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으로 돌아가는 아이의 꿈을 끝내 묻지 않았다!

2020 매일 한편 글쓰기, #1일 차: 아이의 꿈|!

by 런던남자
이별을 앞두고 1주일은 짧았지만 영원할 것 같은 추억과 행복을 뒤돌아본다!


2019년 12월 31일 인천공항 출국장은 줄이 양쪽으로 백 미터도 넘게 늘어져 있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아이와 카페에서 브런치를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다. 공항 내 작은 서점에서 아내에게 선물로 보내줄 책도 5권이나 샀다. 김영하나 김연수 그리고 한강의 소설책들이었다. 런던행 영국항공은 10시 45분에 출발한다. 보딩 시간은 10시 10분부터 20분까지 10분 간이라고 한다. 짐이 많아서 커다란 이민 가방 2개를 보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2층 카페에 터를 잡은 시간은 9시 10분이었다. 아이와 같이 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30분 남짓이 전부다. 언제 다시 아이가 아빠를 찾아올지는 물어보지 못하였다. 아빠의 유배생활을 점검하러 온 아이에게 아빠의 밝고 활기찬 모습만 보여주었다. 희귀 난치병부터 허리, 목, 무릎 등의 질병들은 거의 나아가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아이에게 괜한 근심이나 불안을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1주일간의 시간은 어쩌면 나의 인생에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긴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아이와의 시간들에 집중하였다. 잠자는 시간도 아까웠다. 아이가 곁에서 자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였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내가 가장 행복한 아빠였고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아이는 아빠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을 좋아했다. 구조가 호텔과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다. 싱크대만 빼면 정말 호텔이었다. 최근에 신도시에 건설되고 있는 오피스텔은 레지던스 호텔식으로 바뀌고 있다. 건축디자인을 전공하려는 아이는 오피스텔 구조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부자의 단순하지만 효율적인 여행법!



아이는 어려서부터 아빠와 유럽의 많은 도시들을 여행하였다. 부자의 여행법은 아주 단순하였다. 먹고 자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다음이 뒹굴뒹굴하는 시간들이었다. 파리에 가도 에펠탑에는 가지 않는다. 로마에 가도 콜로세움에는 가지 않는다. 런던에 살면서도 대영박물관에 가지 않는다. 역사적 랜드마크나 유적도 중요한 공부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이유는 대화와 소통이었다. 집에서는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 아이였지만 여행을 떠나 단둘이 있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렇게라도 아이와 대화를 하고 소통을 했다. 에펠탑은 어디에서도 보인다. 콜로세움에 가봐야 그 흔적만 남아있을 것이다.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루브르에 가도 반 고흐의 미술작품 몇 점만 보고 바로 나온다. 그 유명한 모나리자도 생략한다.


행운이 따르지 않으면 규정상으로는 아이가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다!


인천공항에서의 시간은 촘촘하고 빠르게 흘렀다. 몇 마디 나누지도 못하였는데 이별할 시간이다. 9시 30분쯤 3번 출국장으로 향하였다. 어느새 줄이 끝도 없이 양쪽으로 늘어져 있었다. 아이는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진다. 인천 공항에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31일 마지막 날 다음이 1월 1일 휴일이라는 걸 깜빡했다. 아이가 입국장 안으로 들어설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보딩 타임이 이미 지난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경우 비행기가 출발하는지, 기다려주는지는 알 수 없다. 공항 사정을 감안해서 기다려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아이와 마지막으로 눈인사를 마치고 지하주차장으로 향하였다. 영종도의 공항 바람은 유난히도 매섭다. 귀라도 한쪽 떼어달라고 아우성친다. 그렇지 않아도 수심이 가득한데 바람마저도 심술을 부린다.


행운의 여신은 이번에도 아이 편이었다!

지하 주차장에 와서 시동을 켜고 내비게이션을 설정한다. 하지만 출발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자꾸 시계를 들여다본다. 급기야 보딩이 끝나는 10시 20분이 지나고 있었다. 급하게 아이에게 톡을 보냈다. 혹시라도 비행기를 놓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이에게 바로 답이 왔다. 비행기에 탑승해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고 했다. 그 와중에 어떻게 음료수까지 마시냐고 물었더니 사진을 몇 장 보내준다. 프리미엄 이코노미에서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되었다고 싱글벙글하는 표정이다. 아이나 아내는 영국항공의 좌석 업그레이드 확률 50% 이상을 자랑한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업그레이드된 적이 없었다. 그렇게라도 편한 좌석으로 아이를 떠나보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인천에서 런던까지 12시간 반이라는 시간의 비행은 쉽지 않다. 언제쯤이나 시속 천이 아닌 만 킬로짜리 비행기가 나올지 모르겠다. 보잉이나 에어버스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는 아이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새해에는 아무런 계획 없이 몸과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아볼 생각이다!


