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독에 빠진 개미

by 나무향기


개미가 줄을 지어 찬장을 기어가고 있다. 내 부엌에 개미 군대가 소집되었다. 나도 궁금하다. 내 부엌에 무슨 비상사태라도 난 걸까? 찬장 문틈으로 줄지어 가던 개미의 도착지는 바로 꿀병이었다. 꿀병이 좀 크니 꿀독이라고 할까? 꼭꼭 뚜껑을 닫아 두었는데도, 개미는 고양이처럼 액체스런 몸을 가졌는지 꿀병에 하나 둘 기어들어가고 있다. '그래, 꿀도 많은데 좀 먹어라. 나눠먹고살자.'라는 심정으로 개미를 그대로 두었다. 몇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 개미가 너무 많이 몰려 안 되겠다 싶었다. 꿀독을 치우고 뚜껑을 열어본다. 꿀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마약 먹은 사람처럼 비실 비실대는 개미와 이미 생을 마감한 개미의 사체가 꿀 위에 너저분히 떠 있다. 개미와 사람은 많이 다를까?




책을 즐겨 읽는 사람으로서 아쉬울 때가 있다면 서점의 인기 도서 목록에는 언제나 '돈'과 관련된 도서가 대세라는 것이다. 어느새 베스트셀러 목록에선 '부자'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책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다들 부자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다. 심지어 건강도서에서도 '부자'가 들어가야 책이 팔린다고 하니 사람들이 얼마나 부를 추구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나도 돈이 싫지 않다. 돈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 많고, 돈이 있으면 편한 것도 많다. 하지만 난 돈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돈이 내 인생의 목표는 아니다.


돈, 돈, 돈 하면 머니(money)도 떠오르지만 동시에 돼지도 떠오른다. 같은 '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한하게 그려지는 이미지도 비슷하다. 깨끗하지 않은, 욕심 많은 그런 이미지 말이다. (돼지를 사랑하시는 분께는 죄송) 옛날엔 돈을 밝히면 부끄러운 일이었는데 세상이 바뀌어 지금은 아주 당당히 돈이 인생의 목표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누구의 말처럼 각자의 가치관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의 가치관에서는 이런 현실이 유쾌하지만은 않다. 아니, 부끄럽다고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어쩌다 우리는 돈독에 빠진 세상에 살게 되었을까?


돈은 꿀처럼 달다. 하지만 돈을 제자리에 둘 때만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 자신과 가족 부양을 위해 돈을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을 돕는 데 돈을 사용할 때 우린 행복을 느낀다. 그것이 돈의 '제자리'이기 때문이다. 돈이 가장 가치를 발휘할 때는 돈을 벌 때가 아니다. 돈을 쓸 때, 돈을 사용할 때 돈의 가치가 발휘된다. 통장 속 잔고로 찍힌 숫자는 내 마음만 든든할 뿐 힘을 아직 발휘하지 못한 상태이다. 내가 필요해서 무언가를 사야 할 때, 혹은 해야 할 때, 그 가치를 지불하기 위해 사용되는 돈이 의미 있는, 가치를 발휘하는 돈이 된다. 돈은 이렇게 무언가를 위해 사용되는 수단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돈이 수단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돈을 신처럼 모시고, 돈의 지배를 받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돈으로 결코 행복을 느낄 수 없다. 내가 돈의 주인일 때만 행복을 느낄 수 있지, 돈이 나의 주인이 되면 행복도 사라진다.


돈을 가치 있게 수단으로 사용할 때 돈은 진정한 의미를 찾게 된다. 마치 꿀을 빨아먹던 개미가 정신 차리고 꿀을 날랐어야 하는데, 꿀독에 빠져 헤롱 거리다 결국 꿀독이 올라 죽는 것처럼, 돈으로 인한 행복을 느꼈다면 그 돈을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신 못 차리고 돈독에 빠져 헤롱 거리다 결국 돈독이 올라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 것과 같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가져갈 것이 없기 때문이다. 돈을 평생 추구하면 결국 가져가지 못할 돈만 남기고 가게 될 것이다. 돈을 적절히 가치 있게 사용한 사람은 그 옆에 사람들이 남는다. 예수께서도 ‘자신을 위해 불의한 재물로 친구들을 사귀라’ 고 말씀하셨다.(누가 16:9) 돈으로 친구를 매수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 있을 때 돈을 가치 있게 우리 주위의 사람들을 위해 사용한다면 우리 옆에 그들이 친구가 되어 머물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돈은 분뇨와 같아 한 곳에 쌓아두면 악취가 나고, 나누어 흩뿌리면 거름이 된다’ 는 말이 있다. 아무리 움켜쥐려고 해도 결국 모래처럼 내 손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 돈이다.


돈의 주인이 되어 누군가에게 거름이 될 것인가, 돈의 노예가 되어 악취가 될 것인가?


<사진출처: communications of acm>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