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자원배분을 위한 '안 공짜' 정책 세우기 - 공유지의 사유화
얼마 전 경영컨설팅을 하는 과정에서
회사 내 주차 문제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임원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사옥을 이전한 회사는 별도의 주차장이 없어
회사 내 공터에 임시방편으로 직원들의 주차를 허용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직원 자체가 많지 않았고
차량을 운행하는 직원도 많지 않아 큰 이슈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차량은 늘어났지만 먼저 온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주차를 하였고
간혹 차량이 포화상태이긴 했지만
공식적인 주차장이 없어 직원들 사이에서는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회사가 해당 공터에 회사 주차장을 만들게 되었는데
문제는 많은 직원들이 주차장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눈치라는 점이었다.
기존처럼 먼저 온 직원들이 이용하고 나중에 온 직원들은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려고 하니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고 임원들이나 고위 간부직에게만 할당하자니 직원들에게 구시대적이라는 원망을 들을까 걱정이라고 하였다.
또 다른 방법으로 주차장 사용료를 제대로 받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이 또한 직원들에게 원망을 듣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골치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나는
해당 임원에게 기본적인 정책과 함께 주차장 사용료를 일부 반영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우선 출퇴근 거리가 멀고 교통이 불편한 직원들과 업무상 차량 운행이 필요한 직원들이 주차를 신청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그 외 직원들은 주차장이 가득 찰 경우 3개월 운행 후 재추점을 통해 주차장 이용자를 선정한다는 정책을 만들기를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주차장 사용료로 차량 운행자에게는 예외 없이 한 달에 5만 원을 부과하도록 권고했다.
(그리고 주차장 사용료는 직원 복지에 활용하기로 하였다)
내 제안을 듣던 임원은 한 달에 5만 원은 주위 시세에 비하면 1/5도 안 되는 가격이라
다 신청하지 않겠냐며 추첨을 하는 방식도 직원들에게 불만을 야기시키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눈치였다.
그래서 나는 해당 임원에게
만일 한 달에 5만 원을 주차장 사용료로 부담시킨다면
차량 운행이 필요하지 않은 직원들, 가령 반경 5km 이내에 거주하거나 교통이 편리한 직원들은
주차장을 사용하지 않을 충분한 유인이 된다고 설득하였다.
실제 주차장에 대한 정책을 정하고 공지를 한 결과,
재미있게도 실제 주차장을 이용하겠다는 직원은 주차 가능 차량 대비 20%도 되지 않았다.
주차장 공사를 하는 도중에 언제 완공되느냐고 불편하다던 직원들조차 대부분 주차장 이용을 신청하지 않았다.
주위 시세에 비해 싼 5만 원의 주차장 정책 때문에 말이다.
왜 이런 결과가 발생한 걸까?
결론은 간단하다.
직원들은 차가 있었고, 주차가 무료이니 꼭 필요하지 않지만 출퇴근용으로 차량을 운행했던 것이다.
이는 경제학에서 '공유지의 비극'과 유사한 사례이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공유자원의 이용을 개인의 자율에 맡길 경우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함에 따라 자원이 남용되거나 고갈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직접 규제'와 '소유권과 이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자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조금 더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다.
회계가 주업이지만,
오랫동안 경영컨설팅을 하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이슈와 대안을 만나본 게 된다.
이번 사례도 지엽적이긴 하지만 나름 재미있는 경영 사례이기에 독자들에게 공유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