아이가 런던으로 떠나던 날 마지막 해가 저물었다. 보신각 타종식을 보고 잠 자라에 들었다. 새해 계획은 없다. 계획 없이 새해를 맞아보기는 처음이다. 하다못해 막연한 행복이라도 빌었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놓고 삼신할머니 또는 당신만의 신에게 자식들의 입신양명을 빌던 방식과도 닮아 있던 기원이었다. 그 시절 어머니가 시어머니 또는 아버지의 건강이나 행복을 빌었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나는 이번 2020년에는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몸과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 것이다. 대부분의 시간은 글을 읽고 쓸 것이다. 글의 목적이 돈이나 출세여서는 곤란하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아집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글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지는 않다.
나의 글은 총이나 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위해 쓰일 것이다!


아직은 출판사들의 입맛에 맞는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독자들의 정서와 공감도 중요하지만 나에게는 더욱 주요한 키워드가 있다. 바로 사회의 변화와 변혁이다. 글은 총이나 칼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지금도 신봉한다. 글만 쓰다가 월세가 밀려도 어쩔 수 없다. 글로 광대짓을 하고 싶었다면 애당초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대에 편승하는 것과 부응하는 것의 차이는 종이 한 장보다 얇다. 돈이나 건강 따위의 소망을 빌지도 않은 이유다. 빈다고 들어줄 하느님도 아니시다. 자신의 의지와 습관만이 하느님의 전지전능함 앞에서 비루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새해 다이어리는 준비했다. 메모는 글을 쓰기 위한 나의 사초다. 매일 시간대별로 기록한다. 1년 후에라도 열어보면 숙성된 기억들을 글로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즉흥적으로 써 내려간 풋내 나는 글은 겉절이처럼 맛은 있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겉절이를 일반 김치처럼 저장해 두고 먹을 수 없는 이치다.

아이의 꿈을 끝내 물어보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커피를 마신다. 아이와 함께 한 1주일의 흔적들이 휑하다. 좁고 답답하던 오피스텔이 이처럼 넓어 보이기는 처음이다. 아이는 믿음직한 청년으로 성장하였다. 아빠가 준 용돈 20만 원을 공항에서 고스란히 아빠 지갑에 넣어주며 아빠 어깨를 토닥여주던 아이다. 친척들로부터 받은 돈은 자동차 보험료로 납부해야 해서 아빠에게 줄 수 없다고 하였다. 이젠 자기 차가 생겼고 여기저기서 차용한 보험료도 스스로 해결하는 중이다. 영국으로 돌아가는 아이의 어깨가 더욱 넓고 듬직해 보였다.


커피를 반도 마시지 않았는데 Happy New Year!라는 톡이 아이로부터 왔다. 런던과 서울의 시차는 9시간이다. 아침 9시에 런던은 2020년 00시가 된 것이다. 런던 아이에서부터 시작되는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같은 지구별에서 새해의 차이가 9시간이나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1주일간 아이와 함께 하면서도 아이의 꿈을 끝내 물어보지 않았다. 아이가 건축디자인을 전공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멋진 분야라고 엄지 척을 해주는 정도였다. 아이가 스스로 고민해서 결정한 전공이다. 자신의 선택에 대신 책임져줄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본인이 선택하고 결정한다. 책임 또한 본인의 것이다. 아이의 꿈을 물어보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에게 아무런 압박이나 압력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꿈은 대학에 들어가서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다.

아이에게 꿈을 강요하는 야만스러운 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


어려서부터 꿈을 강요하는 일은 폭력이다. 고등학생이 다 된 녀석이 아직 장래의 꿈도 없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폭행이다. 차라리 무관심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서운할 정도로 무관심해지자. 그러면 엄마 아빠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라도 아이는 자신의 꿈에 대해 꽤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할 것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강요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고방식은 위험하다. 부모 세대의 경험은 더 이상 아이들에게 유용하지도 유효하지도 않다. 30년 이상의 간극은 과거 3백 년이나 3천 년보다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젠 아이들의 꿈에서 무관심해질 수 있는 배짱 있는 부모가 되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려서부터 선택은 아이가 할 수 있게 연습을 시켜야 한다. 귀찮고 답답하고 지난한 일이다. 참고 기다려주는 것만큼 중요한 교육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참고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는 삼성동 아지트리에서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 만에 책을 쓰고 매월 또는 매주 책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처럼 매주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이 15명 이상 되었다. 앞으로도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강의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https://www.onoffmix.com/)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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