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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향기 Sep 29. 2022

호주 아이들의 장래희망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난 처음으로 호주 학교 졸업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졸업식의 들뜬 분위기는 한국이나 호주나 마찬가지였다. 졸업식을 구경하러 온 가족들과 들뜬 아이들의 웃음소리, 아쉬운 아이들의 그렁그렁한 눈물, 모든 것이 나의 국민학교 졸업식을 다시 떠올려주었다.


하지만 졸업식이 시작되자 나의 어릴 적 졸업식과 많이 다른 호주 학교 졸업식 모습에 놀라게 되었다. 졸업생이 200명가량 되었는데, 아이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호명되고, 일일이 단상에 나가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졸업장을 받았다. 그리고 스크린에는 그 아이가 처음 입학했을 때의 사진과 아이의 이름, 좋아하는 과목과 장래 희망이 나란히 올라왔다. 신기한 일이었다. 아이들은 어릴 적 자신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서 훌쩍 커버린 자신의 모습에 의기양양해 기분 좋게 졸업장을 받으러 올라간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은 졸업장을 건네주며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장래 희망을 큰 소리로 알려주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일일이 축하해 주는 졸업식이라서도 신기했는데, 놀라운 것은 아이들이 말하는 장래희망이었다.


한국 어린이들의 장래희망은 어떨까? 나의 어릴 적을 되돌아보면 대부분 대통령, 과학자, 의사, 선생님 등 우리가 흔히 알 만한, 혹은 대단한 직업들이었다. 요즘은 어떨까 싶어 찾아보았더니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2021년 초등학생 희망직업 1위에서 10위*까지를 찾아보니 운동선수, 의사, 교사, 크리에이터, 경찰관 등이었다.


하지만 호주 아이들의 장래 희망은 달랐다. 내가 처음 들어보는 직업들도 있었고, 한국에서는 장래 희망으로 언급되지 않을 직업들도 많이 나왔다.


수질 연구가, 청소부, 쓰레기통 수거 운전사, 트럭 운전사, 공원 관리자, 네일 아티스트, 수도 미터 측정 기사, 잔디 깎는 사람, 차량 정비사 등등 다양한 직종들이 언급되었다.


놀라웠다. 한국에서라면 장래 희망으로 들어보기 힘든 직업들이 여기선 아이들의 장래 희망이었다. 특히 트럭 운전사와 잔디 깎는 사람을 장래 희망으로 말한 아이들이 꽤나 많았다. 물론 한국처럼 의사나 선생님, 운동선수가 언급되긴 했지만 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장래 희망이 언급되면서 졸업장을 받아 들고 단상에서 내려오는 아이들의 얼굴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들의 소중한 장래 희망이 꼭 실현되기를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이런 다양한 직업을 장래 희망으로 말한 것은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행복하게 일하는 모습을 통해 보고 느낀 경험 때문일 것이다. 즐겁게 일하고 제대로 된 임금을 받는 청소부, 활기차게 일하고 그에 맞는 보수를 받는 잔디 깎는 사람, 열심히 일하고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트럭 운전사들을 보아왔기 때문에 그들은 장래 희망으로 그들을 꼽았을 것이다.


아이들의 장래 희망은 어른들이 꿈꾸게 한다. 어른들이 얼마나 그 일에서 행복을 누리며 일하고 있는 지를 보고 들을 수 있어야만 그것이 그들의 장래 희망이 될 수 있다.


호주 아이들의 장래 희망이 사랑스러운 졸업식이었다.




 *교육부 자료2021 참고

(사진출처: 호주 베이워터노스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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