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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Nov 08. 2019

당신의 노후준비는 안녕하신가요?

책을 쓴다니 지나던 소가 웃었다 #17  책 쓰기와 노후준비

기존 노후준비들의 문제점      


앞서 책 쓰기 관련 서적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점이 바로 우리의 노후 문제였다. 노후준비가 갑자기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측면과 맥락을 같이한다. 첫째는 100세 시대라는 갑작스러운 수명연장이다. 둘째는 전통적인 효도의 개념 변화다. 이외에도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크게 두 가지만을 놓고 기존 노후준비의 문제점들을 생각해 보겠다.      


노후 준비란 젊어서부터 축적한 재산의 일부를 비축하여 은퇴 이후의 삶에 대비하는 성격이 강했다. 그 재산의 일부는 부동산에 투자되거나 자녀에게 투자되었다. 그리고 투자한 만큼 부동산이나 자녀는 되돌려 주거나 주려 노력했다. 그래서 전통적인 노후 준비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국민연금이나 연금보험 등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적으로 노후준비로 골머리를 앓지는 않았다. 가장 큰 이유가 기대 수명이 길지 않았다. 정년퇴직 후 10년 정도 살다 보면 삶을 마감하였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정년은 길었던 반면 기대수명은 짧았다. 거기에 자녀들이 효의 개념으로 늙은 부모를 봉양하거나 부양하는 일은 당연한 상식이었다.      


문제는 100세 시대의 도래다. 갈수록 퇴직연령은 낮아지는 반면 기대수명은 늘어나는 것이다. 거기에 자녀들도 더 이상 무모를 봉양하거나 부양하지 않는다. 하고 싶어도 자신들도 먹고살기 바쁘다. 효의 개념이 변한 것도 일정 부분 작용하였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자녀들 자신도 힘들어 죽을 지경이다. 오히려 노후로 준비해둔 부모의 재산에 기대거나 의지하는 자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당장 힘들다는데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만 있을 수 도 없다. 부모라는 굴레의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다.     


요즘은 빠르면 50대 이전에도 직장에서 밀려난다. 인생의 반밖에 살지 않았고 집한 채가 전 재산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약간의 저축과 부동산들이 있지만 그것으로 나머지 50년을 살아내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재취업을 시도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다. 현역 시절 월급의 반만이라도 받고 일하려 해도 불러주지 않는다. 젊고 유능한 취업준비생들도 놀고 있는데 굳이 퇴직자들을 채용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들을 채용하면 정부나 지자체에서 일정 부분 지원금을 주어도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은 생물이기 때문이다. 생물에게는 타이밍과 스피드가 생명이다.    

  

심지어 그렇게 많은 아파트 경비 자리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나머지 50년을 무위도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뭐라도 해야만 한다. 그래서 삼성의 부장님도 중소기업의 부장님도 퇴직 후 통닭 튀길 만반의 준비를 한다. 좀 더 도전적인 사람들은 이민이나 귀촌 등을 실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마지막 보루는 퇴직금과 집을 담보로 사업체를 차려 자기 자신을 고용하는 자영업자(Self employed)가 되는 것이다. 소상공인이라는 용어로 도 많이 불린다. 그 과정에는 무섭고 소름 끼치는 함정이 숨어 있다.      


안타깝게도 신규 자영업자들의 대부분은 처음부터 자영업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아니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다니던 직장인들이다. 서비스 산업의 소비주체로 살다가 갑자기 서비스 제공자가 되는 생산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천지개벽이 따로 없다. 두렵기도 하다. 이들에게 가장 달콤한 유혹은 바로 체인점인 프랜차이즈다. 이 유혹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행보를 하는 자영업자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이 프랜차이즈를 택한다. 이미 검증된 맛과 품질은 물론 관리까지도 본사가 해준다. 바지 사장처럼 운영만 하고 이익금을 배분하는 방식에 동의하는 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된다. 인테리어에 간판까지 일사천리다. 심지어 오픈 당일 날 본사 직원들까지 동원하여 분위기를 띄워준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천사인 줄 알았던 본사는 악귀처럼 이것저것 갑질에 착취를 일삼는다. 하지만 본사의 갑질을 거역할 수는 없다. 안타깝게도 100여 페이지가 넘는 계약서에 깨알같이 다 들어있고 이미 서명한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땅을 치고 통곡하지만 이미 늦었다. 손님들은 파리 날리듯 가끔 들어온다. 당연하다. 본사에서 가계를 보여줄 때에는 잘되는 곳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내가 본사 직원이나 사장이라도 그럴 것이다.    

  

모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맹점 폐점률이 90%라는 놀라운 사실은 나를 경악시켰다.


그 가맹점의 전직 교육담당 직원에게 들었을 때는 설마 하고 웃었다. 1년 내인지 3년 내인지는 정확하지 않아 표기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볼 때에 그 프랜차이즈 점포는 항상 영업을 한다. 하지만 6개월 정도 버티다 주인이 바뀐다. 그 기간에는 인테리어 공사나 내부 수리 중이라는 안내문을 써 붙이면 그만이다. 소비자가 그것까지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계는 계속 잘 운영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항상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영업 중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가맹점주가 자주 바뀔수록 본사의 수익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거미줄에 걸려든 먹이는 껍질만 남긴 채 모든 것을 거미에 상납해야 한다. 한국의 모든 프랜차이즈 본사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양심과 도덕을 앞세워 상생을 추구하는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많을 것이다. 부디, 이러한 나의 기대가 진실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드는 것만 위험한 것은 아니다.


가장 흔한 투자를 예로 들어보자. 부동산 투자로 아파트나 상가 또는 오피스텔 투자가 그것이다. 시세차익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특징은 안정된 월세를 받아내서 그 돈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다. 작지만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운영하는 건물주들도 많다. 물론 은행 대출을 많이 끼고 투자한 것이다. 얼핏 보아 이들은 팔자가 좋아 보인다.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다. 하지만 이들은 그 일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알고 있다.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도 휘청거린다. 언제 어떻게 미국이나 일본처럼 부동산 버블이 꺼질지 알 수 없다. 어느 순간 은행 대출금도 감당하지 못한 채 빚더미에 오를 수도 있다. 내가 살던 다산 신도시의 원룸 건물은 60세대 정도가 사는 신축 건물이었다. 건물주는 두 개 동을 지어 제법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올해부터 다산 신도시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빈방들이 늘어나기 시작해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다.      


이제는 시대가 드라마틱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기존의 제도와 가치에도 일대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특히, 한국만의 독특한 자유 시장경제 체재는 한국 사회를 아마존의 밀림처럼 약육강식의 세계로 몰아가고 있다. 사회 서민이나 약자를 위한 정부 대책은 조삼모사 형태의 형식적인 수준이다. 이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각자도생해야 한다. 여기에 도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우리 사회는 이미 너무 혼탁해져 버렸다.  

    

이제는 어떤 식으로든 자본 없이 죽을 때까지 일도 하고 시간도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지 않으면 노후에는 파산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노후 파산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그들 턱밑까지 따라가고 말았다. 이제라도 대책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선진국처럼 국가가 대안이나 대책을 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욱 우울하다. 안타깝지만, 한국이라는 국가를 운영하는 주체의 핵심은 자유시장경제 주의자들이다. 문제는 이들이 부자들이라는 점이다. 부자들이 부자를 위한 제도와 정책을 내놓고 기득권을 지켜나가는 일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슬픈 우리의 자화상이다.
카카오 브런치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글들이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찌질하고 우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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