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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Oct 13. 2020

자신을 구겨 넣지 마세요

내면의 깊이를 쌓아올리기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일정 주기로 숙제처럼 내가 다다른 높이를 측정하고 더 높이 올라가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끼고 처한 현실에 좌절하기도 한다.


 아직 다음 단계로 넘어갈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음에도 억지로 타인의 시선에 나를 구겨 넣으며 본인이 가진 높이를 힘겹게 조절하는 경우도 있다.


 삶의 측정 단위에는 ‘높이’와 ‘깊이’가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둘의 방향성은 분명하게 다르다.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과 인기 순위를 매기는 경연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SNS에서는 조금만 눈길을 돌리면 나보다 훨씬 화려하게 잘 지내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어찌 보면 현대인에게 타인의 높이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은 예기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누군가의 높이를 부러워하지만
그것만으로 그 사람을 존경하지는 않는다


 타인의 높이는 잘 들여다보면 실상은 깊이가 없는 허울뿐인 높이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타인의 높이를 그 사람의 완전한 상태로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 스스로에게 상처를 줄 필요가 없다. 한 분야에서 최정상의 경지를 달성한 사람들 중에서도 정작 내면의 깊이는 채우지 못한 채 달려와 마음은 허한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타인의 높이와 시선에 더 이상
나를 구겨 넣지 말자


 나보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은 항상 있다. 역으로 나보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도 항상 존재한다. 위아래를 보지 말고 지금의 나에게 집중해서 내면의 깊이와 내실을 다질 때에 비로소 다른 사람들의 높이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당당해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수 ‘아이유’를 좋아한다. 노래뿐만 아니라 작곡, 작사, 연기 등 다방면에서 실력 있는 뮤지션이다. 비교적 어린 나이임에도 언행에서 마음의 건강함과 단단함이 느껴지는 가수이다. 이와 별개로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갑내기여서 더 애착이 갔는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유에게도 노래를 부르기 힘들 만큼 큰 슬럼프가 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대화의 희열>에 출연해서 한 이야기에 따르면, 아이유가 22살일 때에 슬럼프가 엄청 크게 왔다. 그때는 ‘좋은 날’이 한 차례 히트를 하고 연이어 ‘너의 의미’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소위 말해 ‘대박의 해’였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가장 안 좋았던 시기라고 한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무대가 너무 무섭고, 방송도 무섭고, 자꾸만 땀이 나서 정상적으로 노래를 할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렀었다고 한다. 그전까지 내가 노래했던 경력이 다 없어진 것만 같은 느낌과 함께 ‘전에는 어떻게 했었지.. 내가 할 수 있을까?’ 불안에 떨며 신경 안정제를 먹고 무대를 했다고 한다.


 ‘좋은 날’이라는 명 히트곡과 함께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던 시기가 왜 반대로 아이유에게는 가장 불안했던 시간이었을까? 아이유는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말했다.


나는 아직 이만큼 밖에 없는데,

사람들은 나를 너무나 크게 보고 있고

그 거품이 사라지면

대중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너무 무서웠어요.


일이 잘되면 잘 될수록 더 불안했어요.

계속해서 거품이 만들어지는 느낌.

이게 어느 순간 다 빠지고

나를 밀도 있게 압축해서 보았을 때

나는 별 게 아닌 존재가 될까 봐 무서웠어요.


<무대의 희열에서 아이유의 답변 中>


 그때 직접 프로듀싱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불안하면서 근사해 보이게 사느니
초라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아이유는 사람들에게 비친 자신의 높이에 대한 불안감을 프로듀싱 작업을 통해 깊이를 채우는 것으로 극복해나갔다. 결국, 지금은 노래와 작사, 작곡 모두 가능한 인정받는 씽어쏭 라이터가 되었고, 본인의 결과물에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마음 상태가 되었다.


 만약, 사람들이 바라보고 인정해주는 외적인 높이에만 매달려서, 자신의 깊이와 내실을 채우지 않고 계속 나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분명한 것은 지금의 아이유는 사람들에게 ‘어린 나이에 성공해서 부럽다.’라는 부러움의 시선을 넘어 ‘어린 나이지만 참 대단하다.’라는 존경의 시선이 함께 뒤 따라온다.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마음은 
자칫 시기와 질투로 이어질  있지만
존경하는 마음은 평생 가는 마음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높이와 깊이 중, 어디에 중점을 두고 살아야 할 까? 답은 이미 나왔다.


다른 사람의 높이는
사실은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불안감이
포장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타인의 껍데기만 보고 좌절하고 내 신세를 한탄하면서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지 말자. 천천히 그 속을 들여다보고 나서 그 사람의 높이를 인정해도 늦지 않다.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지 방법을 찾고 천천히 깊이를 다지는 시간을 가지다 보면, 그 끝에는 다른 사람의 어떤 높이에도 당당해질 수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에서 산 비틀즈 엽서    by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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