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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Oct 12. 2020

저마다 각자의 ‘서른’이 있다

내가 맞이할 서른은 자격조건이 아니다

 내 나이 스물아홉.

 어느새 시간이 흘러 낼모레 서른을 앞두고 있다.


서른,
스물아홉에 바라본
30대의 첫 시작


 서른이 된다는 것은 이십 대의 마지막을 앞둔 청춘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의미로 다가온다. 불안정하고 치열했던 이십 대를 정리함과 동시에, 단단해진 자아와 경제적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오롯이 독립한 삶. 사회에서 서른이 주는 책임감의 무게를 기꺼이 짊어져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서른의 삶이라면, 나는 아직 준비가 한참 덜 된 것이 분명하다. 승진, 연애, 결혼, 독립, 내 집 마련 등. 언제쯤 사회에서 온전한 서른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


 어릴 적 나름대로 그려본 서른 즈음의 자화상이 있다. 당시에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모습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자화상의
절반도 이루지 못했다


내가 그렸던 서른이 되면


직장에서

 <미생>의 극 중 안영이처럼 빈틈없는 일 처리를 하고 내 일에 대해서 만큼은 완벽한 지식을 갖고 리딩 할 수준이 되기


가정에서

 부모님께 번듯한 딸이 되어 효도하며, 지금쯤 사랑하는 배우자와 결혼해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매일 밤 거실 소파에 앉아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함께 고민하기


인간관계에서

 어릴 때처럼 연연하지 않고, 덜 상처 받으며 내 소신은 눈치 보지 않고 또렷하게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



 이것이 내가 어릴 적 생각했던 서른의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상처에 취약하고 이미 내가 아는 것보다 새롭게 배워야 할 것들이 훨씬 더 많다.


 이쯤 되면 서른의 의미를 다시 세우는 편이 나을  같다.


 내가 재정의한 서른이 된다는 것은.


  20대를 마무리하는 최종 단계라기보다

그저 길고 긴 인생에서
중간 평가 정도의 단계로 보는 편이 좋겠다


 중간 평가는 말 그대로 '중간' 평가이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을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내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를뿐더러, 서른이 된 시점에서 세운 인생 계획표에 따라 앞으로의 삶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서른은 공식적으로
저마다 서른 살에 인생 고민을 한 번쯤
하고 넘어가자라고 공표하는 시기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른은 자격조건이 아니다.


 세상이 서른 살에 부여한 여러 잣대를 들어 ‘당신은 서른으로 인정합니다.', 내지는 ‘부족하네요. 당신은 서른 자격이 없어요' 하고 나를 평가하고 다그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서른의 자질 중에 3가지는 갖추었습니다
하지만 7가지는 아직입니다

식의 반성 모드로 답하지 않아도 된다


 인생을 살면서 가끔은 페달을 멈추고 바퀴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 혹시 내가 너무 지친 상태는 아닌지 점검이 필요한 때가 있다. 긴 인생에서 쉬어가고 생각하는 시간은 너무나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누구나 각자의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아직 나는 너무 준비된 게 없는 것만 같고, 주위에서 혹은 SNS에서 저마다 똑 부러지게 서른을 잘 맞이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괜스레 우울해지기도 하고 혹시 나는 시작 단추부터 잘 못 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공자는 나이 서른을 이립(而立)이라고 했다.


 이립(而立),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서 움직이지 않는, 스스로 뜻을 세우고 설 수 있는 나이.


 하지만 이립의 때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좀 더 빨리 올 수도 있고, 마흔이 다 되어서야 뒤늦게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립이 꼭 서른 전후에 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몰라. 지금이 나쁜 순간인지 좋은 순간인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만 알 수 있는 거잖아


<웹툰 유미의 세포들 中>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저마다 시간이 지나면 좋은 순간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나쁜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즉, 결과는 그 시간이 와야지만 알 수 있다.


 어릴 적 펑펑 울었던 날들을 또렷이 기억하는가?

 가장 처음에 가졌던 내 꿈이 무엇인지 기억나는가?


 우선 나는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기억이 나는 분들이 있다면, 과거의 그 날과 그 꿈이 지금 내 삶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생각해보자. 그러면 과거는 꼭 미래의 평행선이기만 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곧, 주위에서 그간 멋쩍어 선뜻하지 못했던 난감한 질문들이 쏟아질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기억하자.


내가 서른이 되었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서른을 증명해 보여야  이유는 없다

 

 서른은 더 나은 미래를 시작하기 위한 중간 점검 시간일 뿐이다. 아직 부족해도 주어진 시간에 꼼꼼하게 다시 내 인생을 재 설계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모두의 서른은 충분하다.





거실에서   by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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