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박

by 나무향기

우박이 비 오듯 쏟아져 내리는 걸 경험해 본 사람이 얼마나 되는 진 모르겠지만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탁구공만 한 우박들이 쏟아지는 걸 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우리 집 지붕은 양철지붕이라 비가 와도 후두둑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 탁구공만 한 우박이 쏟아지니 이 세상 종말이라도 오는 것처럼 모든 게 부서져 버릴 듯한 굉음으로 귀를 막고 두려움에 떨었던 기억이 난다. 차는 물론이고 유리창 방충망이 다 찢어지고 부서지고, 공들여 가꾼 정원이 아주 폐허가 되었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차나 유리창이나 방충망은 아예 망가져버려 새것으로 바꾸어야 했지만 신이 주신 자연은 스스로를 치유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황폐해져 버린 정원은 우리가 한국에 다녀온 사이 비와 해가 돌본 덕분에 다시 아름다운 정원으로 돌아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줄기와 가지에 아직도 우박의 상처가 있고, 어떤 가지는 죽게 되어 쳐내야 했지만, 쳐낸 가지에서 싹이 돋고, 상처 난 줄기에서는 꽃이 피었다.


사람살이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갑작스레 쏟아진 우박 같은 상황에 피하지도 못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고, 어떤 부분들은 잘라내 버려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하지만 신은 '치유'라는 선물을 주셨다. 여전히 흉터가 보일지 모르나 결국 새로 돋은 살이 상처를 감싸 안고 이전보다 더 보드라운 살갗이 우리에게 주어진다. 상처가 아무는 ‘치유’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다만 우리가 할 일은 꿰매어진 상처를 계속 들여다보며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시간을 허락하는 것이다.


흉터가 있어도 우린 여전히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우리에게 비와 해와도 같은 인생의 아름다운 원칙들을 적용하기만 한다면 우린 정말 아름다운 인생의 꽃을 피울 수 있다. 서로에게 우박 같은 말이 아닌 친절한 말로 서로를 세워 준다면 이 아름다운 정원의 꽃과 같은 사람들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