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회계의 종류: 재무 회계 / 관리 회계 / 세무 회계
회계와 관련된 업무를 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다양한 사람들과 회계와 관련된 고충을 듣게 된다.
어떻게 보면 사업을 통해 번 돈, 쓴 돈을 잘 기록하는 단순(?) 업무처럼 보일 듯도 한데, '발생주의',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 '보수주의' 등 조금만 진도를 나갈라치면 여간 골치가 아프지 않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필자의 경우에도 처음에 '회계학' 수업을 듣고 무척이나 실망한 기억이 난다. 소위 대학생이 되면 덧셈, 뺄셈 등을 통한 단순한 문제풀이는 더 이상 안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회계에 관심이 없던 필자에게 '회계학' 시험은 중고등학교 수학의 연장선이었다.
회계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분들에게도 필자가 '회계는 객관적이지 않다'라는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회계에는 명확한 답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회계 숫자는 목적에 따라 산출된 결과물일 뿐이다. 그리고 실제 여러 원칙들이 상충되어 시대의 Trend에 부합하는 원칙이 그 외 원칙에 우선하기도 한다.
장기간 수익을 창출할 목적으로 발생한 비용은 발생 당시에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고 내용 연수에 따라 매년 비용으로 인식한다. 이를 '감가상각'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기계장치가 그 예에 해당한다. 커피 가게에서 1,000만 원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입한 경우에 구입 비용을 전부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향후 5년 동안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매년 200만 원을 감가상각비라는 항목을 통해 비용으로 인식한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통해서 5년 동안 커피를 제조할 수 있기 때문에 5년 동안 발생하는 매출에 비례하여 비용으로 인식하는데, 이를 '수익비용대응의 원칙'이라고 한다.
그런데 광고선전비는 어떨까? 실무에서 '광고선전비'를 자산으로 인식해서 매년 감가상각비라는 항목으로 비용으로 처리하는 경우를 보기는 어렵다. 광고선전비 또한 매출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으로 '수익비용대응의 원칙'에 따른다면 광고선전비가 유효한 기간을 선정하여 매년 비용화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지만, '광고선전비'는 비용화하는 내용연수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만일 해당 광고가 제품이 아니라 회사의 브랜드와 관련되었다면 내용연수뿐만 아니라 제품 매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예측하기가 더 어렵다. 따라서 '광고선전비'와 같은 항목은 유형자산으로 분류하지 않고 당해 비용으로 인식한다.
연말에 회계감사를 받게 되면 감사인과 논쟁이 붙는 주요 테마 중 하나나 '재고자산평가손실 충당금'이다. 회사에서 자체 제조하였거나 구입한 재고자산이 장기간 적체되어 있거나 장부 가격이 순실현가치보다 낮은 경우 - 쉽게 예를 들면, 해당 재고를 외부에서 구매하는 금액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재고자산의 가치 보다 낮은 경우 -에 과대 계상된 재고자산의 가치를 감소시킨다.
하지만, 재고자산을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인식하고 향후 매출이 발생할 때 매출원가를 인식하는 이유는 '수익비용대응의 원칙' 때문이다. 회계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는 독자들이 아직 팔리지도 않는 재고자산을 일부 비용화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이다.
또한, 동일한 자산임에도 유형자산은 자산의 가치를 재평가하여 손실을 인식하지 않는다. (IFRS에서 재평가를 인식하고 있지만, 재평가차액은 손익이 아니라 자본조정으로 인식한다). 왜 재고자산에만 재고자산평가손실 충당금이라는 엄격한 Rule을 적용하는 것일까?
상기 두 가지 사례를 보더라도 재무회계가 생각보다 일관된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무회계가 각각의 거래유형별로 다양한 원칙과 예외를 적용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무회계의 목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재무회계는 그 특성 상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두고 있다. 기업에서 발행하는 재무회계 보고서는 주주, 정부, 거래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언제라도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재무회계 수치가 잘 못 표기될 경우 또는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경우 이해관계자로부터 원성과 원망을 들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재무회계는 보수적으로 보고할 수밖에 없다. 이를 '보수주의 원칙'이라고 하는데, 만일 기업이 최초의 재무수치를 이익으로 발표했다가 정확한 회계처리로 손실로 돌아섰다고 생각해보자. 또 만일 기업이 최초의 재무수치를 손실로 발표했다가 정확한 회계처리로 이익으로 변경되었다고 생각해보자. 독자들은 어느 경우에 회사에 대한 원망과 원성이 높을까? 당연히 이익이었다고 잘 못 발표했다가 손실로 돌아선 경우이다. 따라서 재무회계는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수주의'를 중요한 원칙으로 채택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회계기준을 상세하게 기술하여 이슈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관리되고 있다. 국가마다 자산의 회계처리를 규정하고 있는 이유가 다 이 때문이고, 회계감사를 통해 해당 기준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 지를 확인받는 이유도 다 이 때문이다.
하지만 회계에는 재무회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관리회계'라는 것도 존재하는 데, 관리회계란 회사 내부적으로 경영의사결정을 위해 사용하는 회계 기준이다. 해당 기준은 이해관계자가 회사 내부의 임직원에 국한되기 때문에 외부의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때때로 재무회계와 관리회계의 손익이 다른 '경관 불일치'가 발생하는 이유도 관리회계에서는 재무회계와 회계처리를 다르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세무회계'라는 것도 존재한다. 세무회계란 세법에서 규정하는 세금을 내기 위한 회계처리이다. 세법 또한 기업이 번 돈에서 쓴 돈을 뺀 '이익 - 이를 과세소득금액이라고 한다'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다만, 기업이 쓴 돈이 많을수록 이익이 작게 표현되어 세금이 적게 걷히므로, 기업이 쓴 돈이 정당하지 않으면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수익 또한 유사한 개념이다. 따라서 재무회계에서는 인정되는 비용이라도 접대비 한도 초과, 업무 무관 경비 등 세무회계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다양한 비용이 존재한다.
최근 들어 IFRS 15, IFRS 16 등 회계사가 보기에도 어려운 기준들이 도입되고 있는 것 같다. 해당 기준서의 분량 또한 너무 많을 뿐 아니라 실무보다는 이론에 더욱더 치우쳐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런 기준들을 통해 회계가 어렵다는 지인들의 하소연도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회계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거래 유형별로 적용되는 원칙이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회계 자체가 어렵다는 오해를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 적어 본다.
적어놓고 보니 어려운 용어를 여과 없이 쓴 건 아닌지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