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아직도 여왕이 영연방 53개국의 국가원수?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헛소리가 아니었다.”
사실 그가 가장 놀란 건 작은 섬나라 영국의 저력이었다. 그 작은 나라가 아직도 보이지 않는 큰 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축구나 좋아하고 맥주나 마시며 한량처럼 사는데도 국민들은 지질하지 않다. 할 소리 다하고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다. 노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지기 때문이다. 수입이 없으면 임대주택을 제공한다. 임대료는 각 시청이나 구청에서 내준다. 그 공짜 주택도 싫다고 나와서 홈리스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나이가 들어도 자식들에게 손 벌릴 이유가 없다. 65세가 되면 연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거동을 못하면 요양병원으로 가서 산다. 물론 무료다. 죽음이 임박하면 호스피스 병동으로 이동해 죽음을 맞이한다. 이 또한 무료다. 장례는 결혼식 후 잘 다니지도 않은 교회에서 대신 치러준다.
이처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국가와 사회가 개인의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 월세를 내지 못해서, 병원비가 없어서 죽음을 택해야 하는 국가에서 좌파, 우파라고 나뉘어 진영 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면 가관이 따로 없다. 한마디로 장관이다. 더 한심한 것은 서로의 기득권이라는 밥그릇을 지키려고 남 탓만 한다. 자기가 잘못했다는 정치인은 손에 꼽을 정도이거나 없다. 그 정치인을 뽑아준 자신들을 탓하는 국민 또한 많지 않다. 국민들이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갈아타도 변하는 것이 많지 않은 이유다. 국가의 역할과 국민의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먼저 각성해야 한다.
“이혼이라는 것이 애당초 쉽지 않은 것을 그 작은 섬나라는 왜 몰랐을까? “
요즘 그 작은 섬나라의 위세는 고사하고 체면이 말이 아니다. EU와의 이혼을 앞두고 위자료를 포기하네 마네하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사실은 위자료가 문제가 아니다. 여차하면 나라가 쪼개질 수도 있기 때문에 쉽사리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영국의 고질적인 지역감정이 도사리고 있다. 4개의 연합왕국이 자치정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영국의 국명의 일부에 4개의 나라가 모여 만들어진 연합왕국이라는 뜻의 United Kingdom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것이다. 줄여서 UK라고도 한다.
영국 여왕은 대부분의 영연방 국가의 국가수반을 겸한다. 그중 캐나다, 호주 및 뉴질랜드는 의회 회산 권리까지 가지고 있다. 형식 또는 상징성인 강한 국가수반이지만 정치에 일정 부분 관여할 수 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선진국으로 알고 있던 캐나다, 호주 및 뉴질랜드는 왜 이런 수모(?)를 감내하고 있는 것일까? 왜 완전하게 독립하지 않는 것일까? 그들은 자존심도 없단 말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제국주의를 표방한 일본과는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물론 한국의 현실은 지금도 친일파가 득세하고 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보수우파의 뿌리를 캐다보면 일본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진짜 영국을 만나보고 싶었다.
이런 호기심이 그의 이민 국가로 미국이 아닌 영국을 택하게 하였다. 영국이라는 나라를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었다. 흔히들 미국을 세계 초강대국이라고 하는데 그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53개국의 연방을 거느린 영국이야말로 아직도 무서운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그 많은 식민지를 돌려주면서도 인심을 잃지 않은 비결을 알고 싶었다. 자칫 식민지 근대화론에 빠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지만 호기심이 강한 그였다. 그는 진짜 영국을 만나보고 싶었다. 일본이나 독일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영국의 시스템을 배우고 싶었다. 지금이야 단순하게 경제 지표만으로 그 국가를 평가하는 경향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영국은 특별한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있다. 캐나다나 호주 인도 같이 큰 나라들이 자존심도 없이 여왕을 섬기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그것도 한 때 자기 나라를 식민 통치하고 착취와 수탈을 일삼던 적국을 말이다. 그것도 모자로 한때 영국의 피 식민지국들끼리 모여 영연방 올림픽을 하고 있다. 이 또한 가관이다.
이러한 역사와 정치 배경 때문에 영국의 왕실이 건재한 것이다. 민주주의가 태동하고 시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들고일어났지만 프랑스처럼 혁명은 없었다. 그래서 영국은 아직도 왕실이 존재한다. 반면 시민 혁명이 있었던 프랑스는 왕이 없다. 우리의 상식으로 보면 민주주의는 영국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심지어 영국에는 계급사회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Sir, Lord, Lady 같은 계급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런데도 영국인들은 아직도 왕실을 옹호하고 지지한다. 데이비드 베컴이나 엘튼 존이 기사 작위를 받아도 아무렇지 않다. 참 재미있는 나라다. 평민도 귀족이 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영국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면 영국에서 왜 왕실이 건재한지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 왕실은 또 엄청난 관광자산이기도 하다. 영국이라는 나라 수도 한복판에 궁이 있고 여왕이 살고 있다는 사실은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영국에 있는 모든 백조는 여왕의 소유다. 영국 여왕은 대단한 부자이기도 하다. 여왕은 면세 혜택이 있지만 세금을 꼬박꼬박 낸다. 그의 자식들이나 손자들은 모두 군에 복무했거나 복무 중이다. 전쟁이 나면 왕자들이 기꺼이 전쟁에 참전한다. 1982년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 때 앤드류 왕자가 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왕자가 최전선에서 전쟁에 참전한다는 일은 느블리스 오블리제의 전형이다. 전시에 헬기 조종사는 가장 위험하다. 언제 어떻게 격추될지 모른다. 법 앞에 평등을 몸소 보여 주는 것도 모자로 왕족으로 누리는 혜택만큼 의무도 다하는 것이다. 어찌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 있겠는가! 참고로 영국은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 국가이다.
반면 한국은 어떠한가? 그렇게 안보를 외쳐대며 북한을 두려워하는 정치인들이 몇이나 제대로 군 복무를 마쳤는가? 그분들의 자녀들은 또 어떠한가? 대선에서 두 번 패한 여당 정치인은 결국 아들의 병역기피가 대선 때마다 발목을 잡았다. 대쪽이라는 명확한 이미지와 신뢰도까지 갖춘 그였지만 결국 무너졌다. 아들만 제대로 군에 보냈더라면 한국의 역사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물론 그 방향은 좀 더 보수 쪽으로의 우회였을 것이다. 병역기피 하나 때문에 두 번이나 날린 대권을 생각하면 그는 피눈물이 날일이다.
요즘 조국 사태를 보고 느끼면서 과연 누가 법무장관에 앉을지 궁금하다. 야권 인사도 추천하지만 한사코 손사래를 친다는 것이 뉴스다. 그 막강하고 좋은 자리를 왜 마다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라고 비난했던 것이다. 아니, 묻은 것이 아니고 아예 그것을 먹는 개일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마찬가지다. 씁쓸한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다시, 영국 여왕으로 돌아가 보자. 여왕은 일정을 분단위로 쪼개 쓴다고 한다. 그만큼 만나야 할 사람도 많고 참여해야 할 행사도 많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한국에도 다녀갔다. 안동 하회마을이 기억난다. 100세에 근접한 여왕이 아직도 53개국의 영연방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참 무서운 나라다. 비록 EU에게 이혼당하며 위자료도 받지 못하고 버려질 처지지만 영국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을 것이다. 이제 와서 재투표를 하자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미 식어버린 사랑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자존심이 강하고 자존감 또한 높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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