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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Oct 13. 2020

새벽에 '자니?’ 카톡이 왔다

그 감정에 속지 말자

 최근 들어, 잠에 푹 들지 못하고 늦게 자는 습관이 생겼다. 수면 시간을 조절해보려고도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멀뚱멀뚱 잠을 청하다가 못 참고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 잠에 든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잠에 들지 못한 채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새벽 12시가 다 되었을 때쯤 가장 친한 친구에게 연락이 한 통 왔다.


‘자니?’


 오늘 하루 종일 밥맛도 없고 기분이 자꾸만 이상해서 퇴근하자마자 씻고 일찍 자겠다던 친구가 안 자고 '자니?’라는 묘한 카톡을 남긴 것이다. 분명 일찍 잔다고 했었는데 무슨 일일까 싶어 바로 답장을 보냈다.


 오늘 하루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었는데 갑자기 자신만 붕 떠 있는 기분이 들면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너무 답답하고 불안해서 이불을 덮어쓰고 계속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이러다가는 정신줄 놓겠다 싶어 자냐고 연락을 보냈다고 했다. 평소 늘 밝고 무슨 일이든 잘 해내고 있던 친구였기에 너무 걱정이 되어서 계속 들어주고 잘하고 있다고 위로해주었다.


 나도 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갑자기 불안하고 답답한 감정이 들어 도착지도 아닌 역에 내려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이동했던 경험이 있다. 그땐 내가 왜 그랬는지 정확히 내 감정을 설명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왜 그렇게 우울하고 불안했는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 갑자기 슬프고 불안했지만 당시 그럴만한 이유도 딱히 이렇다 할 슬픈 상황도 없었다. 기억 속 그날은 그저 평범한 토요일 약속을 가는 길일 뿐이었다.


 이유야 무엇이 되었든 친구와 나의 공통점은 원인 모를 지나친 불안감이 일상 속 어느 순간 갑자기 펑하고 터진 것이다.


 주변 환경, 사람, 상처, 수치심 등
다양한 감정들이 누적되다 보면

어느 순간 개인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압력으로 느껴지게 된다


 결국 뜬금없는 때에 견디지 못하고 펑하고 터져버리는 것이다. 당장 그 순간에 이렇다 할 원인제공의 사건이 없으니 내가 왜 그런지 이유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격렬한 감정이 터진다.


 이쯤 되어서야 비로소 ‘뭔가 이상하구나. 힘들구나’라고 내 상태를 인지하게 된다. 우리는 감정이 펑하고 터지기 전에 너무 늦지 않게 감정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친구에게는 ‘잘하고 있어. 잘할 거야.’라고 계속 말해주었다. 실제로도 내 기준에서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친구였다.


 아무래도 갑작스러운 불안감은 여러 문제와 상황에 대한 많은 고민과 생각에서 온다기보다는 그 고민들이 쌓여 그 일을 내가 직접 부딪혀서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다는 무의식의 판단이 들 때 찾아오는 것 같다.


 보통 사람은 자존감이 약해져서 자신이 직접 부딪혀서 이겨낼 수 없겠다는 무의식의 판단이 들면 회피나 도피를 선택하게 된다.


그 회피와 도피가 쌓이게 되면
어느 순간에 펑하고 터져버려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증세로 이어진다


 실제로 내 친구도 이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면서 재취업 기간 동안 기간제로 일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재취업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과 함께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는지,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곤 했었다고 한다. 한참 이야기 끝에 친구는 자러 갔고 아침에 한 숨 푹 자고 나니 마음이 괜찮아졌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원래도 안고 있던 감정이었는데 감정회피가 지속되다가 어느 순간 펑하고 터져버리는 것이다.


 요즘 불안을 다룬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현대인에게 불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감정이 되어 저마다 그 불안을 인지하고 조절하는 방법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불안도 언제,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따라 몇 가지 세부 불안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한다.



범불안장애

이유 없이 불안하고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


사회 공포증(사회불안장애)

많은 사람들 앞에 서면 불안해진다


공황장애

갑작스러운 불안감 때문에 숨을 쉬기 힘들고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강박장애

손이 지저분할까 봐 불안해서 계속 씻는 등 특정 행동을 보인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사고나 좋지 않은 경험을 한 뒤 경험과 관계되는 물건만 보아도 불안해진다


 이 중 범불안장애와 사회불안장애는 현대인의 병이라고 불리는 만큼 현대인에게 빈번하게 나타나는 질환 중에 하나이다. 이유 없이 찾아오지만 또 이유 없이 한 숨 자고 나면 해소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불안장애가 지속되면 수면장애, 만성 소화장애, 근거 없는 두려움과 공포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리 인지하는 게 필요하다.



아주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가 없어도
가끔 우울하고 무력감이 들 수 있다


 그 감정이 들 때 회피하지 말고 주변에 이야기하거나 내 우울함을 잘 들여다 봐주자. 회피의 시간이 쌓이고 쌓여 ‘펑’ 터지고 나서야 ‘자니?’라고 뒤늦게 이야기하지 않으려면 우울한 기분이 들 때 당장의 기분에 속지 말고 그저 지금 느끼는 기분을 인지하고 표현해야 한다.


 그러면 그 기분은 절대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한남동 한 카페에서   by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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