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언어를 잇는 순례자의 자리
나는 설교를 쓰고, 에세이를 쓴다.
한쪽은 공동체에게 말을 거는 글이고,
다른 한쪽은 나 자신에게 내려가는 글이다.
처음엔 이 두 세계가 서로 너무 멀리 있다고 느꼈다.
설교는 빛을 말하고,
에세이는 그림자를 기록했다.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나는 오래 머물렀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에 더 가까운 곳에 접촉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내 안이었다.
내 안의 흔들림,
불안과 절망, 욕망과 세속적인 마음,
말하기 어려운 모순들.
그것들을 숨기지 않고 바라보는 순간
나와 타인과의 거리가 훨씬 가까워졌다.
그 경험은 불을 다루는 일과 비슷했다.
파괴하는 불이 아니라,
나와 주변을 살리는 빛으로 바꾸어 사용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는 것처럼.
그 순간부터
설교와 에세이가 서로 다른 세계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둘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두 가지 표현이었다.
에세이는 나의 진심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설교는 내 안의 진심이 주변 사람들에게 흘러가는 길이었고, 그 진심의 중심엔 언제나 말씀이 있었다.
이 두 세계는 나를 갈라놓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하나로 묶어주었다.
나는 두 세계 사이에 끼인 사람이 아니라,
두 세계를 잇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빛과 그림자를 함께 품고 걷는 사람.
길 위에서 조금씩 성숙해 가는 순례자.
이제는 두 세계가 두려움이 아니라
나를 이끄는 두 개의 호흡이 되었다.
그 호흡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내가 되어간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나는 언젠가 순례자를 넘어
본래의 나, 본래의 인간다움—
하나님이 의도하신
그 ‘형상’에 가까워지는 삶을 살고 싶다.
두 세계가 하나로 이어지는 존재로.
Imago Dei.