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와 고수의 차이
빠르면 1개월 길면 3개월 동안 관장님이나 사범님들은 기본자세를 계속 반복하라고 강조한다.
기본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리고 기본자세는 어느 도장을 다녀도 대부분 다 똑같다)
하지만 무술을 조금 오랫동안 연마하다 보면 자연스레 의문이 발생하게 된다.
오랫동안 도장을 다닌 고수들의 자세를 보면 아무도 처음에 배운 기본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범님이나 관장님 또한 마찬가지이다.
사진은 국기원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겨루기의 기본자세이다.
일반적으로 오른손잡이는 왼손을 목과 배 중간 위치에서 약간 손을 구부려서 앞으로 뻗는다. 상대방과의 거리 조절을 위해서이다. 그리고 오른손은 턱과 가슴을 보호하기 위해서 턱 밑에 주먹 한 두 개 사이의 공간을 빼서 위치한다.
그리고 두 주먹은 항상 쥔 상태여야 한다. 손가락을 폈다가 상대방의 발차기에 맞기라도 하면 손가락이 부러질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실제 겨루기를 하는 선수들 중에 이러한 자세를 취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아무도 없다.
상기 두 가지 사진을 보면 선수들은 아무도 국기원이나 태권도 도장에서 초보자들에게 권고하고 있는 자세를 잡지 않는다. (더 재미있는 것은 신문 등을 실으려고 선수들에게 포즈를 취해달라고 하면 또다시 국기원에서 말하는 자세를 잡기는 한다.)
왜 그러는 걸까?
잘 못 이해하면 초보자 시절에 배우는 기본자세는 다 쓸모없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겠지만, 이는 하수와 고수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고수도 정석대로 기본자세를 연마했지만, 어느덧 시간이 흐르면 자기만의 방식을 발전시키게 된다.
자기만의 방식이란 자신의 몸 상태, 장점 그리고 단점을 알기에 이를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기본자세를 변경시킨다는 의미이다. 태권도의 경우에 선수들은 자기만의 겨루기 기본자세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복싱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살펴보면 기본 동작이 저마다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하수도 정석대로 기본자세를 연마한다. 하지만 거기서 그대로 멈춘다. 즉, 시킨 대로 업무를 진행할 뿐, 응용이나 발전까지는 가지 않는다.
여기서 하수와 고수의 차이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는 업무에도 마찬가지이다.
업무를 하다 보면 부하직원들에게 안타까운 점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예전에 했던 업무를 그대로 답습하는 데에서 멈추는 경우에 그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커진다.
지시한 업무 결과에 대한 단점을 지적이라도 할라치면
가끔 부하직원 중에 시킨 대로 했는데 왜 잘못했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짓곤 한다.
또는 시킨 업무에 오류가 있었음에도 그대로 해오고 본인은 모든 일을 다했다는 표정을 짓곤 한다.
그럴 때면 팀장의 입장에서 답답하다.
지시한 업무에 대해서는 스스로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거기에 응용이 들어가길 바랬건만...
꽤 오래전에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중간에 다른 업무를 하기 위해 프로젝트에서 빠진 경험이 있다. 꽤 공들였던 프로젝트였지만 다른 업무에 배정받았기에 1단계까지만 완성하고 2단계에는 후임자에게 넘겨주고 떠났던 기억이 난다.
(실제 업무는 1단계에서 모델 수립 및 2단계에서 프로세스를 실제 구축하는 업무였다.)
1단계에서는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이 있었기에 조금 더 단순한 가정으로 모델을 만들었었는데,
2단계를 진행하던 후임자에게 2단계 진행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후임자에게 조언을 해주는 과정에서 조금 답답한 점을 느끼게 되었다.
1단계의 내 업무를 이어받은 후임자는 1단계에서 주어진 제한적인 가정 그대로 2단계를 진행하고자 만 하고 있었다. 내 생각에는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충분히 더 발전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언을 하던 중간에 답답한 마음을 느꼈었다.
또한 내 후임자는 충분히 1단계 업무를 더욱더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이 충분히 있었음을 알았기에 답답함이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