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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RP! ERP? ERP...

회계 컨설턴트가 바라본 성공적인 ERP 구축과 운영의 조건

한 회사를 5 - 6년 이상 다니다 보면, 

한 번 즈음은 회사에서 도입하는 ERP Project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ERP 도입이 마무리 단계에 오게 되면 

ERP Project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곡(?) 소리를 듣게 되는 경우도 많다.

소위 영혼까지 갈아 넣은 Project가 되지만,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ERP Project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Project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고 공표하겠지만,

"ERP 고도화" 등의 명목으로 짧게는 2 - 3년 후에 보완 Project가 운영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왜 ERP Project는 성공적인 마무리가 어려운 걸까?

많은 전문가들이나 경영학자들이 성공적인 ERP 구축과 운영을 위한 조언을 제시하지만, 

현실적으로 ERP project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1. 현업의 역할과 중요성

성공적인 ERP 도입을 위해서는 '현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동의하는 사항이다.

ERP Project는 '현황의 이해 > 문제점 도출 > 개선안 도출 > 개선된 프로세스 구축 > 운영' 과정을 거치는데,

현황을 이해하고 문제점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현업' 

특히, 회사의 현재 프로세스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현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ERP 컨설턴트를 통해 도출된 개선안이 현재의 문제점을 잘 해결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리뷰에도

현업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 필자는 개인적으로 현업의 적극적인 참여만으로도 ERP 도입은 50% 이상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ERP Project에 소위 '에이스'라 불리는 현업이 투입되기는 쉽지 않다.

ERP Project도 중요하지만 매일 발생하는 회사의 On-going 업무에도 '에이스'의 역할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팀장 입장에서는 '에이스'라 불리는 팀원을 ERP Project에 투입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2. 컨설턴트를 대하는 자세

ERP Project에 투입되는 컨설턴트는 일반적으로 두 종류이다.

우선 회사의 업무를 이해하고 업무 개선안을 도출하는 '업무 컨설턴트'와

개선안에 따라 회사가 도입할 ERP 프로그램을 설계할 'IT 컨설턴트'가 있다.

그중에 ERP Project 상에서 '업무 컨설턴트'의 역할에 대한 오해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회사에서는 '업무 컨설턴트'를 마치 '무속인' 취급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ERP Project가 시작되자마자 미처 회사의 현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어서 빨리 우리 회사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개선사항을 도출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업무 컨설턴트의 역할은 현업과 함께 정리된 현황과 문제점을 충분히 숙지해야

회사에 맞는 개선사항이 도출될 수 있다. 

그런데도 일부 회사에서는 현황의 분석 및 문제점 도출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업무가 '업무 컨설턴트'의 역할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Project 일정에 쫓기게 되어 '업무 컨설턴트'는 설익은 현황과 문제점을 기반으로

회사에 맞지 않는 개선사항을 도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결국 ERP Project의 실패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업무 컨설턴트'는 개선안 도출을 위한 전문가이지 회사 현황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3. ERP의 본질에 대한 오해

ERP의 사전적인 의미는 '전사적 자원 관리, Enterprise Rsource Planning)으로 기업 내 생산, 물류, 재무, 회계, 영업, 구매 및 재고 등 경영활동 프로세스를 통합적으로 연계해서 관리하는 전사적 통합시스템을 의미한다. 즉,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생산, 물류, 영업 및 회계 등의 function별 부문 최적화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ERP를 통해 모든 function 사이에 정보가 일관되고 끊김 없이 흐르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가령, 회사가 다른 회사를 합병하는 경우 피합병회사의 프로세스를 합병회사와 일원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합병 후에도 합병회사와 피합병회사의 업무절차가 다르게 움직인다면 정보 및 업무의 중복과 누락 등의 비효율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ERP의 핵심은 '일원화'와 '표준화'에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제품 코드, 거래처 코드 등 기준정보의 통일이다. 하지만, ERP Project를 진행하면서 가장 난관에 부딪히는 부분 중 하나가 기존에 활용되는 기준정보의 변화다. 기존에는 영업부서는 영업부서 나름대로 최적화된 기준정보를 운영하였고, 생산이나 회계부서 또한 나름대로의 최적화된 기준정보를 운영하였다. 하지만, ERP 도입을 통해 function내에서 잘 사용하던 기준정보를 버리고 새로운 기준정보를 사용한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또 합의된 기준정보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유관부서와 협의가 필요해서 그 또한 불편한 업무로 자리잡기도 하다. 

ERP Project를 통해 변경된 업무 프로세스 또한 유사하다. 기존에는 function 내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되던 프로세스가 하루아침에 '업무 표준화'라는 이름으로 불편한 프로세스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당 프로세스의 변경 또한 유관부서의 관여 때문에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ERP project가 운영된 이후에 변경된 프로세스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4. 혼자 하려면 Excel 만한 것도 없다. 하지만... 

하지만, 개별 function에서 자체적으로만 업무를 진행한다면 'Excel' 만큼 좋은 대안을 찾아보기 어렵다. 'Excel'은 마치 빈 도화지와 같아서 프로세스를 정한 이후에도 언제라도 변경이나 수정이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ERP는 '전사적 자원 관리'이다. 즉, ERP Project에서 정의된 기준정보나 프로세스는 회사 전체적으로 활용되어야 할 '표준 언어'와 같다. 

ERP Proejct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잘 활용되고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 및 교육이 필요하다. 

- 일부 회사에서는 ERP 운영을 강제하다 보니 월 중에는 Excel로 관리하다가 월 말이 되어 ERP에 해당 프로세스를 욱여넣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한다. 이 또한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폐해라고 볼 수 있다.



가끔 ERP 구축과 관련된 조언을 요청받는 경우가 있어, 

- 임원들의 경우에는 ERP만 도입되면 다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을 갖는 경우도 있다 - 

시간이 남기도 해서 필자가 그동안 느꼈던 부분을 공유하고자 끄적거려보았다.

ERP 구축과 관련하여 재미있었던 일화 중 하나는

필자의 지인이 ERP 구축을 위한 제안 자리를 회사와 가졌는데,

당시 회사 임원 중 한 분이 '본인은 아무것도 안 하고 싶지만, 회사 재무 정보가 면밀히 산출되길 바란다'는 황당한 요구사항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필자의 지인은 당황하지 않고 회사 임원에게 정중하게

'아무리 ERP라고 하더라도 뭘 넣어야 뭐가 나온다고' 이야기드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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