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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자산은 낭비일까? 아닐까?

생활 밀착형 회계 : 재고자산의 개념과 재고자산 회전율

목동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철수 씨는 원두의 구입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대량으로 원두를 구입하기 때문에 가게 한편에는 항상 원두 포대가 쌓여있다. 가끔 일을 하다가도 한편에 놓인 원두 포대를 보면 매출이 금방이라도 오를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옆 집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 사장이 가능한 재고를 적게게 가져다 놓아야지 이렇게 쌓아놓으면 다 낭비라고 훈수를 둔다. 나름 목동 카페를 운영하면서 회계에 대한 지식이 있다고 자부하는 철수 입장에서는 조금 이상하다. 회계책에도 분명히 재고자산은 "자산"으로 분류하도록 하고 있으며, 만약 원두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판매기회가 감소할 텐데 이런 문제는 모르는지 장 사장이 딱하기만 하다. 과연 장 사장이 이야기한 "재고자산은 낭비"라는 말은 회계적으로 잘못된 이야기일까? 그리고 재고자산은 어떻게 관리하는 게 좋을까? 

                  

기업회계기준서인 K-IFRS 제 1002호에 따르면 '재고자산이란 회사가 정상적인 영업과정에서 판매를 위해 보유 중이거나 생산 중인 자산 또는 생산이나 용역 제공에 사용될 원재료나 소모품'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사전적 의미로 따지면 철수의 주장은 타당하다. 다만, 재고자산은 제품 판매 과정에서 '매출원가'라고 하는 비용화 과정을 통해서 효익을 창출한다. 한잔의 커피를 판매할 때 1,000원의 원두를 소비하여 2,500원의 매출이 발생하게 되는데, 1,000원의 원두가 자산에서 매출원가라는 비용으로 대체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커피 판매에 따른 매출 2,500원이 발생하면서 자산으로 잡혀있던 1,000원의 원두는 매출원가로 인식되게 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원두가 없으면 커피를 판매할 수 없으므로 일반적으로 볼 때는 재고자산은 매출을 발생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재고자산이 비용화하는 과정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철수가 1kg의 원두를 8,000원에 구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하지만, 한달이 지나도록 원두가 쌓여만 간다면 어떨까? 원두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도가 사라지기 때문에 시장가치는 점점 하락하게 되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즉, 한달이 지난 1kg의 원두의 시장 가격이 6,000원이라면 어느 누구도 해당 원두를 8,000원이라고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달의 지났기 때문에 2,000원이 하락한 1kg의 원두가격을 6,000원으로 장부 상에 기록하여야 적절한 회계처리가 되는 데, 2,000원의 비용을 "재고자산 평가손실"로 기록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커피 판매라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재고자산이 비용화되는 사례이며, 이러한 경우에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이익도 발생하지 않는다. 


주) 이와는 반대로 원두의 품귀 현상으로 한 달이 지났지만 1kg의 원두의 시장가치가 10,000원으로 올랐다면 해당 인상분을 재고자산의 가치 인상분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를 회계에서는 '저가법 평가'라고 하는데, 예상되는 손실은 빠르게 인식하지만 불확실한 이익은 쉽게 인식하지 않는 '보수주의'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는 추후에 다시 논의하고자 한다.


또한 재고자산을 과다하게 보유했을 경우에는 고려해야할 다양한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우선 원두 포대를 쌓아둘 창고가 필요하게 되는데, 창고를 유지하기 위한 운영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원두를 구입할 때 들어간 돈과 원두가 판매되어 현금이 될 때까지 묶인 이자 부담도 무시할 수 없는 기회비용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재고가 낭비'라는 장 사장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철수가 원두를 너무 적게 보유하게 된다면 원두가 없어서 커피를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고민은 철수만의 고민이 아니다. 실제 경영 실무에서 '적정재고 관리'가 항상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 또한 이러한 고민 때문이다. 재고를 적게 관리하여 기회비용을 줄이고, 또한 재고를 충분히 관리하여 판매기회가 상실될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 기업의 중요한 고민이다. 다행히 회사가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지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재고자산 회전율 또는 회전기간'이다. 


[계산식]

재고자산 회전율 = 매출원가 / 재고자산

재고자산 회전기간 = 1 / 재고자산 회전율 X 365일


재고자산 회전율이란 재고자산이 1년 동안 어느 정도 속도로 판매되고 있는 가를 나타내는 활동 지표이다. 점심시간에 유명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올 때면 '점심시간에 한 테이블에서 손님을 몇 번 받을까?' 궁금해했던 적이 있을 것 같다. 바로 '식당에서의 회전율'을 생각하면 '재고자산의 회전율'을 이해하기가 조금 더 용이할 것 같다. 만약 철수가 목동 카페의 재무수치를 계산한 결과 재고자산의 회전율이 10이라고 한다면, 철수는 1년동안 목동 카페에 현재 수준의 원두를 10번정도 소비하여 매출을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즉, 재고자산 회전율이 높을수록 좋은 측정지표라고 볼 수 있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철수가 재고자산의 회전기간을 36일로 계산했다면, 철수가 원두를 구매해서 판매하기까지 평균 36일이 걸리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재고자산 회전기간은 회전율과 반대로 회전기간이 낮을수록 좋은 측정지표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유의할 점은 효율적인 재고자산 관리를 위한 측정 지표인 재고자산의 회전율 또는 회전기간은 절대적인 지표가 될 수 없으며, 동종업계 도는 산업의 평균과 비교해야 유의미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아래 사례는 지난 2018년 1월 26일에 신문에 게재된 내용이라 참고로 올려본다

 

[출처 : CEO 스코어데일리 2018년 1월 26일의 오뚜기 및 농심의 라면 시장 분석]


재고자산을 평가하는 방법과 관련해서 평가손실이 발생한 이후의 회계처리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재고자산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재고자산이 그 다음에 평가이익이 발생했다고 한다면 기존에 인식한 평가손실 한도 내에서만 평가손실을 환입할 수 있다. 즉, 사례에서 1kg에 8,000원에 구입한 원두 가격이 다음 달 또는 다음 해에 6,000원으로 하락해 2,000원의 평가손실을 인식했을 경우, 그 다음달 또는 그 다음해에 해당 원두가격이 1kg에 10,000원으로 가격이 상승한 경우에도 인식할 수 있는 이익은 '평가손실의 환입'이라는 명목으로 2,000원 이라는 점이다. 



해당 글은 2017년  12월  '동아비지니스리뷰'에 연재한  필자의 칼럼을 보완 및 각색하여 재연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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