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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Dec 04. 2020

뜨개질을 시작했다

번아웃 증후군

 최근 들어 회사 일로 너무 바빴다.


 연말인데도 불구하고 몰려 들어오는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쁘게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정신은 예민해져 갔고 동시에 글을 쓰는 일에도 점점 소홀해져 갔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마음의 힐링을 누렸던 때는 저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일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크고 작은 사람들 간의 협의와 논쟁으로 지친 마음속은 쉼만 외치고 있었다.


번아웃 증후군


 직장인들 사이에서 많이들 이야기하는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일에 지나치게 몰두함으로써 업무로 인한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육체적, 심리적 기력을 모두 소진한 상태를 의미한다. 열정적으로 일에 에너지를 쏟아내다가 갑자기 모두 불타버린 연료 같이 무기력해지는 증상이다. 최근의 내가 느끼는 감정이었다. 열심히 주어진 일을 처리하다가 갑자기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업무와 일상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었다.

 

 그 무렵 색다르게 시작한 취미생활이 있다. 평소라면 손도 대지 않았을 취미였을지도 모르나, 갑자기 올 겨울엔 뜨개질이라는 것이 해보고 싶었다.

 가볍게 시작한 뜨개질은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잡생각들에 짓눌려 머리가 복잡할 때에 한 코 두 코 코를 빠뜨리지 않고 짜려고 온 정신을 집중해 뜨개질을 하다 보면 귀신같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좋았다. 자꾸만 마음이 퇴근하지 못하고 오늘 해결하지 못한 일과 과거에 후회했던 상황들,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짬뽕이 되어 머릿속을 한 가득 메우고 있다면 생각 정리가 필요하다.


시도 때도 없는 잡생각은 청소기로 싹 정리가 한번 필요하다


 내가 찾은 해결책은 뜨개질이었다.

 뜨개질을 하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잡생각이 사라졌고 그로 인해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뜨개질은 꽤 반복적인 행위임에도 자칫 딴생각을 하면 코를 빠뜨리거나 잘못 뜨게 되어 애써 뜬 코를 풀고 다시 처음부터 짜야한다. 그러다 보니 적당한 집중력도 필요로 했고 잡생각을 떨치기에는 그만한 취미가 없었다. 평안을 찾고자 시작한 게 벌써 몇 주만에 목도리를 세 개나 떴다. 잡생각 해소와 함께 올 겨울을 따뜻하게 나게 해줄 목도리까지 덤으로 얻은 것이다.


기억을 지우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잡생각을 없애는 것 역시 어렵다


 이미 생각이 계속 나는 것을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할수록 오히려 더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을 ‘리바운드 효과’라고 한다. 이처럼 자꾸만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자! 라고 다짐하는 것보다 반복적인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는 소소한 활동을 찾는 편이 나에겐 더 도움이 되었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잡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면, 그 심리적 압박감을 메워줄 소소한 취미생활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꼭 무언가 대단한 취미 활동이 아니어도, 반복적인 단순 작업이나 혹은 별 것 아닌 일이라도 그 활동에 집중해서 소소한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이라면 뭐든 좋다.


 생각을 떨쳐낼 수 없다면
생각의 자리를 옮겨야 한다


 그렇게 조금씩 번아웃 증후군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고 치유해나가는 것이 오랜 직장생활을 위해 필요한 습관이지 않을까 싶다.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한 식당에서. by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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