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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나무 그늘이 필요할 때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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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namu Oct 15. 2020

하기 싫은 게 죄는 아니잖아?

하기 싫은 감정 그대로 받아들이기

최근 들어 '하기 싫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는가?

점점 나이가 들어갈수록 다른 사람 앞에서 '하기 싫다'라는 문장을 내뱉은 적이 없는 듯하다. 나이가 어느 정도 쌓이면 하기 싫다는 말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하기 싫다고 말하려면 최소한 하기 싫은 사유 혹은 내가 할 수 없는 이유를 상대에게 설득시켜 야만 그 일을 기꺼이 안 할 수 있다. 때로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대신해줄 사람을 찾아야 될 수도 있다.

물론 나 혼자 하는 일에 대해서는 예외이다. 일례로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라며 나 자신만 설득시키면 하기 싫은 운동과 절식을 손쉽게 안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있는 공동체 안이라면 다르다.

그저 하기 싫다는 말로는 아무도 나에게
그 일을 하지 않을 자유를 주지 않는다

그렇게 점점 ‘하기 싫다’라는 표현은 내 삶에서 자취를 감춰갔고 자연스럽게 하기 싫은 일도 눈감고 꾸역꾸역 해 나가고 있다. 그것이 어른이 되어 감당해야 할 첫 번째 몫이라고 생각했다.

하기 싫다고 말해도 결국은 내가 그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음을 수십 번 반복 학습에 의해서 배웠기에 자연스러워진지도 모른다. 어차피 할 거면 하기 싫다는 생각을 의식적으로라도 없애야 내 마음이 편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은 하기 싫어도 ‘넵’ 하고 대답하는 능력에는 도가 텄다.

하기 싫은 감정이 죄는 아니다. 하지만 하기 싫다고 곧이 곧 대로 말하면 죄가 된다.

결국 안 할 수 없다면 하기 싫은 일을 어떻게 강도를 줄일 수 있을지 그 유연함이 필요하다.

가끔은 하기 싫은 일을
안 할 수 있게 만들어내는 지혜도 중요하다

즉, 하기 싫다는 내 마음을 이용하는 것이다. 결국 하게 되는 일이라 할지라도 억지로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덜 하기 싫은 일로 만들어서 하는 것이 일의 능률에도 더 도움이 된다.

‘넵’이라고 대답부터 하기 전에 이 일을 진짜 내가 꼭 해야 되는지, 나여야만 하는지, 이 일을 했을 때 나에게 혹은 주변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다른 방법으로 해 볼 수는 없을지 최대한 고민해보고 ‘넵’ 하자는 것이다. 일례로 업무 요청이 오면 요구사항대로 빈틈없이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요청을 해 주었을 때의 발생할 또 다른 이슈와 영향도 또한 고려해야 한다. 때로는 한 가지의 일을 함으로써 열 가지, 스무 가지의 일을 해주는 격이 되는 일도 빈번하다.

직장에서 업무 분장이 한 차례 끝나고 다른 과장님의 일을 받아서 하게 된 적이 있다. 일주일 정도 과장님께 업무 인수인계를 받고 일 한지 한 달째 되는 때였다. 과장님은 나에게 커피 한잔 하자고 부르셨다. 잠시 머뭇거리시더니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가끔은 ‘어떻게 하면 좀 안 해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갖고 해 보는 것도 좋아요

꼭 해주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일을 최소화시킬 줄 알아야 더 일을 잘할 수 있어요.

물론 나는 진짜 하기 싫어서 그랬지만요

왜 그런 말씀을 해주셨을지 단번에 알았다. 나는 업무 요청이 오면 어떻게 이 요청을 잘 처리해줄 수 있을까?부터 고민하다가 지나고 보면 전체를 보지 못했을 때가 많았다. 전체를 보지 못해서 한 가지 일을 해주고 그 일의 여파로 다른 이슈들이 생겨서 배로 고생했던 적도 있다. 그 과정이 지속되면 어느새 하고 싶어서 해주었던 일도 하기 싫은 일이 되어있곤 했다. 전체를 보는 것은 상대방의 몫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많이 고민해서 보아야 한다.

그때부터 마음 구석 어딘가에 숨겨두었던 ‘하기 싫다’라는 생각을 다시 습관적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과장님의 말처럼 때로는 ‘하기 싫다’라고 생각해야 다른 생각도 가질 수 있고 다른 방법도 고민해볼 수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하기 싫다는 감정을 끌어올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하기 싫어 라고 백 번도 더 외칠 수 있었지만 하기 싫다는 감정과 함께 어떻게 안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일을 주는 사람에게는 보통 그 사람이 원하는 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번씩 하기 싫은데.. 를 떠올려 봄으로써 혹시 모를 이슈의 발생을 줄이고 나의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

그렇기에 하기 싫다는 감정은
꼭 부정적이고 나쁜 감정만은 아니다

하기 싫지만 안 한다는 게 아니므로,

조금이라도 덜 하기 싫은 방법을 찾아서 한다는 것은 오히려 좋은 일이다.

하기 싫으면 다 놓고 그냥 침대에 누워있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격렬하게 하기 싫어서 어떻게든 안 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것은 나쁜 일이 절대 아니며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결과적으로 더 좋은 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기 싫다는 감정에 당당해져도 된다

하기 싫다는 생각을 역으로 이용하면 그 일을 좀 더 쉽고 편하게 할 수도 있다. 때문에 하기 싫은 마음이 생길 때 요즘 무기력증인가.. 하면서 의욕 없는 내 모습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이와는 별개로 때로는 고통이 밀려올 만큼 진짜 하기 싫은 일도 있다. 그런 일은 생각하기도 전에 하기 싫어서 몸이 먼저 반응하기도 한다. 무언가를 하기 싫은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너무 어려워서 혹은 너무 쉬워서, 그 사람이 싫어서 혹은 그 사람이 좋아서, 부담감 때문에 혹은 자만심 때문에. 때로는 단순히 그냥 그 시간에 하기 싫을 수도 있고 좋아서 시작했는데 하면 할수록 하기 싫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반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면 꽃길만 걸을 수 있을까?

어쩌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빙상여제 이상화, 피겨 여왕 김연아, 싱어송 라이터 아이유 등 운동이 좋아서, 음악이 좋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행복하다고 하지만 그 좋아하는 일을 하기까지 그들의 삶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이유 하나로 하기 싫은 일 수만 가지를 버텼을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는 ‘하기 싫은 게 죄는 아니잖아!’ 하고 사람들에게 외칠 수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하기 싫어 힘들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금세 이상하게 쳐다본다. 오히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왜 그러냐고 되물을 것이다.

한 유명 작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글쓰기이지만 제일 싫어하는 일은 글 쓰러 책상까지 가는 일이라고 했다. 막상 자리에 앉기만 하면 어떻게든 글을 쓰게 되지만 쓰러 가기까지 마음먹는 그 시간은 지옥 같다는 것이다. 이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안타깝지만 항상 하기 싫은 일들이 수반된다.

남이 바라보았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부러워해도, 그 모습을 만들기 위해 오히려 하기 싫은 일을 더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안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하기 싫은 일을 조금은 담담하게 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답정너’ 결론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 하는 것보다 ‘하기 싫은 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당당히 소리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을 버텨낸다는 심정으로 해보자.

지금 격렬하게 무언가를 하기 싫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