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런하기 위한 직장생활
젊은 청춘들이 겪는 직장에서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 <미생>이 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입사 직후의 기쁨과 패기도 잠시 나 역시도 직장생활에서 연차가 쌓일수록 다가오는 업무의 높은 장벽과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한창 자존감이 낮았던 시기가 있다.
실력 있는 분들은 주위에 너무나도 많았고 똑같은 배움과 가르침을 받아도 그것을 습득하고 본인의 것으로 내재화하여 성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동료들은 너무나 많았다. 나도 얼른 능력을 갖추어서 성과를 만들어내야지 하는 생각에 주말도 반납하고 일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내가 최고가 되어 모든 업무에서 완벽한 일 처리를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직장생활은 벼락치기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항상 일 처리를 완벽하게 잘 해내시는 분, 특유의 공감능력과 판단력으로 의사결정을 잘하시는 분, 오랜 업무 경험으로 작업 노하우가 생기신 분 등. 수많은 분들께 끊임없이 배우고 습득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롱런하려면 직장생활을 하는 나의 마음가짐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시 퇴근하고 <미생>을 보면서 많은 공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장그래는 주위의 시선에서 느끼는 자신의 한계와 이전 삶에 대한 후회, 그 속에서 느끼는 좌절감을 극복하고 한층 더 성장한 인물이 되었다.
나 또한 5년 아니 10년 차쯤이 되면 직장에서 성장했다는 느낌을 온전히 받을 수 있을까? 노력해도 한 곳에 멈춰있는 것만 같았던 나에게 필요한 것은 꼭 눈으로 보이는 성과와 수치적인 업적이 아닐지라도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는 믿음이 필요했다.
오늘도 내가 성장해나가고 있구나.
나도 하루하루 성장할 수 있구나.
라는 느낌 만으로도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롱런을 위해 필요한 것은
크고 작은 성취감이다
내가 그리는 직장 생활은 이렇다.
편안한 마음으로 출근해서
일하면서 열심히 배우고
퇴근할 때는 한층 더 성장한 느낌을 갖는 것
그것이 퇴근 후 내 삶에 다시 돌아왔을 때 편안함과 행복감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회사는 배우러 오는 곳이 아니라고도 한다. 직장 생활을 즐겁게 하려거든 돈 내고 학교를 다니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처럼 직장 생활에 대한 나름의 신념을 갖고 웃으며 즐겁게 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 어렵고 힘들다고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니 이해한다.
하지만, 직장생활 2년 차쯤 되었을 때 직장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꾸게 해 주신 한 차장님이 계셨다. 그분 밑에서 배우고, 느꼈던 기억들로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버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을 대하는 방식이나 일할 때의 즐거움, 성취감이 무엇인지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 주셨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차장님이 나에게 자주 하셨던 말씀이 있다.
일을 즐겁고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냥 이 말만 하셨다면 소위 말하는 꼰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한마디를 나에게 하시기 위해 뒤에서 너무나 많은 서포트를 해주셨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나에게 재미있고 성취감을 느낄만한 일을 주기 위해서 본인은 자칫 무료할 수 있는 문서 작업, 엑셀 정리 등을 먼저 도맡으셨다고 한다. 일감이 여러 개 왔을 때 어떤 일을 주면 내가 재미있어할까? 어떤 일을 궁금해하면서 호기심을 가지고 할 수 있을까? 고민해서 일을 주신다고 하셨다. 후배가 많이 배우고, 즐겁게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일하는 후배들을 볼 때 같이 일하는 나도 즐거워진다고 하셨다. 자연스럽게 일을 대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실제로 호기심과 흥미를 갖고 일을 할 때에 성장 속도가 배로 늘어난다.
덕분에 나는 다양한 개발을 많이 경험해보고 크고 작은 성취들을 통해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는구나. 내가 성장해나가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매일매일 가질 수 있었다. 사수라면 다 그런 것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후배에게 양보하기보다는 내가 더 재미있고 성과를 내보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건 탓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황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므로. 아무래도 저 연차에게 다소 무게감이 있는 일을 맡기면 혹시나 문제가 생겼을 때의 책임도 사수가 직접 짊어져야 하는 것을 의미하기에 위험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걱정하지 말고 한 번 해봐요
안 되면 그때 내가 마무리할게요
차장님은 내가 불안해할 때마다 다그치기보다 잘 안되어도 자신이 처리해줄 수 있음을 항상 말씀해주셨다. 그 안도감으로 여러 업무들을 해낼 수 있었고 해낸 후에 칭찬과 격려 또한 온전히 내 몫으로 남겨주셨다.
사실 처음에는 퇴근해서 잠들 때까지 업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해결을 못해서 머리를 싸맨 날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속으로 어려운 일을 주신 차장님을 원망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기회와 경험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임을 알기에 감사하다.
내가 사수가 되었을 때도 후배가 일하는 환경과 마인드까지 챙길 수 있을까?
답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가 완벽한 일 처리 수준이 되어야 하고 후배의 성장을 믿고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선배가 되어야 한다. 즉, 좋은 선배가 되려면 업무 능력도 온전히 갖춰야 한다.
지금은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차장님과 일하면서 배운 기억으로 앞으로 어떤 곳에서 일을 하더라도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일을 대하느냐가 앞으로의 내 직장생활의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일을 대하는 마인드와 지속된 성취감
언제나 차장님과 같은 분이 내 주위에 계실 수는 없다. 이전에는 내가 생각하지 않아도 차장님이 성취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시고 자연스럽게 그 위에서 부단히 배우고 성장했다면, 이제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직장생활의 롱런을 위해 지속된 성취감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연차가 쌓일수록 성취 환경은 내가 만들지 않으면 아무도 만들어주지 않는다.
크고 작은 성취를 꾸준히 느낄 수 있도록 나만의 환경을 잘 만들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