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 글쓰기와 피카소의 냅킨들

병상일기 5. 병실에서 49주 차 하루 만에 책 쓰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by 런던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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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나의 로망 중의 하나는 감방에 가는 것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년만 감방에 갇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색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 징역형이어도 상관없다. 매일 노동을 하고 규칙과 규율에 맞게 생활하면서 나머지 시간은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글을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영국이나 한국이나 감방의 수용시설에 비해 수감자들로 넘쳐난다고 한다. 신영복 선생처럼 깊이 있는 글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었다. 삼시 세 끼가 제공되고 책과 글 이외는 할 일이 없는 세상이 감옥이었기에 들었던 생각이었다. 일탈 치고는 상당히 철없는 일탈이긴 하다.



감방은 아니지만 병원의 6인실에 수용되고 보니 감방에서의 글쓰기는 지나친 낭만이었다. 일반 범죄자가 수용되는 감방은 보통 12인실이고 1인당 0.5평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잠을 잔다. 그 좁은 공간에서 노트북을 켜고 자판을 두드린다는 일은 그야말로 현실을 너무나도 무시한 허황된 꿈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노트북 반입조차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6인실에서 개인 침상이 있고 커튼으로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지만 병실에서의 글쓰기는 만만치 않다. 다행히 침대 높이가 조절되어서 그나마 자판을 두드리고 글을 쓰고 있다. 휠체어에 앉아 구부러지지 않는 왼쪽 다리를 펴고 30분 정도 지나면 다리에 피가 몰리면서 쥐가 나기 시작한다. 30분 쓰고 30분 쉬고를 반복하다 보면 금방 식사시간이 다가온다. 5층 입원병동에서는 진풍경도 아닌데 글 쓰는 작가님이 있다고 구경도 오신다. 대부분 시골에서 올라온 노인들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천재라고 하시며 엄지 척을 해주신다. 부끄럽고 민망하다. 작가 선생이 낸 책이름이 뭐냐고 물어볼까 봐 조마조마했다. 종이책 한 권 출간하지 못하고 작가 행세하기란 옹색하고 궁상스러운 일이다.

6인실에서까지 굳이 글을 쓰는 이유는 몸에 밴 습관 때문이다. 글의 주제나 목적이 중요하지는 않다. 단지 매일 읽고 쓰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밥은 굶어도 글쓰기를 굶을 수는 없다. 글을 쓰지 않는 날은 아무리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어도 허기가 진다. 위장이 음식을 소화한다면 머리는 글을 소화한다. 반추동물처럼 되새김질은 시도 때도 없다.


수술 후에도 중간중간에 상처 소독도 하고 재활 물리치료도 한다. 진료실로 내려가 MRI와 엑스레이도 찍는다. 채혈도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피곤하면 테이블로 쓰던 침대는 높이를 낮추고 본연의 임무인 침대로 변신한다. 디스크로 인해 허리도 아프고 수술한 무릎도 아프지만 그래도 글을 쓰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제대로 된 들숨과 날숨을 통한 호흡이 가능한 시간이다. 그렇지 않으면 휴식을 취하지만 금방 따분해지고 졸린다. 물론 졸리면 벌러덩 누워 잔다. 대낮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면 오후에는 머리가 지끈거리고 아프다. 진짜 제대로 된 환자의 모습이다. 겉보기에는 자유롭고 평화롭게 쉬는 것처럼 보인다. 그동안 꿈꾸어 왔던 나를 위한 시간들이고 나에게 주는 인생 선물이다. 간병 간호 통합 시스템이다 보니 불편하면 콜벨 하나만 누르면 그만이다. 월, 수, 금요일에는 샴푸 서비스도 해준다. 물론 지금은 혼자 움직일 수 있어서 샴푸도 스스로 한다. 드라이도 하고 스프레이도 뿌린다. 그렇지 않으면 한없이 처지고 늘어지는 것이 병원생활이다. 슬기로운 병원생활을 익히는데 무려 1주일이 걸렸다. 이젠 병실에서도 거의 병장 급이다.


어제는 월요일이었다. 6인실에서 하루 만에 책 쓰기를 하였다. 벌써 49주 차다. 3주가 지나면 52주 차가 된다. 만 1년간 매주 한 권 책 쓰기를 진행한 것이다. 처음부터 아니면 말고 식의 도전이 아니었다. 목숨이 붙어있는 한 멈추지 않을 거라는 비장한 각오로 시작하였다. 하루 만에 책 쓰기는 매주 월요일 하루 동안 진행된다. 그동안은 춘천에서 하루 만에 책 쓰기 회원들과 같이 써왔다. 하지만 다산에서 한강신도시로 이사 오면서 춘천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혼자 쓰기 시작하였다. 다소 걱정은 되었지만 이제는 혼자도 익숙해졌다. 의정부 등에서 출장 하루만의 책 쓰기도 진행하고 있다.


그렇게 쓴 책들은 블로그 서점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일부는 브런치에 시리즈로 올리기도 한다. 하루 만에 책 쓰기를 통해 쓴 책들은 한번 정도의 퇴고를 거친다. 그리고 PDF 파일로 변환하여 판매한다. 브런치에 올린 글들이 문맥도 어색하고 깊이도 없는 이유다. 글 하나에 목숨을 걸지 않으려 노력한다. 피카소처럼 매일 많은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언젠가는 작품이 되고 세상이 알아봐 주리라는 믿음 하나로 무모하게 느껴지는 도전은 평생 프로젝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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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는 죽기 직전까지 매일 카페에서 냅킨에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버리고를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하나의 작품들이 탄생한 것이다. 노트에 그린 수만 점의 습작들도 프랑스 아를의 박물관에 일부 전시되고 있다. 그곳은 반 고흐의 작품들로 유명한 곳이다. 반 고흐나 피카소나 죽기 직전까지 그리고 또 그렸다. 어떤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림 자체가 생활이고 하루를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평생 루틴처럼 살아온 하루들과 셀 수도 없이 버려진 습작 냅킨들이 모여 위대한 천재화가 피카소가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그는 갔지만 불멸의 피카소가 아직도 우리 곁을 맴도는 이유다. 그는 그림뿐만 아니라 세월도 뛰어넘었다.

나도 수많은 다작을 통해 글쓰기의 가치를 배워가고 있다. 10년쯤 후면, 출판사가 원하는 글을 그 자리에서 몇 시간 만에 써 주고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쓰고 또 쓸 예정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한 편의 글에 혼신을 다하지 않는다. 완성도라는 함정에 빠지면 오래가지 못한다. 글 한편 올리는데 몇 시간이 소요되다 보면 재미가 없어진다. 그다음 글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글쓰기가 재미가 아니라 지옥이 되는 이유다. 글에서도 글쓰기의 목적에서도 힘을 빼야 하는 이유다.






참고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는 삼성동 아지트리에서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 만에 책을 쓰고 매월 또는 매주 책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처럼 매주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이 15명(매월은 60명 이상) 이상 되었다. 앞으로도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강의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https://www.onoffmix.com/)에서 할 수 있다.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강의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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