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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Oct 19. 2019

조앤 롤링의 글쓰기

 책을 쓴다니 지나던 소가 웃었다 #6 일단 먼저 써라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이 반드시 좋은 글을 쓴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책 한 권 읽지 않은 사람들이 좋은 글을 쓸 수도 있다. 물론 독서가 글을 쓰기 위한 사유와 통찰력을 제공하는 밑거름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반드시 책을 많이 읽을수록 좋은 글을 쓴다는 상관관계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유는 자명하다. 좋은 글은 처음부터 써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 쓰고 또 쓰다 보면 어느 날 등단해서 출간 작가가 되어있을 뿐이다. 물론 개인의 능력차까지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 능력도 노력으로 일정 부분까지는 상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존하는 작가 중 가장 유명한 작가 한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조앤을 꼽는다.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 K 롤링은 어린 아기를 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카페에서 매일 글을 썼다. 그녀가 카페라테만을 시킬 수밖에 없는 사연은 가슴이 아프다 못해 처절하다. 카페라테를 주문할 때에는 반드시 우유를 따로 달라고 주문하였다고 한다. 아이에게 우유를 먹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은 약간의 우유는 그녀의 커피 잔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중에 사정을 안 직원들은 우유를 아이가 먹고 남을 정도로 듬뿍 주었다고 한다. 물론 그녀의 꾸준함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직원들이 돌아가며 아이를 봐주고 아이가 자거나 놀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 그 카페는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에 있다. 지금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 그 카페는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 카페 이름은 바로 엘리펀트 하우스다. 혹시라도 에든버러에 갈 기회가 있다면 꼭 들려보기를 권한다.      


그녀는 전직 교사였다. 영국에서 교사의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바쁘다. 물론 그녀는 영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영어교사를 하기도 했다. 영국의 경우, 교재가 별도로 없기 때문에 수업할 교안을 만들어야 한다. 매주가 될 수도 있고 매월이 될 수도 있다. 분기 별로인 경우도 있다. 가끔 아이가 월요일에 학교에 가지 않고 빈둥거리며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곤 하였다. 인 셋 데이라고 해서 선생님들이 학교에 출근해 수업 준비를 하는 날이라고 한다. 덕분에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놀 수 있다. 이처럼 영국에서는 선생님들의 삶은 한국에 비해 고달프다. 항상 수업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한국처럼 지정된 교과서가 없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교과서를 받아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얇은 참고서 같은 자료나 읽어야 할 책들만 가지고 다녔다. 그 책 또한 하루나 이틀이면 읽을 수 있는 얇은 책들이다. 그리고 매 학기 체크 노트가 한 권 제공되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노트 표지에 플라스틱 코팅지를 입혀서 내구성을 더해준다. 시간이 지나면 너덜너덜해진다는 것을 아이들이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이 노트는 준비물이나 과제는 물론 선생님들의 의견에 답하는 중요한 것이었다. 부모는 매일 저녁 노트를 점검하고 서명을 한다. 선생님의 의견이 거의 매일 적혀있기 때문이다. 의견을 읽고 부모들은 답장을 쓴다. 동의가 필요하면 서명을 한다. 지금 생각하면 참 효율적인 소통 방법이었다.     


조앤이 몇 천권이나 만권 이상을 읽었을 확률은 희박하다. 물론 영국 사람들은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기로 유명하다. 버스나 지하철은 물론 카페에서도 틈만 나면 책을 읽는다. 조앤이 많은 독서량 때문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든 것은 바로 그녀의 절박함이었다. 아이 우유 살 돈도 없었던 실업자에게 직접 육아를 하며 일을 할 수 있는 모든 길은 차단되어 있었을 것이다. 오로지 그녀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칭얼거리는 아이를 옆에 두고 글을 쓰는 일이었다. 그래서 매일 쓰고 또 썼던 것이다. 해리포터가 처음부터 출판사에서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여러 번 거절당하였다고 한다. 그 거절한 출판사들은 지금도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독서와 글쓰기의 상관관계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을 수도 있다. 독서는 독서이고 글쓰기는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독서하는 시간만큼 글쓰기를 하면 더욱 효율적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상관관계란 용어까지 등장시켰다. 평생 매일 한 권씩 읽어도 글 한 줄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글쓰기는 아이의 걸음마와 같은 것이다. 수도 없이 넘어지고 또 넘어져야 비로소 아장아장 걸을 수 있고 나중에는 뛰어다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 쓰고 또 써야 한다. 어쩌다 보니 작가가 되는 것이 글쓰기가 주는 매력이다. 작가가 목표가  아니라 매일 쓰다 보니 어느새 작가가 되어있는 것이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카카오 브런치란 플랫폼에는 그런 사례들이 차고 넘친다. 실제로 유명 작가들은 그렇게 처음 한 줄을 쓰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하루아침에 유명 작가가 된 사람은 없다. 태백산맥의 조정래 선생은 글감옥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였다. 글 감옥에 갇힌다는 의미는 오로지 24시간 글만 생각하고 글만 쓴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먹고 자는 시간에도 그랬을 것이다. 단 한 번씩만 읽었지만 그분의 아리랑, 태백산맥 그리고 한강의 스토리들은 지금도 뇌리에 남아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10년에 가까운 글감옥에 갇혀서 매일 쓰고 또 써야 했을 것이다. 벌교의 나지막한 언덕에 태백산맥 문학관이 있다. 그분의 육필원고는 황룡사지 9층 목탑만큼이나 높아 보였다. 이처럼 읽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쓰는 것이다. 물론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일단 쓰는 것이다.



PS: 이 글은 "하루 만에 책 쓰기로 매주 한 권 책 쓴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9년 10월 14일에 제작된 ebook이다.



참고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는 삼성동 아지트리에서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 만에 책을 쓰고 매월 또는 매주 책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처럼 매주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이 10명 이상 되었다. 앞으로도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강의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https://www.onoffmix.com/)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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