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옥타브 튜닝을 마치고,

by 나무향기

사람들은 저마다의 악기를 지니고 태어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생을 '노래한다'라고 한다. 사람이란 악기는 어떤 악기도 가질 수 없는 넓디넓은 바다와 같은 음역대를 가졌다. 그래서 누군가는 바이올린의 현이 튕겨나갈, 정수리를 몇십 개를 지나칠 높은 소리를 내기도 하고, 누군가는 해저 밑에서나 들을 수 있는 깊고 깊은 저음을 내기도 한다. 우리의 노래가 어떤 음역대에서 어떤 소리를 내든, 우린 우리의 소리가 '소음'이 아닌 '음악'으로 들리길 바란다.


하지만 우리는 조율이 필요 없는 타악기가 아니라 조율이 필요한 현악기에 가까운 존재들이다. 두들이기만 하면 소리가 나는 악기가 아니라 하나하나의 현에서 섬세한 소리를 내는 현악기와 비슷하다. 우리가 가진 현이 몇 개이건 간에, 시간이 지나면 현은 늘어지기도 하고 환경에 따라 느슨해지기도 해서, 제 모습을 잃은 현을 조이는 일이 필요하다.


피아노는 88개의 건반이 제소리를 내도록 조율을 해야 하고, 바이올린은 4개의 현을 수시로 조이고, 풀어가며 조율을 해야 한다. 누군가는 피아노처럼 자신을 조율해줄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누군가는 바이올린처럼 연주자가 스스로 자신을 조율하기도 한다. 어찌 되었건 우린 조율을 해야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들이다.


연주를 하기 전에 바이올리니스트나, 첼리스트는 무대 위에서 조율을 한다. 아무리 훌륭한 피아니스트라도 연주 전에 반드시 조율한 피아노를 점검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인생을 노래하기 위해 때론 자신을 조율해야 한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조율에 능한 것은 아니다. 조율해야 할 때를 놓치기도 하고, 조율이 안된 줄도 모르고 연주하기도 한다.


난 그 조율이란 것에 서툴러, 음을 마구 내지르는 바람에 '음악'이 아닌, '소음'을 내는 일이 너무나 많았다.


이제 한 옥타브의 음치 교정이 끝났다. 하지만 난, 아직 여섯 옥타브가 남은 피아노 같은 사람이다. 세상에는 4개의 현으로 자리도 없는 소리를 정확히 짚어내는 신비스러운 바이올린 같은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질 못한다. 제 자리가 명확히 있고, 그 자리를 짚어야만 소리가 나는, 고지식한 피아노 같은 사람이다. 바이올린 같은 사람들은 자신의 현을 스스로 튜닝하는 것에도 능하지만, 난 피아노처럼 누군가가 튜닝을 해주어야만 하는, 도움이 필요한 서투른 사람이다.


자폐아들은 타인의 감정을 읽어내고 공감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어 일일이 감정 단어와 표정 사진을 매칭 하는 연습을 한다고 한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나와 무척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일일이 음을 짚어가며 튜닝을 해야 그것이 어떤 소리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는 음치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자세한 설명과 실례가 필요했다. 내가 조율해야 하는 음들은 마치 자폐아가 감정 단어와 표정 사진을 매칭 하는 훈련을 하듯, 실제 삶의 경험에서 부딪히고 익히는 훈련을 필요로 했다.


비록 내가 능란하게 음을 짚어내는 바이올린 연주자 같은 사람은 못될 지라도, 튜닝을 계속하다 보면, 결국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인생 튜닝에서 이제 겨우 한 옥타브를 마쳤다. 하지만 아직 튜닝되어야 할 여섯 옥타브가 남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건반을 튜닝해 나가는 일이 힘들지만은 않다. 조이고, 당기고, 풀며 배우는 인생 튜닝은 내가 갖추어야 할 퍼즐 조각들을 찾는 여행 같아 기대가 된다. 튜닝 후에 아름다운 소리를 낼 나의 연주가 기대가 된다.


물론 한번 튜닝했다고, 더 이상 튜닝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닌 걸 잘 안다. 현은 언제고 늘어지고 느슨해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때마다 열심히 튜닝을 해보려 한다. 그리고 아직 마치지 못한 다음 옥타브 튜닝을 즐겁게 시작해 보려 한다.


<그림:나무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