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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편의점에서 구입한 빵의 원가는 얼마일까?

생활 밀착형 회계

철수는 근처에서 베이커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인 민수가 생각이 나서 들러보기로 했다. 친구인 민수가 베이커리 가게의 손익을 계산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빵의 원가를 계산하는데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에 먹는 빵의 가격이 변하지 않는데 원가 계산이 어렵다니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밀가루 구입가격, 종업원 급여 등 원가계산에 필요한 비용을 잘 기록하기만 하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수는 한술 더 떠서 빵의 원가를 계산하기 위한 가정에 따라 손익이 달라진다는 말을 하는데, 이 이야기는 더욱더 이해가 안된다. 회계야 말로 정답이 있고 투명하다고 생각했는데, 빵의 원가를 위한 가정에 따라 손익이 달라진다니... 그럼 이익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걸까?


일상생활에서 빵 등 소비재의 가격이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실상 재고자산의 원가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제품생산을 위해 발생하는 원재료, 종업원 급여 등이 항상 동일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제품 1개당 원재료 및 종업원 급여 등이 1대 1로 매칭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간단한 사례를 들어보자. 

(논의의 편의를 위해서 원재료인 밀가루만 제품원가 요소라고 가정하자.)

빵의 주원료인 밀가루의 가격이 5월 말까지는 100g 당 1,000원이었는데 6월부터는 100g 당 1,200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오늘 편의점에서 빵을 하나 샀다고 치자. 그렇다면, 지금 현재 먹고 있는 빵에 관련된 원가는 100g 당 1,000원인 밀가루가 포함되어 있는 걸까, 아니면 100g 당 1,200원으로 오른 밀가루가 포함되어 있는 걸까? 오늘 먹고 있는 빵에 들어간 밀가루를 언제 구입한 것인지 하나하나 기록하면서 빵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빵인 경우에는 생산과정이 끊임없이 돌아가고, 원재료인 밀가루 등도 1년이면 수십 번씩 대량으로 입고되기 때문에 원재료의 구입원가를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제품을 생산하기는 어렵다. 또한 제품원가의 구성은 원재료 이외에도 노무비 및 제조간접비가 존재하며 해당 가격도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제품이 생산 및 판매될 때마다 투입된 제조경비의 단가를 하나하나 확인하여 적용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일정한 가정을 통해 단위당 제품원가를 계산하는 데, 이를 재고자산의 원가결정 방법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재고자산의 원가결정 방법은 일반적으로 선입선출법, 후입선출법 및 평균법 등이 존재한다. 

5월에 민수가 100g에 1,000원하는 가격으로 빵을 100개 생산할 수 있는 밀가루 분량 즉, 10,000g을 구입하였고 5월말에 40개의 빵을 생산할 수 있는 분량 즉, 4,000g의 밀가루를 남겨놓았다고 가정하자. 또한, 6월에는 100g에 1,200원하는 가격으로 빵을 200개 생산할 수 있는 밀가루 분량 즉, 20,000g을 구입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실제로 민수는 6월에 빵을 140개 생산하여 판매했다고 한다면, 6월말에는 10,000g의 밀가루가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민수가 6월에 생산하여 판매한 140개의 빵에 대한 매출원가는 얼마로 계산되어야 하는 걸까?

앞에서 언급하였지만, 문제는 140개의 빵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된 밀가루 중 5월에 구매한 부분이 얼마나 들어 갔고 6월에 구매한 부분이 얼마가 들어 갔는지 정확하게 측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정한 가정을 통해 제품원가를 계산해야 하는데,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먼저 구입한 밀가루를 빵을 생산할 때 사용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품원가 결정방법을 선입선출법(FIFO: First In, First Out)이라고 한다. 즉, 140개의 빵을 생산하기 위해 14,000g의 밀가루를 사용하여야 하는 데, 우선 5월에 구매하여 남아 있는 4,000g의 밀가루를 먼저 사용하고 그 다음에 6월에 구입한 밀가루 중 10,000g을 사용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6월에 140개 빵을 판매하기 위한 매출원가는 “4,000g x 10원 + 10,000g x 12원”으로 160,000

원으로 계산되고, 이를 빵 1개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1,143원이 된다. 또한 5월에 구매한 밀가루는 전부 생산에 투입되었기 때문에, 6월말 현재 남아 있는 10,000g의 밀가루는 6월에 1g당 12원에 구입한 것이므로 재고자산은 120,000원이 된다.

