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비상

by 나무향기

'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까, 싫어하는 사람이 많을까.

'파리'라고 하면 가장 먼저, 지저분하고, 성가신 존재라는 생각부터 떠오른다. 어느 누구에게서도 '파리'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 '파리'는 위생상태의 척도가 되기에 어느 곳에서도 한 마리의 파리도 용납이 안되고, 그의 자녀들인 구더기들 역시 파리와 매한가지 취급을 당한다.

사람들은 파리만 보면 파리채를 들고, 파리가 날아다니면 내쫓기 바쁘다. 파리는 그처럼 환영받지 못할 존재이다.


난, 내가 가진 단점들이 그런 파리 같은 존재라고만 생각했다.


난 나의 '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못생기고, 지저분하고, 뭔가 찝찝한 그런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할 그 왱왱거리는 파리 소리 같았다. 난 나의 단점들이 너무 커 보였다. 나의 '파'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의 성가신 단점들만 콱콱 와 박히는 것 같아, '파' 소리 내기를 주저했다. 혹시 '파'소리를 내다가 파리채라도 날아와 채질을 당하진 않을까 싶었다. 나의 '파'는 점점 더 기어들어갔다.


DJ DOC 노래처럼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던 철없던 어린 시절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남에게는 관대하고, 나에게는 막 대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난 나의 단점들을 어루만지지 못했다. 나의 단점을 홀대하고, 업신여기고, 경멸했다.




어느 날 친구와 산책을 하는데, 파리 한 마리가 주변에서 왱왱거렸다.

"나 아침에 샤워하고 나왔는데, 왜 파리가 자꾸 날 따라다니는 거지?"

나는 파리를 쫓으려 팔을 휘둘렀다. 그때 친구가 말했다.

"파리가 니가 좋은가 보다. 그냥 냅둬. 언젠가 가겠지."

"싫어. 나 파리 싫단 말이야. 파리는 딱 질색이야."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야, 파리도 가만히 보면 얼마나 예쁜 줄 아니? 자세히 보면 다 그 나름의 예쁨이 있어. 파리 색이 얼마나 고운데. 너 초록빛 파리 못 봤어?"


파리를 예쁘다고 하는 이 친구는 괴짜 중에서도 괴짜 친구인데, 오늘은 그녀의 말이 괴짜로 들리지 않는다. 맞는 말인 것 같다. 파리를 잡으려고 코 앞까지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본 파리의 빛깔은 청동색의 아름다운 빛깔이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빛도 잠시, 나는 파리채를 내려쳤다. 제 아무리 파리의 빛깔이 예뻐 본들, 파리는 파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랬던 나의 행동이 스쳐가며 친구의 말이 마음에 대롱대롱 매달린다.


하지만 난 다시 그녀에게 반박했다.

"파리가 예뻐본들 파리지. 구더기 보면 넌 징그럽지도 않아? 으... 끔찍해. 너 설마, 구더기가 예쁘다는 말은 못 하겠지?"

"글쎄, 어떻게 보느냐의 관점 차이가 아닐까? 구더기나, 나비 애벌레나 뭐가 달라? 길이의 차이와 색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다 기어 다니는 어린 유충이야. 그리고, 내 생각엔 그 어느 유충보다도 구더기가 더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은데? 구더기가 없으면 어디 쓰레기 넘쳐서 살 수나 있겠니? 걔네들이 다 분해시켜주니까, 우리가 깨끗하게 살 수 있는 거지. 우리 할머닌 옛날에 된장에 구더기가 있어도 걷어내지도 않으셨어. 구더기가 장맛을 더 숙성시켜 준다고 하시던 걸. 너 그거 모르지? 구더기가 치료 목적으로도 사용되기도 해."


괴짜는 역시 괴짜였고, 그녀는 괴짜로서 갖추고 있는 다양한 지식들을 나에게 뿜어주었다. 그녀의 말이 또다시 마음 가장자리에서 대롱거린다.


내가 더럽고, 징그럽다고만 생각했던 구더기가 알고 보면 익충이라고?

내가 잡으려고만, 내쫓으려고만 생각했던 파리가 자세히 보면 예쁘다고?


내게서 나는, 파리 소리같이 왱왱거리는 '파' 소리는 어쩌면, 그 이면에 아름다움을 품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 내게 내내 거슬리기만 해서 나에게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던 단점들이 어쩌면 다른 방면으로 유익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이제는 세상에 없는 나의 친구 Joy가 생전 나에게 한 말이 생각났다. 그녀는 나보다 서른 살이 많았지만 우린 친구라 서로의 마음을 터 놓고 지냈다. 어느 날 그녀에게 난 나의 내성적이고 부끄럼 많은 성격이 너무 싫다고 했다. 언제나 조용하기만 하고, 남 앞에서 말도 잘 못하는 내가 너무 싫다고 했을 때,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넌 말을 잘 못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세심하게 살피는 사람이야. 늘 잘 살피느라 말을 아끼는 거지. 네가 가진 그런 점을 싫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네가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점들이 누군가에겐 장점이 될 때도 많거든."


나의 '파' 소리가 내 귀에 파리 소리처럼 왱왱거려도, 정말 누군가의 귀엔 좋은 소리로 들릴 수 있을까?

아직 자신 없지만, 용기 내어 힘차게 높은 파를 소리 내어 보았다.

'파~~~'

아직도 파리 소리가 나긴 난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파'소리에 박수를 쳐 주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말해 주었다.

"너의 '파'에서는 청동빛이 느껴져."


청동빛 '파'. 파리 소리가 날지언정 나의 '파'는 아름다운 청동빛을 가졌다?

'파'음을 하늘로 다시 띄워본다.

'파~~~'


내가 그렇게도 떨치려고 했던 많은 '파'들이 청동빛을 품고 하늘로 떠오른다.

청동빛 파리가 날아오르는 것만 같다. 파리의 비상이다.


나의 '파'를 미워하지 않고, 내려치지 않고, 쫓으려 하지 않고, 하늘로 곱게 띄워 주니 이제야 아름다움 '파'소리가 나는 것 같다.

'왱~~~'

'파' 소리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음치 교정 '파' 카드-- 단점이 있어도 청동빛으로 날아오를 '파'리 카드


<그림: 나무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