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시간은 적으면서 운동 시간은요?
직장인이라면 1년에 주기적으로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다. 건강검진 결과를 받으면 그간 방치해둔 내 몸과 건강 상태에 죄송스러워 고개를 절로 숙이게 된다. 사실 이미 검진을 받기 전부터 운동에 대한 의지와 함께 반성 모드로 접어든다. 건강검진 자가 문진표에는 몸무게뿐만 아니라 여러 질문을 나에게 던진다. 운동 주기 질문에 하나씩 답하다 보면 일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는데 정작 내 몸을 위해서는 시간 할애를 그리도 안 했나 싶다.
하루 중 숨이 찰 만한 운동을 얼마나 하시나요?
퇴근 후 따로 시간을 확보하여 운동을 하지 않는 이상 주기적으로 하루에 몇 분씩 운동 시간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 평소 아무도 나에게 하루에 몇 시간씩 운동에 할애하냐고 묻지 않기에 잊고 살지만 막상 문진표 질문 하나에 그간을 돌아보면 퇴근 후에는 지쳐서 곧바로 집으로 가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재택근무 등이 활성화되면서 많은 회사들이 자율적인 시간 관리를 위해 하루 근무시간을 스스로 기록하여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일이 있어 일찍 퇴근이 필요한 날은 근무시간을 조절하여 기록하고 야근한 날은 야근한 시간만큼 꼬박꼬박 근태를 기록하는데 막상 하루에 얼마나 운동하느냐는 문진표 문항에는 자신 있게 시간을 쓸 수가 없었다.
매일 근무시간을 기록하는 것처럼 하루 중 운동시간의 기록도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운동 시간을 자랑하기 위해 기록하라는 것이 아니다. 하루 중 근무시간을 계산하여 매일 기록하는 것처럼 운동 시간도 하루 중 매일 가져야 하는 시간임을 인지하자는 것이다.
기록하다 보면 내가 운동에 얼마 주기로 얼만큼의 시간을 할애하는지 알 수 있을뿐더러 퇴근 후 시간을 운동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도 자연스레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근무시간을 기록하고 그 시간이 모두에게 공유되는 것처럼, 운동 시간을 기록하고 공유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다른 사람의 운동 시간을 온전히 이해해주고 의무감과 더불어 경쟁의식이 생겨 하루 십 분이라도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 있는 운동인 필라테스는 다음 주 수업을 미리 선착순으로 예약을 한다. 단체 그룹 수업이라 늘 예약이 필요하다. 다음 주 중에 언제 갑작스러운 야근과 회식이 생길지 모르지만 일단 열심히 예약을 해둔다. 혹시 모를 운동 시간을 대비해 두는 것이다.
이처럼 마음먹고 큰돈을 지불하여 몇 달치의 운동을 끊었음에도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업무로 인한 야근과 각종 번개, 회식 등으로 예약해 둔 운동을 가지 못하고 엄한 곳에서 하루를 마무리할 때도 많다. 이처럼 직장 생활을 하면서 운동 시간을 미리 확보해놓고 하루를 마무리하기란 쉽지 않다. 바쁜 상황이 오면 늘 운동은 후 순위로 밀리기 마련이다. 회사의 다른 일과 겹치면 ‘괜찮습니다. 운동은 다음에 가면 되죠..’ 하며 어렵게 예약한 운동을 조용히 뒤로 미루곤 했다. 아무래도 직장에서 운동은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운동은 지금 당장 하면 좋은 것, 안 하면 그만인 것으로 인지가 되어버렸다.
직장인들이 달고 사는 만성 피로의 회복을 위해서도 꾸준한 운동과 스트레칭은 필수이다. 더불어 요즘은 오래 일하려면 업무에 대한 학습과 공부도 중요하지만 운동을 통한 체력관리가 몇 배로 더 중요하다.
더 이상 운동은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가져야 하는 필수 시간이다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의지와 함께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 야근에, 회식에 갑작스러운 스케줄 변동을 감안하여 운동을 가기란 여간 쉽지 않다. 요즘 회사들은 복지의 일환으로 운동 비용을 지원해주기도 하고 이미 회사 안에 헬스장과 운동 클래스 등을 무료로 운영하는 곳도 많이 있다. 그만큼 회사는 점점 직원들의 운동과 건강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되었다면 운동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도 함께 지원이 필요하다.
운동은 개인적인 행동이 아니라 더 나은 회사생활을 위한 준비라고 봐주어야 한다
운동 계획을 실천하기 위한 정시 퇴근을 배려하고 점심시간에 가지는 운동 타임에 대해 회사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공감도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운동해야 해서 칼퇴하려고 합니다
일이 너무 바빠서 야근이 필요한 시즌에는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을 때라면 운동을 해야 한다라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칼퇴의 사유가 될 수 있음을 표현해야 한다.
운동은 더 이상 미뤄도 되는 일이 아닌 삶에서 필수로 할애해야 하는 시간이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시간이 흘러간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1년이 훌쩍 지나고 다시 건강검진 문진표를 작성하는 날이 온다. 그때 후회화 함께 고개 숙이지 말고 얼른 운동 시간을 확보하고 꾸준히 운동할 수 있도록 하루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매일 근무시간을 기록하여 관리하듯이 운동 시간도 애정으로 챙겨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