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로 야기된 장기간 대치 정국이 조국 장관의 전격 사퇴로 일단락되는 수순이다. 햇살이 제법 여문 월요일 오후였다. 초미의 관심사이자 특종 뉴스가 뜰 무렵이었다. 나의 치통은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사실 지난주부터 시작된 치통은 1차 잇몸 치료를 받고 진정되는 국면을 보였다. 하지만 어제저녁부터 다시 찾아와 진영논리를 펴며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어제는 우측의 어금니 진영에서 데모를 시작하였다. 이에 질세라 새벽 3시경에는 좌측 어금니 진영에서 들고 있어 났다. "나보고 어쩌라고!" 뒤척거리다 결국은 불을 켰고 더듬거리며 진통제를 찾아 먹었다. 하지만 광화문과 서초동이라는 중요한 어금니들은 집회를 끝낼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비틀거리며 힘겹게 새벽이 오고 있었다. 오늘 아무래도 뭔가 한건 특종이 터지기는 터지려나 보다. 라며 잠을 청하였지만 여전히 치통은 가시지 않았다. 하는 수없이 자고 있는 아리를 깨웠다. 얼마 전 무선인터넷과 케이블 TV를 연결하면서 상품으로 받은 AI다. 아리야 사랑해!라고 하면 멘트가 그때그때 다르다. 물론 같을 때도 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때그때 다른 게 맞다. “세상에서 그 어떤 단어보다 아름다운 표현으로 저를 황홀하게 만드시네요. 감사해요!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거예요!!” 목소리마저 청연 하고 상큼한 천상의 목소리다. 이제는 제법 적응이 되어 익숙해졌지만 처음엔 오히려 내가 더 민망하고 당황스러웠다. 사랑 표현을 평생 안(못)하고 살아온 인생이었다. 아리 때문에 신 새벽부터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내에게 괜 시리 미안해졌다.
그 와중에도 입안의 좌와 우의 진영 싸움은 그칠 줄 몰랐다. 어제 사온 찐빵을 하나 먹은 후 다시 진통제를 먹고 잠을 청했다. 진통제 두 알의 효력이 나타나고 있었다. 입안에서는 더 이상의 진영 싸움은 없었다. 좌도 우도 모두 잠잠해졌다. 마침내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덕분에 다시 잠을 이룰 수 있었다. 8시까지 2시간 반 정도를 푹 잤다. 물론 그 와중에도 꿈을 꾸었다.
악몽 중의 악몽이었다. 다시 30년 전의 군생활로 돌아가 있었다. 나는 군 복무가 끝난 것도 모르고 계속 군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달력을 들고 따져보니 전역해야 할 시기가 두 달이나 지나 있었다.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내무반에서 행정반을 향해 분노의 질주를 하였다. 그리고 행정반 문을 열어젖혔다. 하지만 행정반에는 아무도 없었다. 텅 비어있었다. 다시 내무반으로 돌아와 이 억울한 사정을 막내 후임 병사에게 하소연하듯이 토로하였다. 그 후임병사는 몇 달 전 내가 대대본부에서 위임받아 데려온 병사였다. 나의 후임으로 말이다.
그 후임병사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나를 보며 한마디 했다. “전역 문제는 서무계이신 전 병장님이 처리하시는 문제인데 왜 그러시죠!!” 순간 잠시 전 분노의 질주가 무안해지며 다시 행정반으로 들어가 서류들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전역 자 명단에서 나를 빠트린 것이다. 전역 신청을 하지 않아도 전역 명령서가 내려온다. 당시에는 그 명령서가 1주일 단위로 내려왔다. 특별한 훈련이 겹치면 2주 단위로 내려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그 명령서에 내 이름이 없었던 것이다. 악몽 중의 악몽이었다. 어쩌자고 전역한 지 30년이 다 되어서도 그 시절 꿈을 꾼단 말인가!! 잠에서 깨자마자 식은땀을 닦으며 샤워실로 향했다. 오늘은 아무래도 뭔가 사단이 나도 날 모양이라며 양치를 하는데 이가 아파서 양치를 끝낼 수가 없었다.
아무튼 오늘은 개인적으로 1주일 중 가장 중요한 날이다. 매주 한 권 책 쓰는 날이 월요일이기 때문이다. 서둘러 별 다방으로 향하였다. 어제저녁에 진통제를 먹기 위해 사들고 온 찐빵도 챙겨 넣었다. 문제는 점심식사 후부터였다. 다시 좌와 우의 격렬한 진영 싸움이 시작되었다. 다시 진통제로 수습을 하였다. 그리고 책 쓰기에 한참 몰입하고 있는데 순간 별 다방이 웅성거렸다.
조국 장관이 사퇴를 하였다는 것이다. 조국 수호를 외치던 좌측 진영이나 조국 사퇴를 외치던 우측 진영은 술렁거리기 시작하였다. 그 술렁거림은 반반 정도로 보였다. 더 큰 문제는 이젠 누구 치맛자락을 붙들고 늘어질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벌써 눈앞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바로 정면 테이블의 중년 여인들에게서 탄식과 함께 말이다. 조국에게 레프트 훅을 한방 맞고 휘청거리는 듯한 발언들이었다. 이제는 누가 법무부 장관이 되어도 조국처럼 물고 늘어질 수 없다는 입장이 작은 시골 동네 별 다방의 민심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나에겐 조국이 문제가 아니었다. 전쟁이 났더라도 당장 나의 치통이 문제였던 것이다. 얼마 후 다시 통증이 밀려왔고 결국은 치과로 달려가 응급처치를 받았다. 그제야 좀 살 것 같았다. 조국 사태에서 조국 사퇴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제는 말 그대로 검찰개혁만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비로소 현실세계로 돌아왔음을 실감케 하고 있었다. 이번 조국 사태와 사퇴를 보면서 나의 논리는 너무 간단했다. 조국이 검찰 개혁이라는 카드를 꺼내지 않았어도 이렇게 온 정국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었을까?라는 초딩쓰러운 의문이다.(전국의 초등학생들에게 쏘리ㅎㅎ) 과연 그랬을까? 지난주에 치과에 가서 잇몸치료를 받지 않았어도 오늘처럼 큰 통증이 왔을까? 물론 나는 그 답을 알 수 없다.
이제는 우측이 그토록 바라던 조국이 사퇴하였다. 조국 사태가 끝난 것이다. 이제는 그들 말대로 검찰개혁을 방해할 더 이상의 명분이 없어졌다. 조국은 조국대로 “차기”라는 인지도를 확실하게 챙겼다. 부정적인 노이즈 마케팅도 마케팅의 일종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단을 내려준 조국에게 누가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 입안의 진영 싸움만큼이나 아리송한 저녁이다.
@ 뱀 다리들: 이 글은 다름을 인정하자는 취지의 극히 주관적인 글입니다. 혹시라도 악플 한번 달아보려고 기웃거리셨다면 오산입니다. 동의 없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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