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지의 비극 : R&R의 재정의
종종 착하면 만사가 다 잘 풀릴 거라는 동화 같은 오해가 존재한다.
과연 포용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한다면 업무적인 관계가 잘 풀릴까?
나쁜 직장상사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착한 직장상사도 리더로서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원활한 인간관계를 무척 중시하는 나 팀장.
직장 상사뿐만이 아니라 부하 직원에게도 진심을 다한다면 회사 업무도 잘 풀릴 거라고 굳게 믿고 직장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요즘 조금은 우울하다.
직장 업무는 팀워크가 중요한데,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서로 업무 범위를 가지고 다툼이 잦아지기 때문이다.
한 팀이니 서로 바쁘다면 내일 네일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
어제는 A 직원이 나 팀장에게 한탄을 해왔다. B 직원의 업무처리가 너무 늦어서 자신이 힘들다는 것이다.
B 직원의 말을 들어보면 B 직원 나름대로 맡은 업무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고생이라는 것이다.
그전까지는 A 직원이 하던 일이니 A 직원과 상의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A군과는 말도 섞고 싶지 않다고 한다.
이런 부하 직원들의 불평을 듣고 있자니 한숨이 나온다.
왜 난 다 잘해주는데 이 친구들은 내일 네일을 따지면서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을까?
한 팀이니까 그리고 내가 팀장으로서 잘해주는데 이렇게 업무 변화가 심하고 바쁜 와중에 R&R 타령이라니...
이내 부하직원들을 생각하면 한심해서 한숨만 나온다.
'요즘 것들은 정말 쯧쯧...'
직장 생활에서 이직을 하는 이유 중 대부분이 '직장상사와의 불화'때문이라고 한다.
그만큼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들과 어떻게 Communication을 하느냐에 따라 해당 팀은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도 여러 회 사를 다니면서 다양한 회사의 팀들과 협업을 한 적이 많다.
어떤 경우에는 임시적으로 해당 팀을 이끌고 현업의 업무를 해 본 적도 있고, 컨설팅 업무의 특성상 정말 다양한 팀을 꾸리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 같다.
하지만 프로젝트 리더 초기, 필자도 '팀장'의 역할에 대해서 무척이나 안일한 생각을 해서 낭패를 본 적이 많았다. 팀장은 부하직원에 대한 무한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오해를 했기 때문이다.
또한, 팀원은 팀장의 지시를 무조건 따라야 하고 팀장은 지시만 내리면 되는 줄로만 알았다.
설상가상으로 프로젝트를 리딩 하는 입장에서 팀원들이 필자처럼 프로젝트에 대해서 애정이 없다는 사실에 마음속으로 화도 나고 정신을 못 차린다고 다그친 적도 있었다.
부하직원이라고 해서 다 같은 부하직원이 아니며, 부하직원 한 명 한 명이 독립된 인격체이며 그 성격 또한 정말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필자도 팀원인 시절에는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이 팀장이던 시절만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야근이 잦았던 시절에는 얼른 퇴근해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이 간절했던 것 같다.
나 팀장이 제일 먼저 인정해야 할 부분은
팀장의 책임감이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크기 때문에 해당 지위와 급여를 부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부하 직원은 당연히 나 팀장만큼의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어떻게 책임감을 부여할 수 있을 지에 대한 Motivation 하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이해해야 한다.
- 여기서는 논의하지 않겠지만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권한도 충분히 부여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R&R은 직급이 낮을수록 중요하다. 직급이 낮은 직원일수록 본인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숙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책임감 또는 부담감 또한 팀장만큼 높지 않기 때문에 주어지지 않은 일을 자발적으로 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팀장이 책임감이 아무리 높다 해도 사장만 할까?
아마 사장 입장에서는 팀장의 책임감 또한 너무 낮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교통신호가 고장 난 사거리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끔찍한 교통체증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서로 양보하면서 간다고 해서 설마 교통체증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운전자들 모두가 가는 방향이 다르고 얼마나 급한 지 여유로운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야기하는 팀장의 역할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수신호를 통해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다.
운전자들의 착한 양심과 양보를 기대하며 가만히 있기보다는 적극적인 교통정리를 통해 원활한 흐름을 주도해야 한다.
A 직원과 B 직원에게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이슈가 발생했다면, 서로 도와가면서 잘하기를 기대하기보다 나 팀장이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명확한 지시와 R&R 정립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짧다고 하면 짧을 수도 있고 길다고 하면 길 수도 있는 20여 년 간의 직장생활을 하면서 완벽한 팀워크를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었던 것 같다. 얼마 전 엄격한 팀장 밑에서 너무 힘들어하는 나머지 이직하면서 조그만 회사의 팀장으로 옮긴 동생을 알고 있었다. 새 직장에 옮길 때만 해도 부하 직원들을 다 포용하겠다며 엄청난 꿈을 꾸고 들어갔지만, 얼마 전 만났을 때에 3달 만에 두 손을 들고 다른 직장으로 옮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은 그냥 열심히 일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착한 팀장'만 되면 되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 날 둘이 소주를 들이켜면서 '팀장'의 역할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며 자신은 다시 부하직원으로 당분간 일하는 직장으로 옮겼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얼마 전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필자가 이야기한 사례와 반대로, 어떤 회사에서는 최고경영장의 애매모호한 Direction에 모든 담당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업무를 중복해서 한다는 것이다. 부서의 전문성과 상관없이...
예를 들어, "해외법인의 자금관리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요?라고 화두를 던지면
재무총괄부서 뿐만 아니라 해외영업부서에서도 각각 방침을 작성해서 최고경영자에게 보고한다고 한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러다 보니 업무의 중복성이 발생하고 각 부서간 유사 업무 수행에 따른 Resource의 중복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 또한 문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