그리고 만약 민수가 신선한 빵을 공급하기 위해 최근에 구입한 밀가루를 먼저 사용한다고 가정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제품원가 결정방법을 후입선출법(LIFO: Last In, First Out)이라고 한다. 즉, 140개의 빵을 생산하기 위해 14,000g의 밀가루가 투입되었으며, 6월에 구매한 밀가루만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6월에 140개 빵을 구입하기 위한 매출원가는 “14,000g x 12원”으로 168,000원으로 계산되고, 이를 빵 1개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1,200원이 된다. 또한 6월말에 남아 있는 밀가루는 5월에 구입한 4,000g (1g당 10원)과 6,000g (1g당 12원)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6월말의 재고자산은 112,000원이 된다.

반면에 평소에 밀가루를 혼합하여 사용하는 경우라면, 5월과 6월의 밀가루 원가를 평균하여 제품원가를 결정할 수 있는데, 이를 평균법이라고 한다. 즉, 5월에 1g 당 10원에 구입하여 남아있는 4,000g의 밀가루와 6월에 1g당 12원에 구입한 20,000g의 밀가루 원가를 합산하여 총 24,000g 의 밀가루 중량으로 나누어 1g당 밀가루 평균 단가를 구하면 11.67원이 된다. 그 후에 당기에 매출된 수량인 14,000g에 단가 11.67원을 곱하여 163,300

원의 매출원가를 산출하고, 당월에 남은 밀가루 수량인 10,000g에 단가 11.67원을 곱하여 116,700원의 재고자산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을 잘 살펴보면 재고자산의 원가결정 방법은 “기초 재고자산 및 당기 매입(제조)원가”에 대하여 당기 매출원가와 기말재고자산을 수량 기준으로 배분하여 확정하는 절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회계연도 말에 판매되지 않고 남아 있는 재고자산은 당기에는 매출원가에 포함되지 않고 이월되어, 다음 회계연도에 매출원가로 인식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상기 사례를 잘 살펴보면 재고자산의 원가결정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매출원가와 재고자산의 가격이 다르게 인식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례에서 5월에 비해 6월에 빵의 원재료인 밀가루의 가격이 인상되었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경우에 선입선출법을 적용하면 매출원가는 적게 인식되고 기말재고자산은 많게 인식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매출원가가 적게 인식된다는 의미는 그 만큼 비용이 적게 인식되기 때문에 이익이 더 크게 나타난다. 이러한 방식은 매년의 이익에 따라 성과를 인정받는 전문경영자에게 선호되는 방식이라 볼 수 있다. 반면에 후입선출법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매출원가는 많게 인식되고 기말재고자산은 적게 인식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매출원가가 많게 인식된다는 의미는 그 만큼 이익이 적게 계산되어 세금 등을 적게 납부할 수 있는 기회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방식은 세금 등을 적게 납부하고 싶어하는 Owner 들이 선호하는 평가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매년 선입선출법과 후입선출법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이익을 기업의 의지대로 산출할 수 있지 않을까? 다행히 재무회계에서는 한번 인식한 재고자산의 평가 방법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기업의 이익조작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사실 중에 하나는 선입선출법을 채택하였을 경우 높게 인식된 기말 재고자산은 차년도의 매출원가로 귀속된다는 사실이다. 또한, 해당 방식은 일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지속적으로 판매가 증가한다는 가정 하에 성립된다. 즉, 물가가 하락하거나 판매가 감소하여 재고자산이 급격히 증가하는 경우에는 선입선출법이 후입선출법보다 매출원가를 많게 인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평균법을 선호하는 경향도 종종 존재한다. 



실무적으로 K-GAAP과 달리 K-IFRS에서는 재고자산에 대한 LIFO를 인정하지 않는데, LIFO는 재고를 현행 가치보다 현저히 과소 계상하므로 공정가치를 중시하는 K-IFRS는 LIFO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해당 글은 2018년 6월에 '월간조세'에 연재한 필자의 칼럼을 보완 및 각색하여 재연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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