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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프라모델을 조립했다.

평범한 나도 가끔 '키덜트'로 환생하는 이유

내 어린 시절 기억으로는 '프라모델'은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노는' 것이었다.

3남매였던 나는 막내였고, 둘째는 형이었다.

형은 무언가를 만드는데 소질이 있었던 것 같다. 3남매의 만들기 방학 숙제는 모두 형의 몫이었으니 말이다.

특히나 형은 용돈을 모아 '프라모델'을 구입하여 한 땀 한 땀 조립하여 장식하는 게 취미였고,

나는 형 몰래 '프라모델'을 가지고 놀다가 어디 한 군데가 망가질라 치면 형을 피해 도망가는 게 어린 시절의 일상이었다.

.

.

.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3년 전인가 아들의 성황에 못 이겨 우리 부부는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

아이에게 일본은 특히나 도쿄는 천국이었다.

하루 종일 다양한 일본 기차가 지나다니는 것을 볼 수 있는 호텔에 묵었으니 말이다.

더구나 '프라레일', '토미카'등 일본 장난감 박물관에도 매일매일 방문하고,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한집 건너 있는 할인마트에는 장난감이 넘쳐났으니 말이다.

드디어 일본 여행 마지막 날에 나도 나 자신을 위해서 멀 하나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집어 든 것이 "마징가가 그려져 있는 프라모델"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프라모델 조립'에 취미가 없는 나는 장난감 박스를 1년 정도 창고에 방치해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토요일 오후였던 기억이 난다.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한창일 무렵, 불현듯 '프라모델'을 조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을 책상 앞에 앉혀놓고 2 - 3시간에 걸쳐 열심히 마징가를 만들기 시작하자마자, 이유는 모르겠지만 스트레스가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는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줄 몰랐다.

그리고 '프라모델'을 생각보다 잘 만든다는 생각에 두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두 번째 도전은 '건담'이었다. 

하지만, '건담'은 만들 때에는 스트레스가 풀렸지만 장식 단계에 접어드니 영~ 감흥이 없었다.

아무래도 난 마징가 세대가 맞나 보다.

아직도 마징가 Z의 마지막 편에 팔다리가 잘린 마징가 Z의 모습이 선~하니 말이다.

그래서 그 여운을 가지고 도전한 것이 바로 아래 요놈 ~, 그레이트 마징가이다.

- 한 때, 그레이트 마징가가 마징가 Z의 전세대인 줄 알았다.

그레이트 마징가를 장식해놓고 보니 이전에 산 마징가 Z가 너무 초라해 보였다. 

그래서 다시 도전한 것이 마징가 Z!!!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징가 삼 형제의 맏형인 '그랜다이저'!!!

요 놈은 출시가 되기 전부터 한 달가량을 기다려서 구매했다. 

(이게 머라고...)

그래서 완성된 마징가 형제들의 모습들...

아직은 와이프님께서 허락하지 않아 별도 장식장에 넣어놓지는 않았지만 기회가 되면 장식하고 싶긴 하다.

얼마 전 와이프와 아들이 근처에 프라모델 전문점이 생겼다가 함께 가자고 하였다.

나는 정색을 하면서 '프라모델 조립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정색을 했다.

와이프와 아들은 못 믿는 표정이었지만...


신기한 건 '프라모델'을 조립하고 나면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완화된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그 전에는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어른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실제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리고 술 한잔 안 마시면 그만 아니냐는 자기 합리화도 생겼다. ㅋㅋ


이제 '마신 삼 형제'를 다 구입했으니, 

더 이상은 '프라모델'을 구입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 아무리 멋있는 '건담'시리즈를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으니 말이다.


하.

지.

만.

홍콩에 출장 가서 또 사고야 말았다.

이름하야 "마징카이저"!!!

요놈은 또 언제 개봉할지...

(아무래도 스트레스 이빠이 받는 주말이지 않을까?)


아무튼,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내들이여~ 키덜트 남편들을 쫌~ 봐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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