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는 나에게 파리 같은 성가신 존재이고, 나도 파티에서 파리 같은 존재이다. 극 내향인인 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파티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치찌개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파리처럼 나도 사람들이 좋아 기웃거리긴 한다. 하지만 김치찌개가 파리를 좋아하진 않듯 난 파티에서 파리 같은 존재가 된다. 파티에서 비실대는 파리처럼 윙윙 거리다 이내 지쳐 버려, 파티를 제대로 못 즐긴다고 타박을 맞기도 한다.
파티에만 갔다 오면 어김없이 난 파김치가 되고 만다. 사람들에게 있는 기, 없는 기를 따 빨리고 폭삭 저려진 파김치처럼 꼬꾸라져 돌아와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몇 시간을 퍼질러 누워있어야 회복이 되곤 했다.
사람들은 내게 '파'는 재미난 음이라고 알려주었지만, 난 도무지 그 재미난 '파'음을 익히기가 힘들다. 내가 '파~~~'하고 소리를 내면 어디선가 꼬꾸라져 처박힌 파리의 가냘픈 '파' 소리가 난다. 녹초가 되어 기를 다 빨린 '파' 소리가 난다. 최불암 아저씨가 웃을 때 나는 '파---'소리가 난다.
하지만 사람들은 '파'를 즐겨야 한다고 했다. 너무 힘들어 말고, 어려워 말고, 즐겨야 제대로 소리가 난다고 했다. '공기 반, 소리 반'이 아니라 '흥 반, 재미 반'이 되어야 '파' 소리가 제대로 날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난 그 '파'음을 즐기기가 힘들다. 사람이 많은 곳만 가면 나의 '파'는 갈 곳을 잃고 움츠려 들곤 했다. 그래서 억지로 '파'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식으로 부딪혀 보기도 했다. '파'라는 음을 제대로 낼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파'와 부딪혀 보기로 했다.
무리해서 일주일에 한 번 씩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계속 부딪히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라 믿고 익숙해질 때까지 부딪히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은 대략 나를 향한 고문이었다. 마치 파리의 작은 입에 햄버거를 처넣는 격이었다. 익숙해지기는 커녕 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한 달 만에 뻗어버렸다.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데, 사람만 많아지면 기가 빨리는 것은 절망적이었다. '파'를 사랑해서 노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파'음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나를 보며 절망에 빠졌다.
내가 왜 이토록 사람이 많은 곳을 힘들어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극 내향인과 INTJ의 기질적 특성이 만난 시너지의 결과물이었다. 워낙 부끄럼이 많아 사람을 상대하는데 에너지 소모가 큰 사람이, 직관력은 높아서 사람들의 마음을 민감하게 읽고 있으니 에너지 소모가 두 배 이상이 된 것이었다. 보통의 사람이 한 사람을 만나는데 10이라는 에너지가 소요된다면, 나라는 사람은 한 사람을 만나는데 50 정도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런 나를 위해 조정이 필요했다. 한계를 인정하고 나에 맞게 행동해야 했다.
파티에 가더라도 모든 사람을 상대하려고는 하지 말 것.
우리 집에 초대할 사람들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로 줄일 것.
보통의 사람이 파티에서 10명을 만나도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난 파티에서 단지 두 명 정도를 상대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사람이 좋다는 이유로 내 에너지의 한계를 벗어나 그곳에 온 모든 사람들을 다 상대해 보려 했던 것이 내가 한 치명적인 실수였다.
그래서 이젠 파티에 가도 모든 사람과 다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몇 사람들을 깊이 알기 위해 노력한다.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초대하기보다 몇 명만 초대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만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한다.
모든 사람들과 지침 없이 유쾌하게 떠들고 이야기하는 외향인을 볼 때면 아직도 부럽긴 하다. 하지만 뱁새는 황새를 쫓아갈 수 없다. 가랑이 찢어지지 않으려면 부럽긴 해도 나 자신의 한계를 알 필요가 있었다.
'파'음을 즐겁게 내려면 '파'음을 내기 전에 난 '파'음을 잘 낼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했다. 사람 많아 시끌벅적하고 어수선한 환경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온전히 '파'음에 집중할 수 있는 안락하고 조용한 환경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난 '파'음을 겨우 낼 수 있었다.
'파 ~~~'
이제야 겨우 음을 잡았다. 최불암 아저씨의 '파---'소리가 안 나고, 어디선가 꾀꼬리 비스무리한 '파'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놀 때도 욕심부리지 말고, 나라는 사람의 한계에 맞게 노니까 '파'가 술술 나온다.
음치 튜닝 ‘파’ 카드--한계에 맞게 노는 '파'티 카드
<그림: 나무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