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가 리더가 되는 법
나보다 똑똑한 부하직원이 있다면 어떨까?
단순히 생각해보면 나 대신에 많은 일들을 알아서 잘 처리해줄 테니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똑똑한 직원'과 함께 일하기가 만만치만은 않다.
특히, 업무 성향이 완벽주의자인 리더에게는 더 어렵다.
리더가 되어가는 과정 자체도 손쉬운 것만은 아니다.
평범했던 사원이 그 회사의 부서장, 팀장으로 승진하면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으로 조직을 이끄는 위치에 다다르게 되면 대부분 팀원들과 멀어지고 사이도 나빠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자가 컨설팅을 하면서 다양한 회사에서 만난 리더들은 하나 같이 부하직원과의 관계 그리고 팀의 성과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특히나, 완벽주의자의 성향을 보이는 리더들은 부하직원과의 관계에서 특히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완벽주의자'들이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에 집중하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얼마 전 팀원에서 팀장으로 승진한 김 팀장은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말이 아니다.
저녁에 퇴근이라도 할라치면 와이프를 옆에 앉혀놓고 부하직원 험담을 하는 게 하루 일과가 되었다.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일을 더디게 하는 거야?"
"이 놈은 왜 이렇게 보고서를 쓰는 거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내가 다 다시 했어."
"왜 이런 거 하나도 딱딱 맞추지 못하는 걸까, 기본인데..."
"얘는 맨날 말만 하면 이슈만 이야기해? 이슈가 있으면 해결해야지..."
처음에 팀장으로 승진했을 때는 그러려니 했던 와이프도 이제는 슬슬 지겹다.
그래서 조금은 객관적으로 조언이라도 할라치면 김 팀장이 입에 거품을 물고 자기가 화난 이유를 한 시간은 더 들어야 하기 때문에 잠자코 있고 있다.
한편으로는 왜 팀장이 혼자 다 일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팀원들이 잘 따라와 주지 못하는지 화가 나기도 하다.
그리고 혹시 김 팀장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도 약간 걱정이다.
완벽주의자가 좋은 리더가 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완벽주의"에 있다.
"완벽주의"라는 의미는 다른 말로 풀어보면 "정답"이 있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즉, 김 팀장은 팀원일 때 본인이 했던 방식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이 했던 방식을 그대로 팀원이 따라 오지 않으면 업무 처리 과정, 보고서 작성 방법 등 모든 면에서 불만족하게 된다. 그리고 불안해서 팀원들의 업무를 본인이 다시 다 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완벽주의자가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 집중해야 할 요소 하나는
는 것이다.
사람은 성향에 따라 업무를 풀어가는 방식도 다 다르다.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 결과를 중시하는 사람, 결론부터 먼저 생각하는 사람, 우선 부딪혀보는 사람 등
이러한 사람 간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직원이 자신과 동일한 방식과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가 있다. 만일 팀원들에 대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결국 김 팀장은 모든 일을 혼자 다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야근과 함께...
두 번째로 완벽주의자가 집중해야 할 또 다른 요소는
는 것이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완벽주의'란 또 다른 의미로 하나의 '정답'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팀원이었을 때는 한 두 가지 일에 몰두하기 때문에 그 일에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을 수 있지만, 리더의 경우에는 처리해야 할 다양한 본인의 업무뿐만이 아니라 팀원들이 수행한 업무를 리뷰하고 조언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팀원으로 일했던 결과를 리더가 된 지금에 모든 팀원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리하다. 큰 틀에서 이슈가 없다면 자신이 세운 '완벽한 기준'을 버리고 팀원의 성과를 어느 정도 선에서는 인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만약 '완벽주의'를 버리지 않는다면 결국 김 팀장은 팀원들의 업무 결과를 고치기 위해서 혼자 새벽 별을 보는 날이 많아질지도 모른다. 구시렁구시렁 하면서...
마지막으로 완벽주의자가 제일 난관에 봉착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데, 이때 필요한 것은
는 것이다.
완벽주의자가 제일 힘들어하는 경우가 '똑똑한 부하직원'과 일하는 것이다.
완벽주의자인 리더 또한 본인이 한 똑똑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한 똑똑한 부하직원과는 자주 언쟁을 하기 마련이다. 특히나 똑똑한 직원이 까칠하기까지 하다면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하지만 리더라는 역할은 본인의 똑똑함을 뽐내는 것이 중요한 자리가 아니다.
다양한 업무가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팀원들의 동기를 부여하고 지도하는 역할이다.
또한 똑똑하다는 것이 완벽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인지적 유연성'도 떨어진다.
'인지적 유연성'이란 상황이 바뀌었을 때 자신의 전략을 바꾸는 능력을 말하는 데, 나이가 들수록 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정재승 교수는 '열두 발자국'이라는 저서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즉, 젊은 시절 현명한 의사결정을 했던 리더라도 나이가 들면 '인지적 유연성'이 떨어지게 되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이는 뇌의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인지적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결국 고집스러운 인간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 똑똑한 리더일수록 부하직원의 아이디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을 자신이 '졌다'라고 잘 못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리더로서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훌륭한 리더의 자질 중 하나는 팀원들의 의견을 잘 수용하고 이해해서 결국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데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회계법인과 컨설팅을 하면서 다양한 부류의 팀원들과 일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나, 팀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던 초기에는 팀원들과도 많은 불화를 일으켰던 것 같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그 당시의 팀원들도 이제 어엿한 팀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지금도 가끔씩 만나서 술 한잔을 기울이다 보면 그 당시 필자의 팀장으로서의 역할은 '대단했다~'며 농담 아닌 농담을 한다.
어떤 친구에게는 '악마 같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어떤 친구에게는 '무척 고집스러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어느덧 팀장으로서의 역할이 주된 업무가 된 지금에는 내 안에 있는 많은 '완벽주의'를 버린 것 같기는 하지만,
여전히 팀원들의 평가가 어떨지 나 또한 두렵기는 하다.
한 가지 더 경험담을 알려주면,
처음 팀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했던 1 - 2년간에는 내과를 거의 밥 먹듯이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마음이 병이 나 또한 심했던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