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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Aug 04. 2019

나만 외로운 걸까? #6 외로움과의 싸움: 영국 노인들

후기 청년기의 우울과 외로움에 관한 연재



영국 노인들의 아침 일과

     

영국에 처음 이민 가서 살았던 집이 리치먼드 외곽에 있는 한 상가 플랏(flat)이었다. 걸음마를 하는 아이와 아침마다 상가를 한 바퀴 도는 것이 일상이었던 적이 있었다. 아이가 통통하고 귀여워서 마을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귀여워해 주셨다. 아이의 호기심은 온통 코인 세탁소의 세탁기에 가있었다. 돌아가는 모든 것을 좋아하던 시기였다. 특히 세탁기를 너무 좋아해서 코인 세탁소에서 살다시피 하였다. 손님은 대부분이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이었다. 일반 가계들도 아이의 놀이터였다. 그래서 영국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하루를 나도 모르게 관찰하고 때로는 분석까지 하게 되었다. 전공이 사회학이어서인지 나는 유독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사회학의 학문적인 영역보다는 현실적인 부분을 좋아한다. 특히 사회문제에는 많은 것들이 포함된다. 예를 들면, 고령화, 출생률, 사망률, 자살률, 빈민문제 등이 모두 사회문제에 해당된다. 그중에서도 고독사에 관심이 많다.

     

외로움이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오고 견뎌내야만 하는 인간의 숙명인 듯하다. 영국에는 만 18세가 되면 자녀들은 대부분 독립해서 따로 산다. 그래서 노인들만 사는 집들이 많다. 특히 1인 가구 비중도 아주 높은 편이다. 그래서 개나 고양이를 자식처럼 키우게 되었던 것이다. 한때는 개를 식용으로 먹는 우리의 문화를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이었다. 소나 돼지처럼 개도 식용으로 사육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도 이제는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집들이 많아지고 보편화되고 있다. 동물에 관한 법률도 많이 정비되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 집 고양이 단오를 둘째 아들로 생각하고 있다. 벌써 12살이 넘었다. 내가 나이 드는 것보다 더 슬프고 안타깝지만 동물들도 세월을 비켜갈 수는 없다.

     

영국 노인들의 아침은 보통 식빵과 우유 그리고 신문을 사는 일이 주요 일과 중 하나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사는 노인은 많지 않다고 한다. 식빵을 하나 사러 와서 가계 주인과 10분 정도 수다를 떨다 간다고 한다. 그러다가 다시 와서 유유를 산다. 그리고 못다한 수다를 떨다간다. 그것도 모자라 마지막으로 신문을 사러 와서도 수다를 떤다고 한다. 이는 대부분 혼자 사는 노인들의 특징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 종일 대화할 상대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공산품을 구매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참 슬픈 이야기지만 현실이고 사실이다. 우리 한국도 1인 가족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지금 이글을 쓰는 나도 1인 가족이다.




영국 노인들의 하루

     

영국 노인들은 다양한 여가 활동을 하는 커뮤니티가 많이 있다. 책을 좋아하면 도서관에서 하루를 소일할 수도 있고 개를 데리고 아침저녁으로 공원을 돌며 같이 산책을 한다. 하이스트리트에 많이 있는 체러티 숖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노인들도 많다. 그래도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훨씬 많기 때문에 외로움과의 싸움은 이제 개인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문제가 되어버렸다.

     

얼마 전 영국에서는 외로움 부서를 설립하고 외로움부 장관까지 임명해 국민들의 외로움을 복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였다. 어차피 인간은 혼자 왔다가 혼자 간다. 하지만 외로움이란 어떤 마음의 고립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에 이 고립에서 탈출시켜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혼자서 탈출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외로움이라는 덫에 걸리거나 갇히고 만다. 이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영국인들의 일상생활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선진국들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보고 느낀 영국인들은 대부분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다. 시민의식이 강하고 누군가가 사고를 당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한다. 응급차가 지나가면 모세의 기적처럼 그 좁은 도로가 쫙 갈라진다. 그리고 생활의 단위가 가족 위주이다. 우리와 같은 직장의 회식 문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성격이 전혀 다르다. 보통 일과 후에는 펍에 모여서 간단하게 맥주 한잔 하고 헤어진다. 앉지도 않는다. 보통 서서 마신다. 그리고 바로 퇴근해서 아이들과 함께 한다. 주말에도 아빠들이 자기만의 취미 생활을 즐기는 부류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면서 독립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모 세대는 이혼을 하거나 배우자가 사망하면 1인 가구가 되어 혼자 산다. 아무리 늙어도 자녀들과 같이 살지 않으려 한다. 차라리 요양병원(care home)에 들어간다. 혼자 사는 싱글맘들도 많다. 이처럼 이제는 가족이 해체되고 1인 가족화 되는 것은 영국이나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인 추세이고 이를 해결하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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