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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나 Jan 31. 2021

나를 마주하는 요가

움직이는 사람TYPE_요가


수련, 호흡 이어가기


4년째 요가 중. 물론 중간에 한눈을 판다고 다른 운동을 하기도 하고, 잠시 쉬기도 했지만, 요가를 한 햇수를 모두 합하면 4년이 조금 넘는다. 그리고 최근 3년 동안, 요가원은 바뀌긴 했지만 요가 자체를 쉬지는 않고 있다. 내게 요가만큼 좋은 운동이 없고,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다른 운동과 병행을 하더라도 요가만큼은 쉬지 않고 호흡을 이어가려고 결심한 덕이다. 


처음 요가를 접했을 때 감사하게도 좋은 선생님께 수련을 받았다. 새벽반 수업으로 수련하러 오는 사람은 나를 제외하고는 거의 1~2명이었고, 그마저도 오지 않는 날에는 나 혼자 수업을 받을 때도 있었다. 선생님은 몸의 구석구석, 근육의 부분을 설명해 줄 수 있을 만큼 체계적인 지식이 바탕이 된 분이었고, 군살이라고는 1도 없어 보이는 마르고 강한 몸을 갖고 있는 분이었다. 선생님에 대한 동경과 아침 요가의 개운함을 알게 된 덕분에, 거의 매일 빠짐없이 수업을 나갔고, 때마침 아픈 실연을 겪은 후라 더 열심히 요가에 매달리고 수련에 집중하며 지난 사랑을 잊어보려 애썼다. 


평일에 거의 매일 요가를 하다 보니, 불량한 자세로 인해 굳어 있던 척추가 신기하게도 좍좍 펴지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 당시에 1~2cm 정도는 키가 더 자란 것처럼 보였는데, 매주 꼬박꼬박 만나던 친구가 "너 좀 자란 거 아냐? 나만 했는데 어째 나보다 쪼끔 위에 있는 것 같다?"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아마도 바르지 않은 자세로 오랜 시간 지내온 덕분에, 내 척추에 펴질 부분이 더 많았던 탓도 있겠지만, 선생님과 수련한 시간들 덕분이었을 것이다. 선생님은 척추 기립근을 강조하고, 펴고 늘리는 동작에 조금 더 집중해서 자세를 잡아주곤 했으니까. 그런 아침 수련 후, 구부정한 자세로 있으면 그 자체로 죄책감이 느껴졌고, 출퇴근길 지하철이든 사무실 의자에서든 바르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며 앉아있으려 애썼다. 그리고 그렇게 앉은 자세를 바로잡다 보니 어느덧 습관이 되었다. 몸의 변화를 느끼니 수업이 더 즐거워졌고, 몸을 따라가다 보니 슬픈 일도 조금은 잊혔고, 정신도 어느 정도 맑아지는 것 같았다. 


1년 가까이 열심히 이어가던 수련의 흐름이 끊어지게 된 것은, 선생님이 바뀌면서부터 였다. 동경해 마지않던 선생님이 사라지고, 새로운 선생님의 약수터를 연상케 하는 수업을 '헛둘, 헛둘'하며 따라 하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이전의 체계 있던 요가 수업은, 맨손체조에 가까운 시간이 되어버렸고, 몸의 구석구석을 단련하며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아침 시간이 전혀 개운하지 않았다.  

이후 1년 가까이 복싱도 하고, 스쿼시도 잠깐 도전했으나 정착하지 못했고, 그러다 결국 다시 요가를 시작했다. 몸에 꼭 맞는, 멈추지 않고 이어가고 싶은 운동은 결국 요가였다.  지금은 이사를 가게 되더라도, 집 주변 요가원을 미리 검색해서 가능하면 운동이 비는 시간이 없도록, 요가의 호흡을 이어가고 있다. 


요가는 할수록 좋다. 


요가를 하면 몸이 바뀐다. 그런데 몸만 바뀌는 게 아니다. 호흡과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정신이 어루만져지는 기분이 든다. 그냥, 맑아진다. 그리고, 그 틈은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 준다. 나의 평소 생활 습관과 생활을 가감 없이 드러내니까. 그리고, 온갖 잡다한 생각을 덜어내니까. 


요가를 하면서 나의 단점을 마주하게 되고, 평소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내 생활 패턴을 의식하게 된다. 내 몸의 정렬이 어디가 흐트러져 있는지에 따라 내 평소 자세가 어떠한지,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지 숨길 수가 없기 때문에. 나는 다리를 자주 꼬는 편이다. 집중하고 싶을 때, 소설책이나 텍스트를 읽을 때, 다리를 꼬지 않으면 집중이 잘 안된다. 오랜 시간 누적된 이 습관 덕분에 골반이 많이 틀어져 있고, 왼발과 오른발의 크기도 꽤 다르다. 

이 습관은, 특히 전굴 자세를 할 때  왼발보다 더 삐져나와 있는 오른발을 보며 '아, 내가 짝다리구나.' 하고 실감하게 했고, 한 발로 서서 균형을 잡는 동작을 할 때 유난히 잘 버티는 든든한 오른발을 보며 ' 아, 오른쪽 네가 더 크긴 크구나.' 하는 등 특히 동일한 동작을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할 때, 이러한 습관이 얼마나 내 몸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알게 했다. 오랜 시간의 습관은 내 몸을 차이 나게 했고, 요가는 거침없이 그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운이 좋게도 요가를 하면서 좋은 선생님을 많이 만났다. 선생님들은 몇 차례 수업을 거치지 않아도 단박에 내 몸에 대해서 알아차리고 세심하게 지도해 주었다. 골반이 바로잡힐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아줌과 동시에, 서두르지 않도록 잘하고 있다고, 서서히 바뀌어 나가면 된다고 평온한 격려를 나누어 주었다. 

살아있는 한 나쁜 습관이라는 생활의 독소가 어쩔 수 없이 쌓여나갈 테니까, 매일매일 아주 조금씩 바뀌어 나가도 괜찮으니까, 요가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갈 생각이다. 



요가는, 오롯이 나를 마주하는 시간




사진 출처:Image by mohamed Hassa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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