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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의 미학 Part 1

지인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는 깔끔한 방법

얼마 전 A 씨로부터 사석에서 하소연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A 씨는 주말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는 친구 B 씨가 갑자기 본인도 텃밭을 가꾸고  싶다며 A 씨가 운영하고 있는 주말 농장을 조금만 쓸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고 한다.

B 씨의 부탁에 조금은 난감한 A 씨가 우물쭈물거렸더니

'친구 사이에 그까짓 거 가지고 너무 고민하는 거 아니냐'며 핀잔을 줬고,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한다.

친구 사이에서도 그렇지만 직장에서도 개인적인 친분관계로 무리한 요구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필자도 가끔 친구 사이에서도 또는 동료라는 이유로 무리한 부탁을 하는 분들 덕분(?)에 난처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결론은 생각보다 간단한 곳에 있다.

바로 '암묵적인 합의(?)를 원점으로 돌리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앞의 상황을 잘 살펴보면, 둘 간의 대화에서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A 씨와 B 씨 간에는 "공짜"라는 암묵적인 전제 하에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A 씨는 현재 수익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주말 농장을 "공짜"로 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B 씨의 요구에 불편함을 느껴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B 씨 또한 친구 사이이니 당연히 "공짜"로 빌려주겠거니 생각하고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 지. 만.

만약 A 씨의 머릿속에서 "공짜"라는 전제조건을 제거한다면 어떨까? 

즉, B씨도 A 씨에게 부탁을 하면서 주말농장을 사용하는 대가를 당연히 지불할 거라고 이해했다면 다음과 같은 답변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당연히 가능하지~. 텃밭을 가꾸다 보면 생각보다 재미있어. 

근데 B 씨~ 주말농장 가격이 얼마인데 내가 B 씨한테는 특별히 싸게 얼마에 해줄게~"

해당 대화를 통해 A 씨가 천연덕스럽게 '수익사업으로 운영하는 주말농장인데 당연히 돈을 지불하겠지~'라는 표정까지 관리해준다면 B 씨는 할 말을 잃지 않을까?

그래도 B 씨가 "친구 사이에 왜 이래~" 하면서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A 씨는 당당하게 아래와 같이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다.

"B 씨~ 미안한데, 내가 지금 주말농장으로 생활비를 벌고 있거든~ 

그리고 현재 빈 땅이 없어서 그래~"


즉, A 씨의 대화 패턴 변경을 통해서 둘 간의 암묵적인 합의인 "공짜"라는 전제조건을 "돈대가를 지불"이라는 전제조건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방법은 직장생활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특히나 새로운 업무 절차를 논의하고 (하지만, 아직 공식적인 R&R이 정의되지 않은 경우)에 이러한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새로운 업무가 자신의 업무일 거라는 부서에서는 방어적으로 대응하고, 자신의 업무가 아닐 거라는 부서에서는 이상적인 업무절차 - 소위 말하는 아무 말 대잔치 - 를 이야기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하지만,  새로운 업무에 대한 R&R은 재논의 대상으로 암묵적인 합의(?)를 깨버린다면 종종 대화는 긍정적으로 흐를 수 있다.

예를 들어,

B부서 팀장이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면,  

"이런 업무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고, 저런 업무는 저렇게 까 해야 하지 않을까요?

A부서 팀장은 아래와 같은 답변으로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저도 B 팀장 이야기에 동의합니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잘 반영해야겠네요~"

설혹 B부서 팀장이 아래와 같이 이야기할지라도,

"A부서에서 진행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A부서 팀장은 또 아래와 같은 답변으로 대응해보자.

"글쎄요, 아직까지는 명확한 R&R이 정해지지 않아서요.

우선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 게 맞는지부터 이야기하고, R&R은 그 후에 다시 논의하시죠."



'거절의 미학'이라는 테마는 예전부터 만지작만지작 거리던 주제였다. 

다만, 상황별 대처하는 방법이 다양해서 하나의 칼럼으로 어떻게 쓸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차라리 Part를 나눠서 연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우선 "Part 1"을 써 본다.

세상에 모든 착한 분들이 

무리한 요구사항을 세련되게 거절할 수 있는 그날까지 '거절의 미학'은 계속 연재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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