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주 차,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 거지?

하루 만에 책 쓰기로 매주 한 권 책 쓴다(2019년 5월 27일)

by 런던남자

Note: 하루 만에 책 쓰기로 매주 한 권 책 쓰기 프로젝트는 나의 평생 프로젝트로 2019년 2월 11일 월요일에 춘천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죽기 전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을 소망한다. 만일 이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면, 나는 이미 질병과의 전투에서 1패를 기록하며 다른 별로의 고독한 여행을 시작하였을 확률이 아주 높다.




@ 부제: 사람들은 젊어서는 게임이나 스타에, 중년에는 동호회 활동에 미친 듯이 빠져든다. 무언가에 미치지 않으면 퇴로가 없기 때문이다.

@ 분량: 이북 기준 176페이지(폰트 22)

@ 판매: 블로그 서점(https://blog.naver.com/jebyi)




프롤로그


5월의 하반기에 접어들며 계절은 이미 여름을 향해 치닫기 시작하였다. 아카시아는 하얀 꽃을 떨어뜨리고 잎만 무성하다. 바닥에서 말라버린 꽃에는 아직 그 특유의 강한 향의 여운이 미처 허공에 흩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 빈자리를 기세 좋은 넝쿨장미들이 여기저기서 아우성을 지르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화려하고 분주하다. 끊임없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려는 자연의 순환과 변신 앞에서 요지부동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가슴속을 넘나드는 휑한 바람이다. 총탄을 맞고 구멍이라도 난 듯 허한 가슴을 채워줄 무언가를 찾아 오늘도 현관문을 나선다. 그것은 소중하고 단란한 가정에서조차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5월 중순의 한가롭고 화창한 토요일이다. 점심 무렵의 태양은 강렬하다. 수은주는 30도를 넘어서고 있다. 나는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축구장으로 향한다. 우리가 모여서 축구를 하는 운동장은 반포나 하남은 물론 원당과 남양주까지 다양하다. 축구경기는 보통 아침 일찍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조기 축기라고 부른다. 그런데 오늘은 12시부터 5시까지 일정이 잡혀 있다. 한국에 와서도 빠지지 않고 참가하는 모임이 바로 축구 모임이다. 대학 동문들의 모임인데 유대감이 아주 강하다. 대부분은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선배들이다. 이들의 축구 사랑은 대단하다. 1주일 내내 단톡 방 모임에서는 축구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각자 즐기던 골프나 자전거 등 다른 동호회 모임은 내팽개친 채 오로지 축구에만 전념하고 있다.


축구에만 전념한다고 표현하기에는 어감이 약한 느낌이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미쳤다고 표현해야 정확할 것 같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흔히들 가슴 뛰는 일을 하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에는 약간의 모순이 있다. 가슴 뛰는 일은 남이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그것도 아주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에 미친다는 의미는 긍정적이고 즐거운 일이다. 반면 문제들도 없지 않다. 특히 게임이나 도박 등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개인이 자재할 수 있는 힘만으로 중독을 피해 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금연보다 몇 배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영국에서부터 축구에 미친 동호회 사람들과 상당히 오랫동안 교류를 이어왔다. 이들이 축구를 좋아하고 급기야 미치기까지 한 이유와 방법은 각양각색이었다. 하지만 공통된 함수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경기 후 모두 이것을 축구장에 내려놓고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바로 외로움이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어도,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있어도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친구를 만나서 술자리를 가져도 마찬가지였다. 축구장에 나와 몇 시간 동안 뛰며 땀을 흘리는 행위는 숭고한 의식 그 자체다. 세상의 모든 잡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뛰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육체적으로 너무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한계에 달할 때까지 열심히 뛰는 편이다. 극한의 경지를 느꼈을 때 모든 에너지가 방전되면서 무아지경이 된다. 1주일에 그렇게 몇 시간이라도 생각의 고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큰 축복이다. 외로움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전혀 없다. 있던 외로움도 관성처럼 나가떨어진다. 축구에는 그런 마력이 숨어 있다.


지난해 가을에 한국에 와서도 나는 제일 먼저 축구를 할 수 있는 모임을 찾아 나섰다. 다행히 과 동기의 도움으로 대학 동문회 선배들이 운영하는 축구모임을 발견하였고 지체 없이 회원이 되었다. 하지만 허리디스크 환자였던 나에게 축구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운동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운동장으로 향하는 나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느껴졌다.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것이다. 내가 쓸쓸하고 애처로워 보였다.


저 인간은 얼마나 외로웠으면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토요일마다 축구하러 나가야만 하는 것일까? 스스로가 한심하고 못마땅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 자신의 처지가 이해가 갔다. 그러면서 다른 동호회 활동이나 한류스타를 좋아하는 모임, 나아가서는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필요한 무언가는 내가 필요한 그것과 결코 다르지 않았다. 이해의 폭이 세대를 넘어서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태어난 이상 삶을 살아내야 하는 인간에게는 동서고금이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동일한 과제였던 것이다. 이제는 그 많은 클럽이나 동호회 활동들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살아있는 한 피해 갈 수 없는 외로움은 그렇게 분산되고 희석되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우울증은 병으로 인정되어 많은 정신과 의사가 존재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우울증 못지않은 고통을 안겨주는 외로움은 아직까지는 각자의 몫이다. 이제는 외로움에 관한 많은 연구와 함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부끄러운 이야기들이 책으로 나올 수 있도록 지구 반대편에서 응원해주고 격려해준 아내와 아들 그리고 사냥하는 고양이 둘째 아들 단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 목 차 -


프롤로그


1장, 어린 시절

1) 빈곤 속의 풍요

2) 무지의 충만함

3) 유기체적 삶


2장, 새로운 세상

1) 인터넷의 역설

2) 고립되는 개인

3) 386의 몰락


3장, 축구가 뭐 길래

1) 축구에 미쳤다

2) 리젠트 스트리트

3) 일상


4장, 외롭다는 것은

1) 사람

2) 오빠부대

3) 동호회


5장, 소통

1) 인터넷

2) 세대갈등

3) 청년 꼰대들


6장, 외로움

1) 잃어버린 자아

2) 무너진 자존감

3) 고립


에필로그




에필로그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 거지?라는 제목은 그 유명한 소설 어린 왕자에서 따온 것이다. 어린 왕자가 사막에서 나누는 대화의 한 장면에 등장하는 대사다. 어린 왕자라는 동화 같은 소설에 그렇게 깊고 심오한 주제가 숨어 있다는 생각은 전에는 하지 못하였다.


외로움이라는 주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생을 안고 가야 하는 것이다. 어떤 처방전이나 치료제가 있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현대인들에게는 고질병처럼 누구나 달고 사는 하나의 혹 주머니다.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여기저기서 고독사와 관련된 뉴스가 들려온다. 슬픈 현실이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외로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나이와 세대별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어리다고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다. 영국 대학의 설문조사에 보면 젊을수록 더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우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너무나 발달된 SNS상의 소통이 오히려 소통을 방해하고 있다는 역설이다.


아이들이 왜 게임에 몰두하는지? 아이들이 왜 특정 아이돌 스타에 빠져드는지? 어른들은 깊게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많은 어른들이 왜 동호회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취미활동을 하는지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모두 외로움을 이겨내려는 몸부림들인 것이다. 그러한 몸부림이 자신들의 자아와 존재감을 지켜내고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모든 세대를 불문하고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장치들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외로움과 싸우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글이 작은 힘이나마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19년 5월 27일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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