다. 어떻게 그렇게 우연히 지영이의 아버지가 우리 반 버스 운전을 해 주게 되셨는진 모르겠지만 아저씨는 수학여행 동안 잘 부탁한다며 우리에게 인사를 하셨고, 옆 반 지영이도 다른 버스에서 건너와 우리 아빠 잘 부탁한다며 인사를 하고 갔다.
우린 흔들리는 버스에서 목청껏 노래를 하고, 과자 봉지를 뜯고, 춤까지 추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차가 우리를 따라왔다. 갓길에 버스를 세우라고 했다. 놀란 우리는 무슨 일인가 했는데, 아저씨가 고속도로에서 교통 법규를 위반하신 모양이었다. 담임선생님과 지영이 아버지가 내리셔서 경찰관들과 복잡한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 듯했고, '벌금'이라는 소리도 들려왔다. 벌금을 물게 하려는 경찰들과 한 번만 봐 달라고 하는 지영이 아빠와 그를 지켜보는 담임 선생님의 불편한 모습이 창문으로 다 보였다. 그때 반장이 말했다.
"야들아, 어떡하노. 지영이 아빠가 벌금 물게 생겼나 보대이."
옆 반 지영이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다. 지영이 아버지께서 버스 운전을 하고 계셨지만, 형편이 좋지 않아 다른 일도 하고 계신다고 들었다. 난 벌금이 지영이 아버지에게 부담스러운 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런 부담스러운 벌금을 우리가 십시일반으로 모아 같이 부담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다들 수학여행을 위해 두둑이 챙겨 온 용돈을 조금씩 모아 벌금을 내는데 보태자고 제안했다. 반장은 처음엔 그건 좀 아닌 것 같다고 했지만, 버스가 움직이지 못하고 멈춰 선 시간이 점점 길어지자, 어리석게도 총무인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몇 천 원씩 모은 돈이 50명이나 되는 아이들로부터 모이자, 꽤나 큰돈이 되었다. 반장이 모은 돈을 들고나가 담임 선생님께 말을 하자 담임 선생님은 화를 버럭 내셨다.
"어디서 이런 못된 걸 배워가지고! 차에 들어가 앉아 있어!"
우린 벌금을 내려고 돈을 모은 건데, 선생님은 우리가 경찰에게 돈을 찔러주려고 그러는 줄 착각하고 계셨다.
반장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선생님은 더 화를 내셨다.
반장이 내게 와서 원망스러운 얼굴로 한 마디를 했다.
"이게 다 니 때문이다. 어른들이 알아서 할 일을 왜 벌금을 같이 내자고 해가지고서는, 내가 처음에 아닌 것 같다고 했잖아."
이 일은 나에게 꽤나 충격이었다. 내가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도움을 누군가에게 주려고 했어도, 그 방법과 상황이 적절하지 않으면 절대 '도움'의 형태로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가르쳐 주었다. 내가 의도했던 '도'움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화만 불러올 뿐이었다. '도'를 내려고 무지 애썼지만, 결국 난 사람들이 귀를 틀어막을 '도'만 내고 있었다.
고등학생이었던 우리가 지영이 아버지에게 그때 드릴 수 있는 도움은 벌금을 거두어서 보태드리는 게 아니라, 그저 시원한 음료수 캔 한나를 따 드리며 운전 힘드실 텐데 드시라고 권하는 게 최선이었다.
어처구니없지만 이 일 후에도 이런 비슷한 일들이 여러 차례 있었다. 마음만 앞서 상황 분별 못하고 도와주려 벌인 일은 상대방의 자존심만 상하게 하였다. '도'음을 내는 건 쉽지 않았다. 내가 내고 있는 '도'음을 수차례 듣고 나서야 겨우 내가 '도'음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도'음을 어떻게 내는지 열심히 들어야 했다.
의도나 동기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도움을 주기 전에 먼저 상대가 도움받기를 원하는지 살폈다. 만약 그 사람이 도움을 원하더라도 그 사람이 기쁘게 받을 수 있는 도움의 형태로 손을 내밀었다.
도움은 가능한 은밀하게 주는 것이 좋았다. 그 사람과 나만 알 수 있도록.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해결책을 전하기 전에 감정적 공감을 하는 따뜻한 말부터 건네고 있었다. 마음을 어루만진 후에야 손을 내밀었다.
열심히 다른 사람들의 '도'를 듣고 난 후, 난 그들처럼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것이 정말 맞는 방법인지 수차례 고민했다. 생각 없이 내지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도'를 떠올려 보았다. '도'를 내기 위해서 내 마음도, 들을 사람의 마음도 준비가 되었는지 살펴야 했다.
그렇게 '도'음을 조심스럽게 소리 내어 보았다.
'도~~~'
조심스럽게 소리 낸 '도~~'가 제대로 음을 잡고 나오면 노래하는 나도, 듣고 있던 이도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내민 손을 잡아주었다. 내 '도'가 그들의 귀에 즐거운 음이 되었다.
음치 튜닝 '도' 카드--잡을 수 있는 손이 되는 '도'움 카드
(그림은 아들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