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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잃어버린 신발, 과연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생활 밀착형 회계 : 감가상각비

어느 무더운 여름날에 철수는 부모님을 모시고 유명한 삼계탕 집에 갔다. 무더운 여름날이어서 그런지 사람들로 많이 북적북적되었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 보니 철수의 신발이 신발장에서 사라지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철수는 손님들이 다 빠져나가기를 기다렸지만, 여전히 신발을 찾을 수 없었다. 철수는 가게 주인에게 찾아가서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더니, 가게 주인이 미안하다고 하면서 쿨~하게 5만 원을 선뜻 건네주는 것이다. 철수는 왠지 억울한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철수가 잃어버린 신발은 구입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고, 구입 가격 또한 20만 원이기 때문이다. 과연 회계에서는 이런 경우 식당에서 잃어버린 신발을 얼마로 책정하는 게 적정할까?


잃어버린 신발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가게 주인과 점검할 사항은 신발의 가치, 신발의 사용 기간 그리고 신발의 비용화 방법, 이 세 가지이다.

01. 신발의 가치

철수가 잃어버린 신발의 최초 구입 가격이 20만 원이라는 사실은 가게 주인도 동의할 것이다. 다만, 한 달간의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최초 구입 가격인 20만 원을 가게 주인이 보상하기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신발과 같은 유형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의 가치가 감소하는 경우에는 그 감소분만큼 '비용화'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비용화 방법을 회계적인 용어로 '감가상각'이라고 한다.

02. 신발의 사용 기간

두 번째로 고려할 사항이 철수가 얼마나 오래 신발을 신는지에 대한 가정이 필요하다. 신발의 사용 기간에 걸쳐서 신발의 가치는 비용 화하기 때문이다. 만약 철수가 평균적으로 신발을 3년 동안 신고 다닌다고 한다면 철수는 신발의 사용 기간을 3년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용 기간은 회계적인 용어로 '내용연수'라고 부른다.

03. 신발의 비용화 방법

마지막으로 고려할 사항은 신발의 비용화 방법이다. 신발의 가치가 시간에 비례하여 감소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초기에 많이 감소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천천히 감소한다고 볼 수도 있다. 신발의 비용화 방법은 회계용어로는 '감가상각방법'이라고 하는 데, 전자를 '정액법', 그리고 후자를 '정률법'이라고 부른다. 또한, 측정이 어렵기는 하겠지만 실제 철수가 걷는 걸음 수를 측정하여 비용을 계산할 수도 있는데, 이를 '생산량 비례 법'이라고 한다. 철수의 경우에는 신발의 가치는 시간에 비례하여 감소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세 가지 점검 사항을 가지고 신발의 가치를 계산해보면 약 19.5만 원이 산출된다

[그림] 회계적으로 보상 가능한 신발 가격

과연 철수는 가게 주인에게 상기에서 계산한 금액으로 신발을 보상받았을까?

가게 주인은 철수가 제시한 두 가지 가정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철수가 이야기한 신발의 사용기간이 3년이라는 가정은 가게 주인 입장에서는 과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신발의 가치가 시간에 비례하여 감소한다는 가정인데, 이 또한 가게 주인의 생각이 철수와 다를 수 있다. 실무에서도 감가상각비를 계상한 기업이 본인의 가정이 합리적임을 주장해야 하는 동일한 이슈가 존재한다. 따라서 회계 실무상으로도 이러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 1) 동종업종에서 사용하는 내용연수 또는 감가상각방법을 준용하거나 2) 실제 회사의 과거 경험치를 통해 해당 가정이 맞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들을 사용한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세무상 사용되는 감가상각방법을 그대로 준용해도 넘어가는 사례가 있었지만, IFRS가 도입되면서 '합리적인 가정'에 조금 더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 관행이 되고 있다.


[생활 속 Tip]

그렇다면 과연 철수는 실제로 얼마의 가격으로 가게 주인으로부터 신발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 필자도 동일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다. 당시에 필자는 법적으로 어떤 권리가 있는지 궁금해서 여러 고민을 하다가 우연히 소비자보호원에서 근무하시는 전문가분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면 이러한 경우 '배상비율표'에 기준하여 보상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다행히 가게 주인도 해당 기준에 동의해서 구입 가격의 약 95% 가격으로 보상을 받은 기억이 난다. 가능하면 해당 칼럼에는 복잡한 수식이나 계산식을 지양하려고 하지만, 혹시나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감가상각비의 계산식을 아래와 같이 첨부해본다.

위 계산식을 설명한 바에 "잔존가액"의 개념을 덧붙여보면, 만약에 해당 유형자산의 사용가치가 완료되는 시점에도 외부에 판매할 수 있다면 그 가치는 인정해줘야 한다. 즉, 3년 동안 신었기 때문에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데도 해당 신발을 팔 수 있다면 그 가치만큼을 제외하고 감가상각비를 계산할 수 있겠다. 다만, 해당 사례에서는 신발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잔존가액을 별도로 고려하지 않았으며, 실제 잔존가액은 중요한 개념이 아니므로 칼럼 본문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해당 글은 2017년  9월  '동아비지니스리뷰'에 연재한  필자의 칼럼을 보완 및 각색하여 재연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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